세계속에 산재한 한국정보 오류수정의 일등 공신-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세계속에 산재한 한국정보 오류수정의 일등 공신-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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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건을 수정했냐에 매달릴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죠”

세계인들은 아직도 우리를 그렇게 본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10년 영어를 배우고도 변변하게 영어 한마디 못하는, 이 나라 저 나라에 연이어 지배받은 유약한 민족으로,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라…. 무식하다며 분개만 한다고 왜곡된 정보가 고쳐질 리 없다. 속 터지는 한국에 대한 오해를 팔 걷어붙이고 고치려는 이들이 있다. 반크! 그들은 누구?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를 어찌하나!

“중국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이기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일본은 부국이어선지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이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현실이죠. 그러니 외국에서는 우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안다 해도 잘못 알고 있지요.”

사이버 외교사절단을 자임한 반크(VANK : Va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www.prkorea.com)의 박기태단장(31)의 말이다. 이들의 노심초사는 일본해로 표기된 동해를 세계지도 속에 다시 환치시키는 등 왜곡되고 일그러진 한국에 대한 정보를 되돌리는 데 공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학자 철종은 한글, 즉 이두(Nido)를 만들었으며(필리핀 고교 2년용 역사 교과서), 한국은 1945년 연합군에 항복했고,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군이 38선 이남을 해방시켰다(미국 프렌티스 홀 출판사 2002년판 11학년용 역사 교과서). 또 미국이 조선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베트남 고교 2학년 지리 교과서). 한국은 장티푸스와 말라리아 환자가 넘쳐나서 살아가기 힘든 나라이며(아프리카 가나의 한 대학생), 인구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지만 나머지는 중국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고(터키 고교 2~3학년용 지리 교과서), 공식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다(미국 NBC방송). 이번 아테네 올림픽 때 한국을 `‘South Korea’로, 북한을 `‘Korea, Repulic of’로 표기하기도 했고(영국 BBC 방송), 메달 집계에서 북한 계순희 선수의 사진을 한국 항목에 올려놓기도 했다(야후). 제주도를 일본 영토라 표기하기도 하며(캐나다 외교부 홈페이지), 울릉도를 일본 영토라 적어놓기도 했다(유럽 최대의 지도 보급사 멜티맵).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다. 물론 반크의 노력으로 시정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왜곡된 정보는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에서 세계 각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일본 등 23개국 50종의 교과서에서 1백27건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한다. 최소한 이들 나라 학생들은 사실과 전혀 다른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각 나라의 교과서가 이 모양이니 인터넷 사이트와 홈페이지에 잘못 서술된 한국사의 오류는 집계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반크는 지난 6년간 해외 웹 사이트의 한국 오류 시정 활동을 전개, 올해 4월 현재 총 3백 건을 시정하는 성과를 냈다. 국정홍보처의 한국에 대한 오류 수정 예산은 10억원. 그 비용으로 고쳐진 한국 정보는 40건 정도라고 한다. 반크 운영비가 월 평균 1천만원 정도라고 하니, 연 1억2천만원. 결국 실적은 국정홍보처 대비 125%에 달하며, 비용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비용 대비 효과는 엄청난 셈이다.

2002년에는 세계적인 온라인 지도 제작업체인 월드 아틀라스사 자사 세계지도에 그동안 써오던 일본해 표기에 ‘동해’를 명기했으며, 이를 회사의 홈페이지(www.world alas.com)를 통해 “반크와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이번 변화의 명백한 승자”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외에도 정보 전파력이 엄청난 해외 웹 사이트가 다수 포함돼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 세계 최대 여행 잡지 「론리 플래닛」 등에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 일본해와 동해를 같이 표기토록 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97%에 달하는 지도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이 그대로 온라인으로 퍼지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결할 것이 더 많다.

“언론에서는 외국 웹 사이트가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반크의 활동으로 어떻게 시정되었는지에만 관심을 보여요.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이죠.”

박기태 단장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부분이 잘못되어 있기에 그 부분을 수정하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노력은 말 그대로 숨은 노력이었다. 한국을 바로 보게 하는 작업에 관계 부처도 냉담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크 사무실의 문턱이 닳을 정도다.

적극적으로 나서면 고쳐지는 것을

1999년, 당시 대학생이던 박기태 단장과 임현숙씨(31)는 영어 공부를 위해 펜팔 사이트를 만들었다. 박 단장은 이때 메일을 주고받은 외국 대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백지 상태인 것에 놀랐다.

‘너는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특권층이구나’ 등 한국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내친김에 사이버 공간에 한국을 알려볼 결심을 했다.

펜팔을 통해 외국 친구들과 친분도 쌓고 국제적인 문화와 감각을 익힐 수 있었지만, 바로 이 부분이 문제였던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오해. 이를 계기로 펜팔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시작했고, 반크 회원들은 세계 각국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그 결과물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버 외교사절단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서울 남대문시장에 3평짜리 옥탑방을 얻어 사무실을 냈다. 야근을중에 1층 문을 잠그는 바람에 119를 불러서 탈출(?)한 적도 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져 7평 남짓한 사무실(서울 중구 신당동)을 마련했으니 일취월장한 셈. 일하는 공간이 좁다고 하는 일까지 적지는 않다. 이들은 이 좁은 곳에서 전세계 웹 사이트를 상대로 한국에 대한 정보 오류를 잡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전초기지인 셈. 전세계 8억 명의 네티즌을 상대하는 이곳을 박기태 단장을 필두로 5명의 상근자가 거뜬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회원들의 회비로만 꾸려가는 반크는 넉넉할 수 없는 살림살이다. 현재 회원이 1만7천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모두 회비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 운영이었다. 상근자들은 무보수, 그야말로 자원봉사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매달 평균 1백여 명의 유료 가입자가 있다고 봤을 때, 1인당 2만원이니 2백만원 정도 수입이 생기는 셈이었죠. 그런데 지난달엔 갑자기 5백여 명으로 늘어 1천만원의 수입이 생겼죠. 너무 기분 좋았어요. 그만큼 반크가 많이 알려진 셈이죠.”

반크의 회원은 현재 1만7천 명 선이다. 이 가운데 10%가 사이버 외교관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 회원의 약 80%는 중·고생들. 이들은 해외 펜팔, 이메일을 통해 홍보사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은 젊은 여성과 주부의 참여도 눈에 띈다고 한다.

반크의 이전 노력을 개별 약진이라고 한다면,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이제 전체 진군을 시작해야 할 때. ‘겨자씨’를 자임하는 이들의 노력은 끝내 거대한 나무의 위용을 잉태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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