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험한 세상, 지치고 힘들 때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리는가? 아마도 ‘천사’. 어려운 이웃들에게 천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단체인 천사운동본부가 올해로 두번째 천사데이 행사를 가졌다.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는 해마다 10월 4일을 천사(1004데이)로 정하고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의 천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3천여 명 참가, 수익금 전액 어려운 이웃 위해 나눠
하늘이 파랗다.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이와 대조적으로 땅 위의 사람들은 모두 노랗다. 너나 할 것 없이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지팡이에 몸을 실은 할아버지까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노란 병아리처럼 샛노란 티셔츠를 입고 설레는 듯 주변을 둘러본다.
오늘은 10월 4일. 숫자로 풀어보면 ‘1004(천사)’의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이다. 우리 민족의 품앗이, 두레의 기본 정신에서 출발한 지역 공동체 ‘천사운동본부’는 해마다 10월 4일이면 천사데이 행사와 함께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지난해 시작되어 올해로 두 번째를 맞았다. 천사운동본부는 경기도 동두천에서 시작됐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1004명의 회원이 모이면 독립 단체로 인정받아 그 지역에서 모인 성금과 회비는 전액 그 지역 주민 중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진다. 천사운동본부는 이미 동두천을 비롯해 고양, 양주, 수원, 용인 등 전국으로 확산되어 생활이 어려운 이웃과 난치병 환자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취지로 모인 사람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운동본부 알리는 날’로 정하고 ‘천사데이’ 행사를 개최한다.
동두천시는 천사운동본부가 가장 먼저 발족한 곳으로 이곳 시민들에게 ‘천사데이’ 행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미 생활이 어렵거나 난치병에 걸린 이웃 중에서 천사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심심치 않게 있기에 이 단체에 대한 인식이 포괄적으로 자리 잡혀있다. ‘천사데이’ 행사에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동두천 종합운동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3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는 천사데이의 메인 이벤트인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도 있지만 7백여 명의 시민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석했다. 천사데이 행사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노약자와 장애우가 다수 있다. 때문에 어느 행사보다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모두가 내 일처럼 자청해서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 자원봉사자를 제외한 2천3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참가비를 내고 참석했다.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원 이라는 적지않은 참가비는 전액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진다.
올해 천사데이 행사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도움을 받는 이들은 모두 세 명이다. 열여덟 살의 정보람 양은 윌슨병으로 투병중이고, 열일곱 살의 김보연 양은 척추뒤틀림으로 치료중이다. 또 올해 두 살인 서강철 군은 패혈증으로 투병중. 이중 김보연 양과 서강철 군은 이번 행사의 수익금으로 수술을 받은 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몸에 구리가 축적돼 발병하는 윌슨병을 앓고 있는 정보람 양은 오랜 시간 천사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천사운동본부는 해마다 열리는 천사데이 행사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새생명의 불씨를 당겨주고 있다.

뇌성마비 구족화가 이윤정씨, 휠체어 타고 마라톤 완주
천사데이는 오전 9시에 시작됐다. 오늘의 메인 행사인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천사데이, 천사 시간인 10시 04분에 시작됐다. 이 마라톤은 10.04km를 달리는 경기. 이 뒤를 이어 장애우와 어린이, 노약자들이 참가한 1004m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짧은 거리의 마라톤 대회에는 노약자와 장애우가 휠체어를 타고 출전했고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휠체어를 밀며 함께 달렸다. 또 자폐증, 정신지체 장애우들은 이미 얼굴을 익힌 자원봉사자들과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에 나서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여러 차례 방송 출연해 화제를 모은 뇌성마비 구족화가 이윤정씨가 마라톤을 완주하고 기뻐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윤정씨는 완주 후 “힘들지 않았느냐?”는 주위 분들의 질문에 “괜찮아요. 힘들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라며 힘들게 답했다. 이윤정씨는 자신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면서도 다른 장애인들과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구족으로 그림을 그려 아름다운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천사운동본부에는 이윤정씨에 버금가는 스타가 한 명 또 있다. 그는 바로 신장 150cm의 키다리 아저씨.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이종삼씨는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지만 천사운동본부의 일원으로 남들이 나 몰라라 하는 궂은 일까지 도맡아하는 일꾼이다.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는 데도 그의 일조는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휠체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처지에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키다리 아저씨’는 “행사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는 주민들의 격려에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해줘 너무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말대로 오늘 행사에는 동두천 여상의 고적대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풍물패, 태권도 시범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에어로빅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또 몸이 불편해 오늘의 행사에 참가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노인 분들을 위해 차량 10대가 생활 서비스 봉사를 위해 출발하기도 했다. 차에 탄 총 4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독거 노인들의 목욕과 이발을 담당하고 낡은 집의 도배와 장판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천사운동본부가 출발한 지 이제 두 해가 지났다. 힘든 세상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이웃들에게 ‘천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천사운동본부. 이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해마다 10월 4일이면 되새겨볼 수 있다.
#천사운동본부에 가입을 원하는 분들은 www.hope1004.org 또는 031-862-7004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천사운동본부의 명예대사는 누구?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의 천사운동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는 개그맨 김용만(779 천사), 개그우먼 김미화(1740 천사), 금메달리스트 심건호(688 천사), 대전 시티즌의 주공격수 김은중(780 천사) 등이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