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동영상으로 인터넷 뜨겁게 달군‘떨녀 아줌마’ 송은주

춤 동영상으로 인터넷 뜨겁게 달군‘떨녀 아줌마’ 송은주

“허리 통증으로 그만둔 춤을 다시 추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어요”

춤 동영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떨녀 아줌마’ 송은주씨. 어린 시절부터 춤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던 그녀지만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꿈을 포기해야 했다. 마흔 살에 다시 추는 춤으로 요즘 행복을 맛보고 있는 평범한 주부 송은주씨의 춤, 그리고 삶 이야기.

팝스타 마돈나의 춤에 감동받아 만든 DVD
한 인터넷신문을 통해 공개된 춤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송은주씨(39). 그녀가 ‘떨녀 아줌마’로 불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4월부터 인터넷상에선 ‘떨녀’ 열풍이 한창이었다. ‘떨녀’라고 불리는 한 여대생의 춤 동영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는데, 동영상을 통해 그녀는 현란한 골반 흔들기 춤(일명 ‘떨기 춤’)을 선보였다. 그녀의 춤이 몸을 떠는 듯한 동작이라고 해서 ‘떨녀’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두어 달 후 인터넷에 등장한 것이 송은주씨의 춤 동영상.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종류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은 그녀를 ‘떨녀 아줌마’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송은주씨의 춤은 떨녀와 다른 스타일이다. 그녀가 추는 춤은 오히려 재즈 댄스에 가깝고, 떨녀가 추는 떨기 춤 역시 추지 않는다. 또 많은 사람이 그녀가 떨녀에 도전하기 위해 춤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떨녀 동영상을 보기 전에 DVD를 만들어놓은 상태였어요. 아줌마도 춤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동영상 한번 띄워보자 했는데 우연히 인터넷신문(오마이뉴스)을 통해 떨녀 동영상을 봤죠. 그 동영상은 프로가 찍은 게 아닌 듯했고, 그래서 전 누구나 그곳에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별 생각 없이 오마이뉴스에 연락했는데, 기자가 아무나 신문에 소개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웃음) 기자가 신문의 한 코너에 동영상을 한번 올려보라고 권해서 알려진 거예요.”

어머니와 함께 안산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주부 송은주씨가 춤 DVD를 찍은 건 우연이었다. 새벽까지 카운터 일을 보던 중 무심코 케이블 TV를 틀었다가 팝스타 마돈나가 춤추는 모습을 봤다.

“깜짝 놀랐어요. 40대 후반에 아직도 춤을 춘다는 사실도 그렇고 유연성과 근력, 끼가 넘치는 마돈나의 춤이 환상적이더라구요. 보통 사람은 아니다 싶었어요. 마돈나 춤 보고 나서 잠이 안 왔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춤 잘 춘다는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춤을 춰볼까 싶었죠.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마돈나의 유연성, 근력, 춤사위 등이 저랑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한번 해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관 옥상으로 올라간 그녀는 아무런 연습 없이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췄고, 남편이 DVD를 찍었다. 5곡에 맞춰 5가지 스타일의 춤을 찍었는데 그중 3가지가 마돈나 스타일의 춤이다. 안타깝게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동영상 중에 마돈나 춤은 없다. 그녀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무용은 못 해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떠난 호주 유학
그녀는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질적으로 앓아온 퇴행성 디스크와 고관절 탈구로 인해 제대로 춤을 출 수 없었다. 겨우 졸업만 했을 뿐, 3학년 때부터 그녀는 아예 춤을 추지 않았다고 한다. 좀더 자유로운 춤을 원하던 그녀에게 대학 교육은 잘 맞지 않았다. 그러나 춤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던 그녀는 졸업 후 ‘허리 통증 때문에 무용은 못 해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그러나 학점 때문에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 선택한 것이 호주 유학. 하지만 역시 허리 통증이 문제가 돼서 춤을 추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녀의 남편은 뉴질랜드 사람이다. 보수적인 남자에게 갑갑함을 느끼고, 체질적으로 양식을 좋아하는데다 개방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송은주씨의 성격이 외국인 남편과 잘 맞는다고 한다.

그녀는 호주에서 8년 정도 살다가 9년 전, 처음 여관 일을 시작하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남편과 함께 돌아왔다. 처음엔 1년 정도 도와드릴 생각으로 호주에 살림을 놔둔 채 들어왔는데 어느새 9년이 지났다. 건망증이 심하고 이제 연세가 많아 여관 일이 힘에 부치는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호주로 돌아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그녀는 호주로 돌아가고 싶을 텐데 묵묵히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이 고마울 따름이다.

DVD 제작은 그녀의 삶에도 큰 활력소가 됐다. 오랫동안 여관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이었다. 여관 일이라는 게 굉장히 손이 많이 간다고. 여가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반복된 생활. 끼가 많고 ‘주말이 되면 나이트도 가고 싶고, 배꼽티도 입고 싶은’ 그녀에게 여관 생활은 힘겨웠을 법도 한데,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 덕분인지 그녀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없다.

“너무 힘들고 ‘이런 생활은 아니야’라는 생각에 울기도 했죠. 그런데 이 일도 나를 훈련시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방망이로 빨랫감 두드려가며 스트레스를 풀듯이 저도 여관 청소나 관리하는 일 하면서 긍정적으로 단련시키지 않았나 싶어요.”

송은주씨는 ‘떨녀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이 무척 즐겁다. “여대생 떨녀와 비교되지 않는다. 춤 별로다” “아줌마가 그냥 조용하게 있지 왜 그러냐” 등 좋지 않은 평가조차 재미있다. 다시 춤을 추면서 맛본 오랜만의 일상 탈출이 그녀에게 더없는 행복과 만족감을 줬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남편에게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그녀가 다시 춤추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응원해줬다고 한다.


글 / 신현화 기자 사진 / 강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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