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실천 우수기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행복한 여자들

양성평등 실천 우수기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행복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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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여성을 배려하는 가족 친화적인 경영이 대세입니다”

여성가족부 장하진 장관이 지상 과제라고 공언할 만큼 강조한 ‘양성평등’.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분담하고 똑같이 대우받자는 양성평등을 우수하게 실천해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자산관리공사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무실의 공기부터 달랐다면 오버센스일까. 공기업이라 자칫 딱딱하고 사무적인 분위기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내 분위기는 자유롭고 화기애애했다. 지난 7월 5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제11회 여성주간 기념식에서 양성평등 실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자산관리공사. 여성단체나 보육시설을 제외하고 공·사기업을 통틀어 유일한 수상 기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공기업의 여직원은 오랫동안 마이너리티의 대명사였다. 수적 열세는 물론이고 1990년대 중반까지는 입사 후 일정기간이 지나 전직시험을 봐야만 남직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산관리공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이전부터 여사원제도를 폐지해 전 직원이 평등한 조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 만들기에 노력해왔다. 신입사원 공채시 10~20%에 머물렀던 여성 비율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0%를 넘어서 전체 여직원 비율이 28%에 이르며 ‘남성할당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여사원제도 하에 입사한 선배부터 이제 입사 반년이 넘어가는 신입사원까지, 자산관리공사의 여성 대표들로부터 양성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오후의 티타임을 가졌다.

이젠 여자 선배가 남자 후배에게 육아 휴직 권하는 시대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공기업에서는 여직원은 물론 대졸 여직원은 더더욱 원치 않는 풍토였습니다. 남자들이 한 개를 완성해 인정을 받는다면 여성은 열 개 이상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열 배는 일을 해야 했거든요. 한명숙 총리와 같이 정부 요직에 진출한 중장년 선배들 모두가 똑같이 겪어야 했던 과정이었겠지요. 그런 노력 덕분에 양성평등의 기반이 이뤄졌다고 봅니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행복한 것이 양성평등’이라 정의를 내린 노정란 혁신경영지원부장은 공사 내 유일한 여성 부장으로 3년 전부터 채용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월이 무색하다 싶은 건, 요즘 그녀가 남자 직원들에게 둘째, 셋째를 낳으라고 ‘강력 추천’하고 있다는 것. 남성들도 육아 휴직을 활용해 아이 키우는 재미를 누리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입사 22년 차인 노 부장은 미혼이다.

김은주 희망모아관리부 과장은 육아 휴직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녀는 90일(근무기간 기준이라 실제는 1백 일에서 조금 빠짐)의 휴직 기간 동안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직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렇게 낳은 큰아이가 벌써 열두 살이니 자산관리공사가 얼마나 앞서갔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현재 육아 휴직 기간은 1년 이내로 규정되어 있다.
“누군가 육아 휴직에 들어가면 인사부에서 별도의 인력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나로 인해 다른 직원들이 힘들겠다는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 점이 바로 직원들에 대한 배려겠죠.”

입사 3년 차인 종합기획부 문경민씨는 입사 동기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신생아를 둔 주부인 동기는 모 대기업의 입사 면접에서 “야근은 할 수 있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뒤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 자산관리공사에서는 일체의 차별적인 질문을 받지 않았고 합격의 영예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해외사업부의 황인영씨는 지난 12월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 50%를 이끈 여풍의 주역이다. 입사 전 ‘연합뉴스’의 아나운서로 3년간 재직했던 그녀는 자산관리공사의 열린 채용이 아니었더라면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신입으로 지원하기에는 많은 나이였기 때문에 타 기업의 경우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어요. 아침저녁으로 자기개발에 부단히 노력하는 여자 선배들을 보면서 저도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잘 병행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양성 평등 문화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산관리공사에는 유독 사내 커플이 많은 편이다. 김은주 과장도 그중 하나다. 이종진 홍보실장은 “일반 금융권의 경우 구조조정시 사내 커플을 1순위로 한다는데, 본사는 사내 커플에게 가는 불이익이 전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풀이했다.

interview 자산관리공사 김우석 사장

“직원 간의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양성평등 문화를 이끌어냈다”

공·사기업을 통틀어 유일하게 양성평등 실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의의를 들려준다면. 여성가족부에서 민간 및 자체공적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절차를 걸쳐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CEO로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공기업은 뭔가 보수적이라는 인상이 있는데, 우리가 변화에 앞서고 솔선수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본다.

양성평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몇 해 전 모 광고 카피 중에 ‘차이는 있지만 차별은 없다’는 문안이 있었는데, 그 말이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남녀의 차이를 뛰어넘어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과제가 여성 인력의 활용인데, 여성에게는 그 부담을 덜어주도록 배려하는 것까지가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양성평등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비결이 무엇인지 타 기업에서 궁금해할 것 같다.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적인 개혁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모성보호를 우선으로 직장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도록 양성평등의 여건을 마련하고 기존에 여성 진출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야에 과감히 여성 간부를 중용 육성했다. 채용에서도 남녀 구분을 두지 말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실력만 보자는 게 원칙이다. 여기에 여성면접관을 배정해 자칫 양성평등에 어긋날 수 있는 질문을 근절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3~4년 전부터 여직원의 비율이 증가했고 작년에는 신입사원의 50%를 초과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 공기업에는 여성 간부가 없다는데 우리는 변화를 주도하는 1급 참모 혁신지원부장이 여성이며, 일선 사령관인 여성 지사장도 있다.

직장 내 양성평등 실천을 위해 남자와 여자, 공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양성평등을 위한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다. 남녀가 서로 동반자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앞으로 국가경제를 위해서는 저활용되었던 여성 인력의 채용을 늘리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어려울 거라는 게 사회적인 공감이 아니겠는가. 이런 변화를 이젠 직원들이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가정에서도 양성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평일에는 못 도와주지만 주말에는 적어도 식사 후 빈 그릇 치우기, 청소, 자동차 관리는 내 몫이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크던 작던 가정에서 모든 의사 결정은 반드시 아내와 상의한다. 평생 공직에 몸담다 보니 사회생활에 서툰 면이 있는데 생활의 지혜는 아내들이 더 뛰어나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 같다.

2005년 1월 취임한 김우석 사장이 급선무로 생각한 것은 직원 간 인화단결. 종합 체육대회, 노조대위원들과의 정기적인 대화, 청년이사회(캠코 영라운드)와의 간담회, 월 1회 전 직원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데이 등을 마련해 직원들과의 스킨십 기회를 늘려왔다. 마침 노동조합 19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직원들과 탁구경기를 하고 왔다는 김우석 사장을 만나보니 양성평등은 너 나 할 것 없이 공정하게 어우러진다는 인화단결의 기치 아래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글/장회정기자 사진/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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