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외모와 기량으로 주목받는 당구스타 국가대표 차유람

빼어난 외모와 기량으로 주목받는 당구스타 국가대표 차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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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오로지 실력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핑계예요. 남자친구는 세계 챔피언이 되면 사귀려구요”

빼어난 외모와 기량으로 누리꾼을 열광시킨 당구 선수 차유람. 갑작스런 언론의 주목을 뒤로하고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차유람을 만났다.

누리꾼을 열광시킨 ‘얼짱 당구 스타’
지난 9월 13일에 치러진 ‘트릭샷 매직 챌린지’에서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차유람 선수(19). 당초 언론은 전 세계챔피언 ‘검은 독거미’ 자넷 리에게 쏠려 있었다. 그러나 네모난 당구대를 비추던 카메라가 문득문득 차유람 선수의 모습을 담자 그녀의 이름은 순식간에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다음날, ‘2006 엠프레스컵 9볼 포켓볼 대회’가 열린 인천 하얏트리젠시호텔에는 스포츠신문 기자들뿐 아니라 지상파 연예 프로 카메라맨들까지 총출동했다. 덕분에 새롭게 생긴 별명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당구계의 보아’ ‘얼짱 당구 소녀’ ‘당구 얼짱’ ‘얼짱 당구 스타’까지. 하지만 갑자기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인지 아쉽게도 차유람은 전날과 같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진 못했다.

“게임에서 진 건 오로지 실력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핑계만 될 뿐이죠. 아직은 인기가 실감나진 않아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팬카페는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난 뒤에 만들려구요.”

차유람은 포켓볼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나이는 어리지만 기량 면에서는 국내 내로라하는 당구 실력파 선수 순위 열 손가락 안에 든다. 2003년 한국 여자 포켓 랭킹전 1위를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1~2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후 인천 KPT대회 우승을 비롯해 코리아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준우승,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9볼과 8볼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경기에서는 실력이 아닌 외모 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 같아 다소 부담스러웠어요. 여러 가지 주변 상황 때문에 제 기량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그래서인지 따라갈 때보다 따라잡힐 때 많이 긴장해서 역전패를 당한 적도 많아요. 앞으로 시합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내 것만 생각하려구요.”

겉으로는 차분하게 게임 결과에 대해 말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어서 힘들어요”
차유람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당구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그녀는 테니스 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하루 12시간씩 연습이 계속되는 테니스가 그녀에게는 맞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딸에게 부모님은 당구를 권했다.

“부모님은 초등학생이 운동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니까 안쓰러우셨던 모양이에요. 당시 김가연 선수 기사가 신문에 조그맣게 실렸는데, 아버지가 그걸 보시더니 ‘당구 한번 해볼래’라고 권해주셔서 당구를 시작하게 됐죠.”

차유람 선수는 부모님이 열심히 공부하란 말은 하지 않지만 뭐든 시작하면 ‘심하게’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테니스를 할 때도 좋은 선생님을 찾아 열 번도 넘게 전학을 다녔다고. 또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딸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격려했다고 한다.

“‘공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1등이 없다. 차라리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라’가 부모님의 생각이자 제 생각이기도 해요. 중학교 2학년 때 자퇴를 결정했는데, 부모님께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차유람선수는 지난해 미뤄둔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중·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자퇴를 결심한 게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전학을 자주 다니다 보니까 친구 사귈 기회가 별로 없어서 학교 가기도 싫었고, 대인공포증도 느꼈어요. 남들과 같이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저는 또래 아이들이 얻지 못한 걸 얻을 수 있잖아요. 제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녀지만 스무 해가 되도록 남자친구 한번 사귀어보지 못한 것은 아쉽단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뭔가 이상하다고 말해서 정말 창피한데, 아직까지 남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세계 챔피언이 될 때까지는 참으려구요.”

기자와 인터뷰 당시 차유람은 감기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도핑 테스트 때문에 약을 먹을 수 없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자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량이 늘지 않을 때”와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를 꼽았다. 그리고 “친구가 없어서 힘들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자친구 없는 거야 항상 힘들죠(웃음). 그보다도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어서 힘들어요. 가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도 먼저 말을 걸기가 쑥스러워서 입이 잘 안 떨어져요.”

차유람은 내년부터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그리고 초보자를 위한 당구 비디오도 계획하고 있다. “정말 친구 사귈 시간이 없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농담처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이내 쑥스러운지 “제가 찾아볼게요”라고 한다. 당구대 앞에서만큼은 10년 선배 못지않은 매서운 눈빛을 보여주는 열아홉 프로당구 선수 차유람에게도 서늘한 가을바람은 힘든 모양이다.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박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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