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요? 미국까지 와서도 그런 소릴 듣네요. 저희 부부 오히려 너무 행복해 죄송할 지경인걸요”
지난 대통령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민주당을 탈당, 정몽준 후보 캠프인 국민통합21로 옮겨 ‘정치 철새’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던 김민석 전 의원. 대선 후 최대한 침잠의 시간을 보냈고,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용단까지 내렸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한다.
최근 일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이혼설도 그중 하나. 이에 김민석 전 의원의 아내 김자영 아나운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소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행복한 뉴욕 생활.
남편 김민석은 내 인생 영원한 러닝메이트!
영웅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고 그도 한땐 영웅이 될 뻔도 했다. 몇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지금은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처지이지만 말이다. 철새 논쟁에 휘말리며 스타일을 제대로 구긴 김민석 전 의원.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이 그를 국외로 내몰았을까?
김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악의적 소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끊일 줄을 몰랐다. 이혼을 했다더라. 경제적 어려움이 클 텐데 돈이 대체 어디서 났는지 딸은 미국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사립 명문학교에 다니고 있다 등등. 갑작스레 김민석 전 의원과 그의 아내 김자영 아나운서의 근황이 궁금해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들 부부가 “인생 공부 제대로 하고 오겠다”며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도 어언 1년.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한국에서 김 전 의원과 가깝게 지내던 몇몇 지인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한결같이 하는 말은 “소문과 달리 마흔을 넘긴 나이에 늦둥이 아들까지 낳고 잘 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들 부부의 미국 현지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김 전 의원 부부가 미국에 있는 동안만큼은 되도록 조용히 지내고 싶다 말해 굳이 연락처를 애써 따로 받아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대략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길은 역시 찾으면 있게 마련인가 보다. 뉴욕 현지에 사는 한 교민의 제보가 인터뷰 성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으니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자영 아나운서가 넉 달 전 무렵부터 뉴욕의 한 한인방송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었고, 그녀와의 전화 연결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
이혼설은 역시나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김자영 아나운서는 “이혼설이요? 한국에선 그런 얘기가 다 떠돌아요?”라며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어 보이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다. 몇 번의 전화 통화로 모자라 이메일 인터뷰까지 가졌는데 김자영 아나운서는 성실한 답변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한 가족 사진까지 친절히 첨부해가며 가족의 무사 무탈함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이기까지 했다.
김민석 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직접 남긴 글에서도 이들 부부의 행복하고 단란한 유학 생활은 확인이 가능하다. 작년 12월 24일 김민석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즐겁다”며 이런 글을 남긴 바 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정치를 하면서 잃은 많은 것을 다시 찾는 시간의 여유가 주는 행복감이 참 큽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오늘의 이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이 시간이 없었다면 과연 제가 지금 느끼는 새로운 충만감과 자신감, 열정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합니다. 강금실 전 장관이 그만둘 때 그랬다던가요? “너무 즐거워서 죄송합니다” 하여간 저도 너무 즐거워서 죄송하기만 합니다.”
김 전 의원은 뉴저지주립 대학 로스쿨에서 법무박사에 도전 중이고, 아내 김자영씨는 넉 달 전 새롭게 뉴욕의 ‘라디오 코리아’라는 한인방송과 연을 맺고 한동안 손에서 놓고 지내던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명문 사립학교에 다닌다고 소문 난 딸은 알고 보니 국립학교에 다니며 현지 적응을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밤에 잠을 안 자 그렇게 속을 끓이던 늦둥이 막내아들 희빈이는 띠동갑 차이 나는 누나의 사랑까지 듬뿍 받아가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뉴욕에서 아나운서 김자영이 전해온 김민석 전 의원 가족의 해피 통신을 육성 그대로 지면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으로 건너간 건 언제였나요?
미국 와 바로 남편의 학기가 시작됐으니 정확히 1년쯤 됐겠네요. 남편은 미국 도착한 바로 다음날부터 수업에 들어가고, 처음에는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남편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랴, 저는 애 둘 돌보랴, 집 구하고 이사하랴.
현재 사시는 곳은 뉴욕 어디인가요?
뉴저지의 에디슨이라는 곳에 살고 있어요. 발명왕 에디슨이 태어난 곳인데 백인들 다음으로 중국계와 인도계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이에요.
김 전 의원께선 현재 정확히 어떤 과정을 밟고 계신 건가요? 하루 일과가 궁금한데요.
뉴저지주립 대학 로스쿨에서 3년 과정으로 JD(법무박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여기 로스쿨 과정이 굉장히 타이트합니다. 그래서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어요.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제가 싸주는 도시락 가방과 바퀴 달린 책가방을 들고, 한 시간쯤 기차와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요.
그런 다음 하루 평균 4과목 수업을 받고, 오후 여섯시쯤 학교에서 나와 귀가, 애들 얼굴 잠깐 보고 다시 다음날 예습과 숙제더미에 묻혀 살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죠. 남편이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는 기차와 전철, 걷는 시간까지 합쳐서 1시간 정도가 걸려요.
그래서 제가 집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기차역까지 아침저녁으로 남편을 태워다주고 있죠. 사실 마흔 넘어 공부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네이티브 스피커도 따라가기 힘든 과정을 부족한 영어로 배워가려니 남보다 두 배 더 힘들 거예요. 몸은 힘든데 그래도 다행인 건 공부가 아주 재미있다네요.
공부가 많이 힘든가 본데 그래도 이제 첫 1년을 무사히 마치셨으니 김 전 의원님께서도 이제 좀 적응이 되시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힘은 들어도 심적인 여유는 많이 생겼다고 봐야죠. 요즘은 공부하면서 간간이 시간 내어 글도 좀 쓰고 하니까요. 책을 쓰고 있거든요. 한 2년 전부터 구상하고 꾸준히 메모해온 것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에요.
뉴욕 라디오 코리아에서 ‘뉴욕포럼’이라는 시사 대담 프로를 진행하고 계신데요 방송은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약 4개월째 접어들고 있어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간 오후 1시 10분에서 2시 사이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죠. 방송국 홈페이지(www.NYRADIOKOREA.com)에 들어오시면 한국 시청자분들도 들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사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부터 뉴욕 한인방송에서 프로그램을 같이 하자는 제의가 있었는데 그땐 사실 시작할 엄두가 안 나 마다했죠.
그런데 차츰 이쪽 생활에 적응도 됐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일을 다시 해봐도 좋겠더라구요. 여기 물가가 하도 비싸 나가서 반찬값이라도 벌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미국서도 한국 소식은 좀 듣고 계신가요?
저야 뭐 아무래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보니 소식은 좀 빠르게 듣는 편이죠. 게다가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시사대담 프로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한국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요. 남편의 경우는 지난 6월 중국에 가서 여름학기를 듣고 왔는데요 그때 한국에 들러 지인들도 만나 뵙고 왔으니 한국 소식을 좀 들었을 거구요. 평상시엔 잠자기 직전에 요가 잠깐 하고 잠시 시간 내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훑어보곤 하죠.
딸 비단이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누가 그래요? 아니에요. 뉴저지 집 근처 동네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걸요. 이래서 소문이 무섭다니까요. 지금 비단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중국, 인도, 한국계 학생들의 비율도 적당하고,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은 편이라 괜찮겠다 싶어 선택한 곳이죠.
지난 2004년에 초등학생 부모들을 위한 교육 서적 다 출간하신 적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크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첫째 비단이는 낯선 타국에서 학교 생활을 이어가려면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비단이가 다니는 학교는 규율은 다소 엄한 편인데 선생님들이 친절해서 비단이도 그럭저럭 잘 적응은 해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물론 걱정은 되죠. 비단이 나이면 친구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시기잖아요. 공부는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 같아 별 걱정이 안 되는데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싶어 그 부분이 늘 걱정이에요.
늦둥이 희단이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나요? 돌잔치는 잘 하셨는지도 궁금한데요. 늦둥이 키우며 사는 즐거움이 각별하시겠어요.
막내 희단이는 이제 19개월 되는데 고맙게도 너무나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요. 희단이가 모유를 만 1년 꽉 채워 먹었는데 밤에 젖을 물리는 게 좀 힘은 들었어도 그 덕에 아이가 건강한 걸 보니 보람이 크죠. 돌 전까진 밤에도 너무 잘 놀아서 제가 밤마다 잠을 좀 설쳐야 했는데 그것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구요.
돌잔치는 아는 주변 분들끼리 조촐히 모여 집에서 했습니다. 물론 늙은 엄마가 애를 낳아 키우다 보니 체력이 달리긴 해요. 그래도 애 키우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요. 아이가 하나 둘 세상을 알아가는 모습이 사실 얼마나 예뻐요. 그런데 지금은 일단 첫째 때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으니 그 기쁨을 두 배로 만끽하며 살고 있는 셈이죠.
한국에선 이혼설이 돌고 있는데 혹 알고 계시는지요.
그래요? 왜 그런 소문이 다 났을까요? 저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말이죠. 하긴 서울에 살 때도 온갖 소문이 다 떠돌긴 했네요. ‘빚 때문에 별거를 했다’ ‘남편의 처지를 견디다 못해 김자영이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더라’ 등등. 온갖 소문이 다 돌았는데 맞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어요. 다행히도 말이죠.
김 전 의원께선 이제 정계를 완전히 떠나신 건가요? 홈페이지 글에 보니 ‘민주당의 당적을 유지하는 것 정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적 관심과 활동의 최대한이 될 것이다’라고 적혀 있던데 말이죠. 현재 하고 있는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 돌아와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어요. 세상의 순리대로 살아갈 밖에요. 저도 저희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궁금합니다.
■글 / 최은영 기자 ■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