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서울 충무로 ‘문학의 집 서울’에서 사이버 멘토링 가족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다. 몇 주 전부터 벼르다 참석한 기자보다 수십 배는 설렐 회원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반가움이 한가득이다. 40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 신청을 한 오프라인 모임은 여성의 주특기인 ‘수다’ 외에도 문학마당 참가, 희망의 미래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서로 손 맞잡을 수 있는 만남의 장 이날 오프라인 만남의 주제는 ‘너와 나, 우리 함께 그리는 희망의 미래’. 오후 4시 반부터 첫 번째 행사로 멘토와 멘티가 마주해 희망의 미래 계획을 함께 그린 뒤, 6시부터 소설가 선우휘 선생의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음악이 있는 문학마당’에 참여했다. 이후 여성가족부 김혜옥 선생으로부터 오프라인 만남에 관한 의의를 듣고 멘토링 칼럼니스트를 소개받는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멘토와 멘티는 기념 촬영을 하고 자유로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처음 만났는데, 너무 좋다”는 감탄사였다.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참석한 이들은 입구에 들어설 때만 다소 쭈뼛거릴 뿐 이내 오랜 동지를 만난 듯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가자들에게 배포된 소식지에 대표 멘토인 개그맨 김미화의 칼럼이 실려 있었다. 방송일, 집안 살림, 자녀교육 모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그녀는 “사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키워졌고, 살림살이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며, 전기밥통 속에서 며칠 묵은 밥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고, 어머니가 계시고, 내일 먹을 쌀이 있기에 행복하다는 그녀. 김미화의 마지막 메시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콕 박혔다. 여자들이 즐거운 세상, 즉 사이버 멘토링의 취지를 단숨에 정리해주는 듯하다.
“이제부터 나를 아끼고, 나를 위해 살자. 이기적이 되자. 훗날 누구 때문에 내 인생이 요 모양, 요 꼴, 인생 망쳤다 탓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해 열정을 바치자. 일도, 노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멋진 여성 경호원 선배와 미래 경호원의 만남
멘토 고은옥 & 멘티 박정현·김주
지금까지 만난 멘티 중 최연소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곱상하고 여린 외모와는 달리 태권도 유단자라는 이 아가씨들의 정체(?)는 용인대 경호학과에 재학 중인 박정현·김주 양. 여성경호 업체 퍼스트레이디의 CEO 고은옥씨를 만나기 위해 처음 사이버 멘토링의 문을 두드렸다고. “고은옥 선배는 여성 대표 경호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거든요. 앞으로 저희가 진출하고자 하는 곳에 있는 분이라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어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어요(김주).”
이런 행사가 낯선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던 두 사람은 잠시 후 고은옥씨가 도착하자 금세 얼굴이 빛났다. 10년 전 여성전문경비경호기업을 설립한 고씨는 ‘경호계의 아마조네스’라는 타이틀로 여러 번 언론 매체에 등장한 적이 있는 유명인이다.
“아직까지 여성 경호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루트가 마련되지 않았어요. 열아홉 살에 경호 일을 시작했는데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이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니 자신감도 부족하고 망설임도 많았죠.”
몇 년 전부터 멘티로 활동해온 고은옥씨는 후배들보다 조금 일찍 경호 일을 시작한 여성으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처음 시도된 ‘공개 멘토링’에 나서게 됐다. 공개 멘토링이란 적절한 대상이 없어서 매칭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 멘토·멘티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그녀가 후배들에게 먼저 들려준 얘기는 경호원의 세계는 영화 ‘보디가드’ 처럼 멋있지만은 않다는 것. 외견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는 그만큼 자기희생이 따르기에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친구들에게 ‘성공은 도전하는 자의 미래’라는 제 좌우명을 말해주고 싶어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열정을 품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이에요. 경호업계나 스포츠 관련 분야에 여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이런 만남을 통해 후배들과 제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멘토를 사이에 두고 두 명의 멘티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경이로운 표정으로 고은옥씨를 바라보는 박정현, 김주 양의 시선에는 어느덧 희망의 기운이 서렸다.
두근두근 가슴 떨리는 첫 만남
새내기 멘토 유연욱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서 천안에서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유연욱씨. 얼굴만 보더라도 얼마나 설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아이 셋을 둔 몸으로 2년 만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현재 사회복지 1급을 준비 중이다. 사이버 멘토링을 알게 된 것도 대학원 리포트 작성을 위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면서라고.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바빠 보이지만, “멘티는 작은 고민 하나라도 가진 분이라는 생각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전했다. 막 멘토 참가 신청서를 쓴 그녀는 “조만간 멘티와의 매칭이 이뤄질 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멘티는 나의 또 다른 멘토
경제 마케팅 분야 멘토 이유경
“멘티가 저와 매칭이 되지 않으면 활동을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해요(웃음). 코드가 비슷해서인지 한 번 만나도 여러 번 만난 것처럼 사이가 아주 좋답니다.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사이버 멘토링 가족들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활동도를 보이는 이유경·김인숙 멘토링 커플. 파티 이벤트 전문 진행자로 잘 알려진 이유경씨는 행사 스케줄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멘티에게는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남기고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희망의 미래 그리기’ 코너에 장래 계획을 적었다.
5년 후에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10년 뒤에는 꿈을 나누는 봉사 도우미가 되고, 20년 후에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주변을 즐겁게 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어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이유경씨의 희망사항을 읽은 멘티는 더욱 원대한 꿈을 품게 되지 않을까.
●‘사이버 멘토링’ 이란…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이 삶의 지혜와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의 시스템을 지칭한다.●‘멘토’란…멘토링 관계에서 역할 모델, 상담자, 교사, 후원자 역할을 하는 선배.
●‘멘티’란…멘토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듣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대화자.
●참여방법 : 위민넷 사이버 멘토링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내용을 기준으로 멘토와 멘티를 선정해 매칭해준다. (www.women-net.net)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