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다시 의사가 되길 바라시지만,
어쩌면 제가 만든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걸요”
한때 의학도였던 김광삼 교수는 ‘의사를 포기하고 게임을 한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한다.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30년 후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늘 재미있는 세계를 찾아다니는 괴짜 교수 김광삼을 만났다.
디자인에는 신경 쓰지 않은 이름
“어떤 이름에 들어가도 웃기는 글자 광(光), 역시 어디에 넣어도 촌스러워보이는 글자 삼(三). 목사님께서 뜻은 좋게 지어주셨는데 디자인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셨나 봐요. 삼광이라고 짓지 않은 게 다행이긴 한데, 촌스러워서 이름을 잘 드러내진 않는 편이었어요.”
김광삼 교수는 게이머 사이에서 ‘별바람’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올 초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을 맡으며 게임 개발보다 대학 강단과 협회 일에 매진하던 그가 최근 다시 게임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에 만남을 청했다.
“‘그녀의 기사단’도 사실 3분의 2밖에 보여주지 못한 미완성작이었구요. ‘혈십자’는 지난 2004년 발매될 예정이었는데 정교수직을 맡으면서 잠정 중단했어요. 이제 그동안 미뤄뒀던 ‘그녀의 기사단’과 ‘혈십자’를 제자들과 함께 완성하려고 합니다.”
‘그녀의 기사단’의 원맨 개발자이자 의사에서 게임 개발자로 직업을 바꾼 특이한 이력 때문에 그는 괴짜 교수님으로 더 많이 알려 졌다. ‘괴짜’라는 주위의 시선에 대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괴짜’란 말이 싫지는 않아요. 다만 ‘의사를 포기하고 게임을 한다?’는 말이 싫을 뿐이죠. 그 말은 의사는 귀한 직업이고 게임 개발은 그보다 못한 직업이란 인색에서 오는 말이잖아요. 생명을 구하는 일이 물론 귀하고 보람 있는 일이지만, 게임 개발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김 교수는 현재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런데 게임 개발자들 중에는 재미만을 추구하다가 너무 말초적인 것에 치우치는 경우가 있어요. 이제 온라인 게임에서 사회생활을 미리 배우는 어린이도 많잖아요. 지금부터라도 30년 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엉뚱하고 괴팍한 장남
김광삼 교수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으면서 목숨을 걸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뭔가 목숨을 걸고 열정을 쏟을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2004년에 전임교수가 된 후 그는 한동안 자동차에 미쳤다.
“하루 24시간 게임 개발자 겸 경영자로 살다가 주 12시간만 수업하면 되는 교수가 되니까 공항상태가 오더라구요. 사는 게 별로 재미없었어요. 그러다가 찾은 게 자동차예요. 지금 가지고 있는 차는 국산 스포츠카인데, 튜닝비가 찻값보다 더 많이 들었어요. 금액은 아내가 알면 제가 다치기 때문에 비밀이에요.”
“아직까지 이름처럼 세상에 빛이 될 욕심은 없는데, 제가 할 일 하나쯤은 있다고 믿고 있어요. 자동차는 목숨을 담보로 스피드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조금 어리석은 얘기 같은데, 하나님이 제가 세상에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데리고 가실 것 같아요.”
지금은 교수 신분이지만 처음 그가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외과의사인 아버지는 심하게 반대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때 기독교 병원 외과과장이던 아버지는 장남인 그가 자신의 뒤를 잇는 뛰어난 외과의사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대학생인 그를 직접 수술실로 불러들여 개인지도를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제가 뛰어난 외과의사가 되길 바라셨어요. 그래서 많은 공을 들이신 것도 사실이구요. 교수가 된 지금도 여전히 탐탁지 않게 생각하세요. 4남 1녀 중 둘째 남동생하고 셋째 여동생 모두 의산데 막내가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부모님은 모두 저 때문이라며 절 원망하고 계시죠. 동생과 같이 게임 개발을 해보는 건 어떠냐구요? 같이는 싫어요. 벌써 욕먹을 거 다 먹었는데, 절대 못해요. 내 몸 하나 추슬르기도 힘들어요.”
엉뚱하고 괴팍하지만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는 김광삼 교수. 그의 이름 속에 담긴 ‘믿음, 소망, 사랑’의 빛이 세상을 변화시킬 게임 속에 녹아들길 기대한다.
■ 글 / 김성욱 기자 ■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