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의 도움으로 직업상담사 자격증 따고 같은 길을 가게 됐어요”
살다보면 어쩌다 맺어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또 특별한 계기를 통해 노력해서 가꿔나가는 관계도 있다. 사이버 멘토링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가 바로 이 ‘인연’이라는 것. 2007년 첫 릴레이 인터뷰 주자인 김지영 (37·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과 박미림씨(26·서원대 정치행정학과 조교) 커플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더라’는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둘의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나갈 것 같은 예감을 갖게 한다.
멘토 김지영의 이야기 “백 마디 말보다 필요한 건 멘토 스스로의 노력을 보여주는 거예요”
행정학과 조교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문득 내가 분위기에 휩쓸리듯 이 길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어요. 직업상담사에 관심이 갔지만, 6개월 가량 이렇다할 시작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거든요. 마침 직업상담사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다 ‘사이버 멘토링’을 알게 되어 가입했는데, 지금의 멘토님과 매칭이 되는 행운을 얻었죠.
처음엔 직업상담사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멘토님께 지식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마치 답안지를 찾듯이 질문을 퍼부었죠. 그때 멘토님께서 저를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답만 달달 외우는 앵무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가르침이라잖아요. 멘토님께서는 제가 궁금증을 제시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시고 그중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찾게끔 하셨어요. 직업상담사 1차 시험은 그런대로 수월해도, 2차 논술고사는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전 멘토님 덕분에 뜻하지 않게 한번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사이버 멘토링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의 특별한 커뮤니티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1년 가까이 겪어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멘토님과 저는 조교와 조교 출신, 진로상담가와 지망생이라는 공통점을 출발점으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믿음을 쌓아갔어요. 직접적인 권유보다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추진해가는 과정과 의지를 보여주신 멘토님의 글은 저에게 아주 큰 자극이 됐지요. 그게 멘토님이 강조하는 모델링의 효과죠. 저도 멘토님처럼 실천하는 상담자가 될 수 있겠죠?
이제 갓 자격증을 취득했을 뿐이지 아직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덜 갖췄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할 작정이에요. 미술치료와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멘토님의 도움으로 그 분야 전공자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일러주신 대로 향후 진로도 결정할 계획이고요.
‘커리어 카운슬링’을 전공하겠다고 하자 많은 선배들이 말렸어요. 제가 공부할 당시만 해도 활성화된 분야가 아니었거든요. 도움을 절실해하며 공부해왔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직업상담사를 원하는 미림씨를 만나게 되어 기뻤어요.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건 미림씨가 노력한 덕분이죠. 아무리 방법을 일러줘도 습관 또는 태도 때문에 미루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미림씨의 장점이라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집중력이 뛰어난 것을 꼽을 수 있어요. 사이버 멘토링이 준 기회도 미림씨 스스로 구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잖아요. 아마 직업상담가로서도 훌륭한 역량을 발휘할 거라 믿어요. 자격증을 시작으로 관련 분야 워크숍과 보충 연구를 하는 게 남은 과제겠죠.
석사 과정을 밟을 때 PC통신과 채팅 문화가 시작됐어요. 제 친구들은 이메일 주소도 만들지 않았을 때 저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했죠. 제 전공 영역이 진로 상담이다 보니 미래학자들의 저서를 자주 읽고,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거든요.
저희 학과에 ‘사이버 상담의 이론과 실제’라는 과목을 개설한 것도 앞으로 사이버 상담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함이에요. 위민넷에서 추구하는 사이버 멘토링의 목표도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닐 거예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상의 편리함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정과 신뢰를 더해야지만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미림씨도 앞으로 직업상담가가 되면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될 겁니다. 이를테면 생계 문제로 인해 당장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하기 때문에 능력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직업을 택하는 사람이 상담을 의뢰했다면, 미림씨 입장에서는 꽤 안타깝겠죠. 그럴 때 상담자의 가치관이 발휘될 거예요.
상담자가 갖춰야 할 기본 미덕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은 경험을 꼽을 수 있어요. 상담 활동 자체가 간접 경험이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최대한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워요. 저는 아직 미혼이고 아이도 없으니 가족, 부부, 육아 관련 상담은 피하고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서로에게 협력이 되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거예요. 미림씨가 얘기해준 대로 제 직업과 성격을 잘 보듬어줄 수 있는 이해력 넓은 남성이라면 정말 좋겠네요. 가정을 안정적으로 잘 꾸려나가는 것도 상담가의 입장에서는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어요.
●사이버 멘토링이란 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이 삶의 지혜와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의 시스템을 지칭한다.
●멘토란 멘토링 관계에서 역할 모델, 상담자, 교사, 후원자 역할을 하는 선배.
●멘티란 멘토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듣고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대화자.
●참여방법 위민넷(www.
women-net.net) 홈페이지를 방문해 사이버 멘토링 회원가입신청서를 작성하면 내용을 기준으로 멘토와 멘티를 선정해 매칭해준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협찬 / 국립극장 내 레스토랑 해와달(02-2285-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