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수학 선생님이 있다. 어려운 수학 공식을 쉬운 노래로 불러 화제가 된 민정범 교사다. EBS 방송 후 인터넷에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라니, 가히 폭발적인 인기라고 할 수 있겠다. 별난 선생님의 별난 학습법이 흥미롭다.
한 번 들으면 머리에 쏘~옥, ‘수학공식송’
먼저 ‘수학공식송’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입이 근질거려 도무지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민정범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방활송(방적식 활용 노래)’을 부르기 시작했다. ‘구하고자 하는 것을 엑스(x)로 두고~ 엑스에 대한 방정식 세우고~’로 시작되는 ‘방활송’은 따라 부르기 쉽고, 가사도 재미있었다. 한 번 들었는데 머릿속에 쏙 들어올 정도니, 그의 인기비결을 알 만했다.
“초창기에는 가수 이정현의 ‘바꿔’라는 노래를 ‘분수로 다 바꿔’라고 해서 불렀어요. 가수 윤종신의 노래 ‘팥빙수’를 이용해 ‘팥빙수 그래프송’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 외에 ‘어머나 혼합계산송’, ‘으라차차 정다면체송’ 등 여러 곡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든 거예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로 ‘수학공식송’을 만들어 오라고도 했다는 민정범 교사. 역시나 그는 별난 선생님이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의 감각이 어찌나 뛰어난지 모른다며, 학생들이 만든 기발한 ‘수학공식송’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창 이야기하던 그는 자칫 1년 내 수업 시간에 노래만 부르는 선생님으로 비쳐질까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수학 공식에 노래를 붙일 수 있는 단원이 학년별로 3, 4개씩 있어 그 단원을 배울 때 ‘수학공식송’을 활용하곤 한다고. 그가 이렇게 유명해진 데는 인터넷의 역할이 크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EBS 방송 강의가 화제가 된 것이다.
그동안 EBS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치던 민정범 교사는 올해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학을 가르치게 됐다. 그는 새로운 학년을 가르치려다 보니 긴장이 많이 돼 요즘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학교 수업을 하면서 EBS 강의도 해야 하니 바쁘긴 해요. 하지만 제가 EBS 강의를 하는 게 대신중학교 학생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EBS 강의가 학교 수업 진도보다 1, 2개월 빠른데, EBS 강의를 한 뒤 학교 수업을 하면 그만큼 수업의 질이 향상되니까요. EBS 강의를 하는 다른 선생님들도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
사실 민정범 교사는 노래와 인연이 깊다. 그는 1998년 제2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사랑의 죄’를 부른 남성듀오 로얄젤리 출신이다. ‘사랑의 죄’는 그가 작곡한 곡으로, 무대에서 그는 랩을 불렀다. 당시 로얄젤리는 대상과 인기상을 수상하면서 음악인으로서 가능성도 내비쳤다.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던 것 역시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음악으로 직업을 삼을 생각은 애당초 없었답니다. 제 꿈은 수학 선생님이었어요. 제가 수학을 배울 때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뭔가를 한 번 해보고 싶었죠.”
“그동안 제가 한 것들은 시행착오였다고 생각해요. 수업이 즐거워야 하지만 학생들의 니즈(Needs)를 만족시켜줘야 할 의무도 있잖아요. 즐거움을 남기되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지금은 ‘도입은 즐겁게, 개념 설명은 집중력 있게 학습 위주로, 마무리는 학생들에게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학생들과 카트라이더 게임을 할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낸다는 민정범 교사. 그는 특별활동 시간에 음악반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생님과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를 만들어 학교 축제나 연말 공연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그는 밴드 안에서 ‘보컬’을 담당했다.
인터뷰 말미, 민정범 교사는 학부모에게 건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많은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에 대해 너무 민감하세요. 수학은 위계성이 있는 학문인 만큼 단계별로 공부해야 합니다. 1단계를 확실히 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 나가면 나중에는 따라가지도 못하고, 결국 수학에 흥미를 잃게 돼요.
조금 늦더라도, 차근차근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리한 선행학습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에 싫증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님들이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초등학교 시절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이해력이 뛰어나더라고요.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독서 교육에 힘을 쏟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학 선생님으로서 8년을 보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민정범 교사. 수학이 즐거운 학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는 오늘도 ‘수학공식송’을 부른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