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모친과 할머니 위해 보행운동기 발명에 나선 박홍태 부녀

관절염 모친과 할머니 위해 보행운동기 발명에 나선 박홍태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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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설에 어머니께 보행운동기를 선물해드릴 거예요.
아마 깜짝 놀라시겠죠?”


관절염으로 거동이 편치 않은 어머니를 위해 보행운동기를 발명해낸 사람이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주)이지스텝의 박홍태 대표. 보행운동기란 운동기구로도 사용할 수 있는 보행차를 가리킨다. 지난해부터는 박홍태 대표의 딸까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뜻을 같이하기에 이르렀다. 박홍태·박자연 부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세상에 빛을 밝히라’는 모친의 말 가슴에 새겨
관절염 모친과 할머니 위해 보행운동기 발명에 나선 박홍태 부녀

관절염 모친과 할머니 위해 보행운동기 발명에 나선 박홍태 부녀

“몇 해 전 어머니께서 양쪽 무릎이 좋지 않아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어요. 수술 직후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된 듯 보였어요. 그러나 체계적인 운동을 하지 못해 수술 전보다 상태가 훨씬 악화되었지 뭐예요.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해야 인공관절이 몸에 잘 붙는데, 그러지 못하자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 거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이가 많아 보행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재활환자들이 혼자서도 운동할 수 있는 기구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하게 됐지요.”

이렇게 시작된 박홍태(52) 대표의 고민은 2년 동안 계속되됐다. 그러던 중 2006년 9월 ‘노인과 재활 환자의 보행 보조장치’, ‘운동 보조장치’ 특허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보행차 분야에서 발명특허를 획득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어서 그 성공은 더욱 값지다. 박홍태 대표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이지스텝 보행운동기의 국제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2005년에 시작해 제품 개발에만 꼬박 2년이 걸렸어요. 지난해 9월 발명특허는 받았지만 그 뒤로도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서른 번이 넘는 샘플 작업을 거쳐 지금의 제품이 탄생했어요. 더 심플하고,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는 수도 없이 계속됐죠.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이 세상에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건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박홍태 대표에게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다. 그는 그런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을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어머니라고 고백했다.

“어머니가 올해로 여든둘이세요.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한 것은 물론이고 인공심장까지 갖고 계신 분이세요. 한마디로 몸이 아주 쇠약한 상태인 거죠. 아들이 보행운동기를 개발한다고 하니 무척 기뻐하시면서 선뜻 5백만원을 내주시더라고요. 그동안 자식들이 드린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두셨다가 제가 제품을 개발한다니까 ‘얼마 안 되지만 보태 쓰라’며 주신 거예요. 어머니는 제가 하는 일이 혼자서는 걸을 수조차 없는 수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며 대견해하셨어요. 그들을 환하게 밝히는 빛이 되라며 큰힘을 실어주셨죠. 개발 자금이 넉넉지 않던 차에 어머니가 주신 돈은 매우 요긴했답니다.”

좌절할 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렸다는 박홍태 대표. 자식이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자기 분야에서 바로선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란 걸,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손재주 남달랐던 ‘만능 재주꾼’ 아버지
박홍재 대표의 딸 박자연씨(27)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홍재 대표는 ‘만능 재주꾼’이다.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손재주는 남달랐다고 말했다.

관절염 모친과 할머니 위해 보행운동기 발명에 나선 박홍태 부녀

관절염 모친과 할머니 위해 보행운동기 발명에 나선 박홍태 부녀

“아버지는 손재주가 무척 뛰어나셨어요. 때문에 제 초등학교 시절 미술 방학 과제물은 모두 아버지 차지였죠. 저는 몇 시간을 끙끙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데, 아버지는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어내셨거든요. 개학해서 과제물을 내면 학교에 전시까지 해놓을 정도였어요. 어머니가 하시던 음식점 실내 인테리어도 모두 아버지가 손수 하셨죠. 손님들이 인테리어 멋있다고 난리였을 정도예요.”

한참을 이야기하던 박자연씨는 자신은 왜 아버지의 손재주를 닮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딸의 이야기를 듣던 박홍태 대표도 덩달아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그는 아버지 일을 도와주고 있는 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일은 제 일이에요.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건 제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품만 개발했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그걸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죠. 근데 그런 일에는 영 소질이 없어요. 그 일을 딸에게 부탁한 거예요. 당시 딸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제 권유를 받아들여 회사도 그만두고 저를 도와주고 있답니다. 딸이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박자연씨는 아버지가 보행운동기를 개발할 마음을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양로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녀는 고령자들의 운동 실태를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허나 많은 양로원을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운동기구가 제 역할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양로원의 운동기구는 단순한 전시용품에 불과한 정도였다고.

양로원을 둘러본 뒤 아버지의 일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는 박자연씨. 가끔 난관에 부딪쳐 힘겨워하는 아버지에게 “아빠는 지금 좋은 일 하시는 거예요!”라며 힘을 북돋워주기도 했다니, 참 기특한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지스텝 보행운동기
전세계 고령자 절반 이상이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 같은 노인성 질환으로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적절한 운동을 하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인구 7명당 1명, 55세 이상 인구 중에서는 80%가 관절염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도 힘든 이들이 운동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분들의 건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보행운동, 특히 서 있는 상태에서의 전신보행운동입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허약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자기 힘으로 20분 이상 운동을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이런 현실에서 이지스텝 보행운동기는 고령자 및 재활 환자가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죠.”

박홍태 대표의 말이다. 이지스텝 보행운동기(www.easy-step.com)는 고령자나 재활 환자들이 실내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가슴과 배 부분에 착용하게끔 되어 있는 안전 재킷은 척추를 보호해줘 고령자나 재활 환자의 전신보행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지스텝 보행운동기는 지난 1월 2일 출시되자마다 뇌졸중장애인협회, 광주시립인광치매병원과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박홍태 대표는 인터넷 쇼핑몰 G마켓과 판매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일본의 건강 관련 유통업체에서도 제품 납품에 관한 문의를 해온 상태라고 전했다.

혼자 거동하기가 불편했던 어머니를 향한 아들과 손녀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지스텝 보행운동기. 이것은 단순한 운동기구를 뛰어넘어 ‘사랑의 선물’이라는 확신이 든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김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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