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게시판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사이버멘토링의 대표 멘토 아홉 명 중 경제 분야를 맡고 있는 김승미 멘토(49, 인세션 대표이사)와 그녀의 멘티가 한자리에 모였다. 멘티는 김영신(33), 이영재(29), 김지선(21), 황혜경씨(00) 모두 네 명. 경북 구미에서 근무하는 황혜경씨를 제외한 나머지 멘티들이 월차까지 내면서 평일 오후 어렵사리 시간을 냈다. 멘토를 만난다는 설렘에 들떠서 월차까지 반납했다는 것은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김승미 멘토의 말투만으로도 멘티들을 얼마나 아끼고 신뢰하는지 어렵잖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1:1 멘토링이 아닌 대표 멘토 1인과 멘티 다수의 만남은 1+4=5가 아닌 무궁무진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1996년 국제회의 대행사 인세션을 설립해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를 치른 김승미 멘토. 동시통역사로 일가를 이루고 국내 컨벤션업계에서 입지를 확고히 한 그녀가 불과 4년 전 이 일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누가 보더라도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녀였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현재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준 이는 바로 직원들이었다. 그렇게 인세션은 지난해 가슴 뿌듯한 10주년을 맞이했다. 멘티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한 김승미 대표 멘토의 고백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절반 정도 왔으니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절반밖에 오지 않았으니 여기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갈등하게 되는 시기.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이 시기,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금껏 만난 멘티는 대부분 학생이거나, 새롭게 정한 진로를 향해 매진하는 응시생들이었다. 외국계 회사의 영업부 대리, 주얼리 업체 팀장, 굴지의 전자기업체 엔지니어, 컨설팅업체 경영을 꿈꾸는 경영학도라고 자신을 소개한 멘티들과 마주하자, 이들에게 과연 멘토가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올해로 저도 직장 생활 7년 차에 접어드는데, 늘 가까이에 제 역할모델이 있었으면 했어요. 지하철에서 사이버멘토링 광고를 보는 순간 그 개념이 가슴이 와 닿더군요. 직업적인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상대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멘토가 절실했거든요(김영신).”
김승미 멘토가 몸담고 있는 국제회의 대행 업무는 촉망받는 직업군이다. 지난 2003년 처음 도입된 국제회의기능사 자격증 시험 때는 4천 명 이상이 몰려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서 멋들어지게 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국제회의 진행 업무에 비하면 1천 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성공적인 국제회의를 완성한 후에 얻는 보람 덕분에 1천 분의 9백99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잖아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고비를 넘기면 다 까먹게 돼 있어요. 세포 하나 고장 나면 바로 회복되듯이 우리는 좋은 기억만 자주 꺼내보고 되새김질하면서 앞으로 나가야죠. 내가 나를 인정하면 좋아지게 되어 있거든요.”
Q&A로 점철된 만남은 진정한 멘토링이 아니다
“멘토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직원과 CEO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실감했어요. 아직은 직원의 입장이라 잘 모르지만, 향후 제가 CEO가 됐을 때를 예상하면서 일하다 보면 원만한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죠. 최근에 일본과의 제휴 건을 직접 진행하면서 멘토님이 강조하시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체득할 수 있었어요. 미래에도 전 멘토님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요. 우리는 끝까지 갈 겁니다(이영재).”
혹 1:1 멘토링이 아니어서 아쉬워하는 멘티들은 없을까. 그런데 멘티들은 하나같이 만족해하는 눈치다. 이영재씨는 “‘긴급시’에는 멘티들끼리 만나 해결점을 찾는다”고 했다. 전공이나 활동 분야가 다르다 보니 다채로운 정보의 교류가 가능해졌고 이씨는 덕분에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멘티의 세계에서는 나이나 경력에 따른 상하관계가 없다. 때문에 대화의 폭도 넓다. 나이로 치면 막내 격인 김지선씨가 국제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황혜경씨에게 조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멘토는 흐뭇하다 했다.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하는 멘티로 인해 한 가지 불편함이 있다면 그들이 사이버상에 글을 올릴 때마다 자동으로 알려주는 문자메시지 알림음으로 인해 멘토는 잠을 설치는 날이 가끔 있다는 것 정도!
“A의 답을 구하기 위해 Q&A를 하는 건 진정한 멘토링이 아니에요. 그건 자문을 구하는 것일 뿐이죠. 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그걸 뛰어넘어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몇 십 년 더 먼저 살아온 멘토는 선배의 입장에서 경험을 들려주고, 멘티는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대입시켜 해결점을 찾는 거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 어느새 한층 성장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김승미)”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여성 네 명이 모이자 ‘유럽이나 뉴질랜드처럼 우리나라도 여성이 통수권자가 되면 좀더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까지 대화가 흘러갔다. 지금까지 조용조용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해온 만큼 앞으로는 우리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의지 하나로 컨벤션업계에 뛰어들어 개척자 정신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온 김승미 멘토. 멘티들의 눈빛을 보니 제2, 제3의 김승미를 기대해도 좋을 듯했다.
“‘눈 위에 발자국 하나가 잘못 찍히면 뒤에 가는 사람들은 잘못된 길을 따라간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누구든 앞서가는 사람이 후배들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사이버멘토링처럼요.”
클릭 한 번으로 엄청난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김승미 멘토는 위민넷 홈페이지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악성 리플은 절대 달리지 않고 격려와 애정이 넘치는 사이버멘토링의 세상은 여성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창구가 아닌가 싶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 협찬 / 카페 힐(02-555-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