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에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당당하게 사랑하세요”
최근 연상녀·연하남 커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책이 한 권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위한 연애지침서 「누나! 결혼 할래」(푸르름)가 그것이다. 책의 저자는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 기자 박주연씨. 문화와 사회 분야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그에게 ‘연상녀·연하남’ 신드롬은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현상이었을 게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기억하는가.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던 방앗간집 셋째 딸 ‘삼순이(김선아)’와 그녀를 사랑하던 멋진 남자 ‘삼식이(현빈)’ 말이다. 푼수기 가득한 미자(예지원)와 그녀의 왕자님 지 PD(지현우)는 또 어떤가.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지 PD는 노처녀 미자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당시 모든 노처녀의 팬이 되었다.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천정명, ‘달자의 봄’ 채림-이민기, ‘사랑에 미치다’의 이미연-윤계상 커플도 모두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다.
비단 드라마 속에서만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박주연씨는 “이러한 현상이 여성의 경제력 획득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자기 일이 있고 밥 굶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있는 여성은 더 이상 남자의 지갑에 의지하지도, 결혼에 연연하지도 않아요. 그들은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남성을 선택해 연애를 즐기고, 결혼은 연애해본 다음에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하죠. 얼마든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굳이 권위를 내세우는 남자를 만날 필요는 없으니까요.”
물론 20대~30대 초반, 일에 파묻혀 살다가 남자를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30대 중반 즈음에 남자를 찾지만 비슷한 나이의 괜찮은 남자는 이미 다 유부남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박주연씨는 “이런 현실도 여자들이 연하남에게 눈을 돌리게 하는 데 큰 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연하남은 어떤 이유로 연상녀를 좋아하는 것일까. 연상녀를 좋아하는 남자는 20대 초·중반이 많다. 「누나! 결혼 할래」에 따르면 이 나이대의 남자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연상녀는 일과 세상에 대해 자신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여긴다. 연상녀들의 경제적인 여유로움도 좋아 보인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의 남자들은 은연중 어머니의 따뜻함을 대신할 여성을 기대하게 된다. 연하녀보다는 연상녀가 그들에게 모성을 채워줄 확률이 높은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연애하기
박주연씨는 “책을 통해 연상녀·연하남이 이상적인 연애 유형이라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지 여성의 경제력 획득과 함께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조명하고 싶어서 펴낸 책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가 본격적으로 책을 쓴 건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다. 책에 등장하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해 연상녀 혹은 연하남과 연애 중이거나 연애를 했던 수많은 경험자들을 다각도로 인터뷰했다. 직접 만나기도 했고,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화 인터뷰도 수없이 했다. 이 책에 미혼인 저자 본인의 연애 경험도 녹아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상상에 맡기겠다”며 웃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 양쪽을 동시에 인터뷰한 적은 거의 없어요. 자기의 속마음을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알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더라고요. 또 흥미로운 점 하나는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의 경우 오히려 자신들의 이야기가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본보기로 보도되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점이에요. 여덟 살 차이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씨와 황민씨 커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랬어요. 특히 연상녀인 여자보다는 연하남인 남자 쪽이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반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죠.”
아직도 그들에 대한 편견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주연씨는 또 연상녀·연하남 커플에서 연상녀는 아직도 ‘을’의 입장인 것 같다는 속내를 비쳤다. 진정 연하남을 좋아하고 연하남과 사귀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이상형을 묻는 말에 “연하남이오”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상형이 연하남이라는 것을 밝힌 여자들은 ‘됐네요’ ‘꿈 깨요’ ‘그러니까 시집을 못 가죠’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운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연상녀가 드러내놓고 연하남을 찾기에는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죠. 아니 그건 축복이고,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하지만 사랑하는 데 나이 차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일생 동안 우리가 몇 번이나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면 정답은 간단해요.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껏 사랑해야 하는 거예요.”
박주연씨는 연상녀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여자들은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 때, 다시 말해 사랑이 완결됐다고 믿는 시점에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남자들은 찰나의 감정이라도 사랑이 싹트는 순간 ‘사랑한다’고 얘기한다는 것. 그러니 여자들이여, 남자들의 ‘사랑한다’는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길.
■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박형주 ■장소 협찬 / BIRDS N BUGS(02-777-8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