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생활… 오늘도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 뛰고 있습니다”
늘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추구하는’ 국가정보원에 여성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87년 KAL기 폭파사고 이후였다. 김현희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여성 요원이 필요하게 된 것. 이후 국정원에 꾸준히 여성 인력이 늘었다. 최근에는 여성 인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국정원에도 여성 인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정원에서 활약하는 여성 5인방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업무성격상 실물과 실명을 밝히지 못했다.
북한이탈주민 담당 신문관 이지연(가명)
탈북주민을 담당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역시 인연이 되었던 탈북민들이 잘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다. 일반인들도 이사 가면 새로운 거주지에서 적응하느라 힘들게 마련이다. 하물며 탈북민들이 목숨을 걸고 선택한 낯선 땅에서 의지할 가족도 없이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들이 원하는 곳에 진학하거나 취업 혹은 결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슴 깊이 뿌듯함을 느낀다.
분단체제로 인해 어투나 단어 등이 이질적인데도 의사소통 면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때 ‘아, 역시 남북한은 한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탈북민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북한에서 어렵게 VCD를 구해 ‘겨울연가’를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을 보지 못했다며 내용을 물었던 탈북자가 생각난다. ‘문화’라는 동질감 덕분에 체제의 이질감을 뛰어넘어 따뜻한 만남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차승원이 주연한 영화 ‘국경의 남쪽’을 기억하는가? 대체로 북한의 모습을 상세하고 실제적으로 묘사했고, 탈북민이 겪는 문제점과 한국 사회와의 괴리감도 잘 그린 영화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속적으로 탈북민의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에게 탈북민에 대한 애환을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였다.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는 마약 범죄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마약범죄 관련 전문가 김소영(가명)
개인이 아닌 국가, 내 조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국정원을 선택했다. 마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범죄자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주로 분석 업무를 하기 때문에 거친 일은 많지 않다.
힘든 일도 많지만 수집한 첩보를 분석해 마약범죄자를 색출하거나 마약범죄 피해 예방이 이루어질 때는 보람을 느낀다. 한국의 경우 중국에서 필로폰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며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유럽 등지의 신종 마약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또 최근 국제 특송 우편을 이용하는 등 마약 밀수기법이 다양화·지능화되어 마약범죄에 대한 경계를 한시라도 늦추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삼합회와 일본 야쿠자 등 거대 범죄조직이 호시탐탐 한국에 교두보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국내 조폭과 연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 신종 마약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에서 적발되는 신종 마약 종류에 대해 상시 정보를 수집하고 유관 기관에 지원하는 등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일 국내에서 신종 마약이 발견될 경우 신속하게 마약류로 지정·규제하는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신종 마약이라는 유혹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테러는 내가 막는다!”
대테러 전문가 송경미(가명)
테러 분야는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된 분야가 아니다. 이 때문에 내가 직접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들이 기초 자료가 되고 국민들에게 테러에 대한 위험 의식을 고조시키는 초석을 세우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힘들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국가정보원 소속이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할 일이 많은 편이다. 가끔 일을 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는데, 털어놓지 못해 답답할 때도 있다.
가끔 외부에서 아직 여성 국정원 요원을 놀랍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의외로 반기면서 편하게 대해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여자가 더 편할 때가 있다. 물론 일에 있어서는 남녀의 구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등하다.
테러에 대해 ‘우리나라는 안전하다’ ‘나는 안전하다’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물론 과도한 경계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칠 정도가 되면 안 된다. 테러는 항상 생각지 못했던 장소와 시간, 방법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테러범과 대테러 기관은 늘 ‘상상력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9.11 테러를 떠올리면 잘 알 것이다. 한국에서는 알카에다나 탈레반과 같은 테러단체 활동이 절대 없을 거라고 안심하지 말고 주변에 거동이 수상한 자나 위험물질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신고하자.
“첩보영화 방불케 하는 소리 없는 경제 정보 전쟁”
첨단산업기술 지킴이 박수진(가명)
몇 해 전 국내 유명 LCD 제조회사인 A사 핵심연구원들이 대만 경쟁업체로부터 기술 유출을 대가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전직을 추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의 혐의점을 추적했다. 이들은 기술 유출을 공모하고 순차적으로 퇴직하는 과정에서 A사가 4∼5년간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LCD 핵심기술 자료를 빼돌려 출국하려 했다. 만약 이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에 있던 LCD 제조기술과 인력이 통째로 대만으로 빠져나가 하마터면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정보기관의 생명은 ‘보안’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조차 신분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보람 있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을 많이 하면서도 함부로 자랑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홍길동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늘 국가 간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에 대비한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요원 이진선(가명)
2003년 1월 25일 슬래머웜으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우리나라는 약 24시간 동안 인터넷이 마비되었는데, 하루아침에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패닉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대응·복구하는 데 부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 이런 일은 국가에서 총괄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이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가끔씩 외국 해커로부터 우리나라 전산망이 공격받아 개인 정보나 국가 중요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아 일반 국민들은 모르겠지만 사이버안전센터는 외국의 해커 공격을 감시하고 조치하느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매일매일 첩보영화 한 장면처럼 생활한다. 외국 해커로부터 국가 전산망이 뚫리고 중요 자료가 유출되었다면 IT강국의 이미지는 물론, 국가 경쟁력이 상실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90년대부터 일어난 걸프전·유고전·이라크전 등 각종 전쟁이나 국가간 분쟁이 있을 때마다 사이버 공격이 수반되었다. 국정원의 사이버안전 요원이라면 아무래도 먼저 국가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간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에 대비하고, 국가 전반의 사이버 위협을 종합 감시하며, 중요 전산망에 대한 취약점 제거 활동과 사고 발생시 긴급 대응 복구하는 등 사이버 안전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나도 국정원 요원이 될 수 있을까?
국정원의 신입직원 채용은 크게 7급과 9급 그리고 경력직으로 나뉘어 있는데 7급은 매년 8월 정기적으로 1회 채용하며, 경력직과 9급은 해당 업무별 부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경력직과 9급 채용은 수시로 실시하니 채용 정보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국정원 취업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국정원 채용사이트(whois.nis.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 상록회관에 자리한 인력관리실(02-558-9600)을 방문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서울과 지방 총 60개 대학을 직접 방문해 국가정보원 업무 소개와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생생한 정보를 원하는 이들은 이곳을 찾으면 될 듯하다.
■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제공 / 국가정보원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