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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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를 처음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죠. 아나운서감이었어요”


김주하, 강수정, 이정민, 김범수, 김주희 등 스타 아나운서는 처음부터 그렇게 완벽한 외모와 아나운싱을 구사했을까. 그들에게도 초보 연습생 시절이 있었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 사람. 바로 ‘이선미 스피치랩’의 이선미 대표다. 그를 만나 스타 아나운서들의 연습생 시절 이야기, 아나운서 연습생들의 불철주야 연습 과정을 들여다봤다.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안녕하십니까. ○○○ 뉴스입니다…”
마포 불교방송 건물에 자리 잡은 ‘이선미 스피치랩.’ 미니 스튜디오가 마련된 강의실에서는 아나운서 연습생들의 실습이 한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 뉴스입니다. 오늘 정부는…” 강의실 틈새로 실습생들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뉴스를 읽는 중간 터진 웃음을 듣지 못했다면, 방송국 아나운서가 와서 리포팅을 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들이었다.

이곳이 바로 김주하, 강수정, 김범수 등 스타 아나운서들을 탄생시킨 아나운서 아카데미. 지금은 방송계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아나운서들이지만, 이들 역시 강의실의 연습생들처럼 ‘연습하다 틀려서 박장대소하던 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발굴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키운 사람은 바로 이선미 선생.
그녀는 1970년 동아방송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KBS 라디오 전문 MC, 불교방송 아나운서 국장을 역임한 이후 EBS 시청자 자문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 스피치 학회 이사, 이선미 스피치랩의 대표로 있다.

이선미 선생은 1980년대 후반 아나운서 스피치 강좌를 최초로 시작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후 불교방송 문화센터와 이화여자대학교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꾸준히 아나운서 강의를 담당해왔다. 때문에 2001년 본인의 이름을 딴 ‘이선미 스피치랩’을 개설한 것은 그녀의 인생 족적을 살펴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불교방송에서 근무하다가 그만두게 됐고, 직장이 없어지면서 외부에서 스피치 강좌를 같이해보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당시 사회 분위기상 스피치가 하나의 붐처럼 형성이 되고 있었죠. 제가 원래 사업가 체질은 아니에요. 그런데 기왕에 할 거면 내가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나운서와 방송기자 과정을 전문으로 시작한 스피치 아카데미. 반응은 이외로 좋았다. 학생들의 수는 해가 바뀔수록 늘었고, 아카데미에서 배출한 아나운서와 기자의 수도 갈수록 늘어났다.

특히 아나운서는 과거와는 달리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호 직업 1위로 꼽히고, ‘준연예인’으로 분류될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 이선미 선생은 이렇게 아나운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은 이유에 대해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아나운서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늘 새롭고, 신선하고, 긴장하게 만들어요. 또 늘 공부하게 만들고, 그만큼 성취욕도 있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MC, DJ… 김주하는 뭘 해도 뉴스처럼 했어요. 하하”
아나운서를 양성하기 시작한 지 벌써 20여 년째. 처음 방송 활동을 할 때는 방송에 미쳐서 살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인재 양성으로 보람과 즐거움을 얻었다. 특히 방송 3사에 아나운서 합격생이 나오면, 그 이상 기쁠 수가 없었다.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이선미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당당히 아나운서와 기자로 거듭난 이들은 지금까지 4백여 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김주하, 강수정, 서현진, 김주희, 김범수 아나운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선생이 기억하는 그들의 과거는 어땠을까.

선생이 김주하 앵커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도 이화방송아카데미에서다. 당시 이화방송아카데미에 출강하던 선생은 처음 강의실에서 김주하 아나운서를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고 회상했다.

“강의실에 30여 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는데, 김주하 앵커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눈이 번쩍 뜨였죠. 그 친구는 누가 봐도 아나운서감이었어요. 아주 확실했어요.”

강의실에서 단연 돋보였던 시원시원한 외모와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김주하 앵커. 이화방송아카데미를 수료한 이후에 김주하는 이선미 선생이 강의하던 불교방송 문화센터에서 1년여가량 계속 아나운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작은 케이블 TV에서 6개월간의 방송 경험을 쌓고는 MBC 아나운서 시험을 치러 보란 듯이 합격하더라는 것.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이선미 선생이 한눈에 알아봤던 김주하의 재능은 그렇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MBC 9시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고, 기자로 전향해 기자와 앵커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그녀.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김주하 앵커에게 단점은 없었을까.

“김주하 앵커의 한계는 바로 중저음의 굵은 목소리에 있었죠. 뉴스 리포팅은 무척 잘했어요. 그런데 교양 프로그램의 MC나 라디오 DJ, 쇼프로그램의 리포터 등은 너무 안 어울리는 거예요. 뉴스 앵커처럼 해버리니까 뭘 해도 뉴스 같았어요. 하하하.”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도 김주하 앵커의 노력은 끝이 없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아침 7시 뉴스를 진행하기 전날에도 선생을 찾아와 새벽까지 뉴스 연습을 하고 돌아갔을 정도.

연습생 시절도 돋보이는 실력을 자랑하더니 현재 MBC의 주말 뉴스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김주하 앵커를 보고 있으면 선생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 든든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이 똑같아요. 그런데 위치와 역할이 많이 높아졌죠. 정말 장하고, 대견해요.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본인이 정말 많이 노력했을 거예요.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출산하고, 다시 돌아와서 앵커와 기자를 겸하고 있는 거 보면 진짜 대단해요. 아주 멋진 친구죠.”

바쁜 일상 때문에 김주하 앵커 얼굴을 본 건 그녀의 결혼식이 마지막이었다. 결혼식 전날 신랑과 함께 청첩장을 들고 선생을 찾아왔던 것. “결혼식 전날 신랑과 함께 찾아 왔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그렇게 결혼식 때 보고, 아기 낳았을 때 연락하고 정도 참 많은 친구죠.”


“강수정은 SBS를 두 번 떨어지고 어찌나 펑펑 울던지…”
‘연예인화’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많은 MC 강수정 역시 이선미 선생이 아끼는 제자다. 이 선생은 강수정에 대해 “수정이는 성격이 참 밝고 좋았다”고 회고했다.

“수정이는 참 예쁘고 잘 웃는 스타일이었죠. 특히 피부가 정말 아기처럼 예쁜 피부 미인이었어요. 또 의지가 강하고, 욕심도 많았어요.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 결국 아나운서가 되더라고요(웃음).”

강수정은 SBS 아나운서 시험 최종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선미 선생은 당시 강수정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SBS 최종에서 두 번 떨어지고, 진짜 펑펑 울던 모습이 생각나요. 그 뒤 MBC와 KBS 지원이 남아 있었는데, MBC는 과감하게 지원을 안 하고 KBS 한 곳만 시험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1차, 2차 발표가 날 때마다 애간장이 녹아서 한 군데만 보겠다는 의지였죠. 그렇게 한 군데만 집중한 덕인지 그해 KBS에 합격을 했죠.”

지금은 KBS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해 전문 MC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수정. 그녀의 연습생 시절 단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어미 ‘…다’였다. “수정이는 어미 ‘다’가 그렇게 잘 안 됐어요. 그래서 뉴스 진행을 잘 못했는데, 나중에는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KBS 입사 이후에는 결국 뉴스를 안 하고 MC 쪽으로 빠지더군요.”

이 선생은 강수정을 연습생들에게 특강을 부탁하면 바로 달려와주는 겸손하고 착한 제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밖에 MBC 이정민 아나운서와 SBS 김범수 아나운서 역시 이선미 선생에게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제자들이다.

이정민 아나운서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나운서를 제의했을 때는 ‘기자’를 하겠다는 답변을 했단다. 그래서 iTV에 들어갔는데, 1년쯤 지난 뒤, 초췌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더라는 것. “정민이가 iTV에서 1년 동안 기자를 하고 난 뒤 저한테 와서 하는 말이 ‘선생님…그때 선생님 말씀 들을 걸 그랬어요. 지금이라도 해보려고요’였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기자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정말 열심히 한 친구였죠.”

지금도 연습생 시절 중국어로 DJ 개인기를 펼치던 게 생생하다고. 약간의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음에도 슬기롭고 지혜로운 친구로 기억했다.

SBS 김범수 아나운서는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아나운서에 어렵게 입사했다. SBS가 나이 제한을 처음으로 푼 해에 아나운가 됐다는 것. 이선미 선생은 “김범수씨가 원래 목소리에 비음이 있어서 아나운서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미식 축구 현장을 생중계할 정도로 뛰어난 영어 실력을 자랑했다”면서 “SBS 합격하고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했던 SBS 김주희 아나운서도 역시 ‘7전 8기’로 아나운서가 됐다. 선생은 김주희 아나운서를 ‘키 크고, 욕심 많은 당찬 친구’지만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꿈을 이룬 아나운서로 기억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 그냥 트렌드일 뿐
김주희 아나운서가 7전 8기로 아나운서에 합격했다고 말했을 만큼, 아나운서의 관문은 뚫기가 어려운 것일까. 공중파 방송 3사에서는 한 해 2~3명 정도의 신입 아나운서를 채용한다. 때문에 2000대 1 이상의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공중파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이선미 선생 역시 이 부분은 인정했다.

“아나운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활동 영역이 공중파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요즘 우리는 다채널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 TV, 사내방송, 지역방송 등 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더 기회가 많아진 거죠.”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김주하, 강수정 등 스타 아나운서 양성한 이선미 대표

최근 들어 강수정, 노현정 아나운서의 높은 인기로 인해 지적이고 단아함의 상징이었던 아나운서가 점점 연예인화되어간다는 지적이 많다. 스타 아나운서들을 양성한 이선미 선생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맡는다고 해서 다 연예인은 아니죠. 아나운서실에서도 뉴스 앵커, 연예 오락, 교양 등 분야를 세분화시켜서 진행을 맡기잖아요. 하나의 트렌드 같아요. 한번 아나운서는 끝까지 아나운서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금희, 정은아, 정지영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방송인’이라 불리지 ‘연예인’으로 불리지는 않잖아요. 강수정 아나운서가 ‘여걸식스’ 때문에 ‘연예인’ 논란을 만들었지만, 아마 다시 교양 프로그램을 맡는다면 그런 소리는 안 나올 것 같아요.”

방송국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아나운서. 높아지는 인기만큼 치열해지는 경쟁 이외에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건 바로 ‘돈.’ 고가의 디자이너 의상, 스타가 다니는 유명 메이크업과 헤어숍, 피부 관리 등 아나운서 준비생들이 ‘돈’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아나운서가 되려면 고액의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선미 선생 역시 ‘고액의 아나운서 준비 비용’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아나운서 준비 과정에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차가 많이 나요. 어떤 사람들은 시험을 볼 때마다 몇백 만원 상당의 의상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10만원 내외의 의상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죠. 김주하 앵커는 15만원짜리 정장 두 벌로, 모든 시험을 치렀어요. 간혹 1천만~2천만원까지 돈이 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십 만원이 드는 사람도 있어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검소하게 준비해도 얼마든지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나운서요? 당연히 외모보다 성품이 중요하죠”
그렇다면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닌다고 모두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 김주하 아나운서, 강수정 아나운서처럼 연습생 시절부터 눈에 확 띄어야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선미 선생은 “아카데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바로 `자신이 아나운서가 될 자질이 있냐’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제 눈에는 아나운서가 될 만한 사람들이 들어오죠. 처음 보면 딱 알아요. 하지만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해요. 제가 봐서 될 만한데도 본인이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굉장히 평범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친구들 중에서도 노력에 의해서 무섭게 변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미지나 화술은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죠. 50%는 천부적으로 타고나지만, 50%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져요.”

선생은 최근 몇 년 동안 노력에 의해서 변화된 사람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MBC의 주말 앵커를 하던 서현진 아나운서도 굉장한 노력파였다. 미스코리아 출신, 무용학과 출신, 비쩍 마른 몸매, 불안정한 목소리 등 서현진 아나운서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콤플렉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서현진 아나운서는 피나는 노력을 거듭했고, 결국 MBC에 합격, 9시 주말뉴스 앵커까지 맡았다.

마지막으로 이선미 선생에게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아나운서도 결국은 인간이에요. 사람이 좋아야 방송도 좋은 거죠. 예쁜 얼굴은 얼마 못 가요. 사람 됨됨이, 인간의 내면세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만이 좋은 방송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지원자 여러분~ 아나운서보다 가슴 따뜻한 ‘인간’이 됩시다(웃음).”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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