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마음과 나이와 분야의 ‘소통 모임’ 기대해주세요”
지난 6월 7일 2007 사이버멘토링 자매결연식이 열렸다. 지난 한 해 동안 헤아릴 수 없는 뜻 깊은 사연과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사이버멘토링의 새로운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 릴레이 인터뷰를 장식한 주인공들은 보험업계 최초로 신지식금융인에 선정된 열정의 멘토 정명숙씨와 그녀의 멘티들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를 뚫고 춘천에서, 대전에서 그리고 인천에서 멘티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먼 곳에서 열일 마다하고 올라온 멘티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기대와 흥분이 묻어 있었다. 그녀들의 환한 웃음은 정명숙 멘토가 도착한 뒤에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2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고루 분포한 멘토링 그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그룹의 ‘리더’ 소개가 앞서야겠다. 정명숙 멘토(71)는 2006년 24년 동안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와 1천여 명의 고객 명단을 아들에게 물려준 보험설계사로 화제를 모은 업계의 ‘거성’. 45세에 교보생명에 입사해 근무하는 동안 3년 연속 보험여왕에 올랐으며 백만불원탁회의(MDRT)에 10년 연속 합류하는 기록을 세웠다.
오늘 함께한 멘티들은 정명숙 멘토의 면면을 본받고 싶어 매칭을 요청한 적극적인 후배들이다. 김명자 멘티(50)와 김향숙 멘티(41)는 현재 보험업계에 몸담고 있고 호텔관광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이고은 멘티(20)는 지난해 정명숙 멘토가 쓴 「로열티 마케팅」을 인상적으로 읽은 뒤 합류한 막내 멤버. 여기에 사이버멘토링 초창기 때부터 활동해온 김태은 멘티(25)는 정명숙 멘토와 온·오프라인상에서 교감을 쌓아온 멘토링 동료 차원에서 초대됐다.
“사이버멘토링 초기부터 관심을 가져왔지만 매칭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우리 멘티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인 사람들이더군요. 제가 딸이 없어서 그런지 다들 딸처럼, 손녀처럼 다 예뻐요. 다들 멘토감이지만, 멘티로 참여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사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학습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잖아요.”
“멘토가 친정어머니와 동갑이에요. 평소 어머니와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멘토와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멘토와의 교류가 제가 금융인으로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친정어머니가 한 분 더 생긴 것 같은 든든함도 들고요(웃음).”
열정이 있으면 늙지 않는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왜 이리 많은 멘티들이 정명숙 멘토와의 매칭을 갈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추진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론을 펼치는 부지런한 장년층 중에서도 가히 발군이다. 정명숙 멘토는 현재 홈페이지, 블로그, 미니홈피를 운영하며 각종 자산관리 정보와 교훈이 될 만한 에세이 등을 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유비쿼터스 포럼에 참가하며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앞서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그녀는 꾸준히 IT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1999년에는 보험 분야 최초로 신지식금융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7월 공식적으로 은퇴를 했지만 늘 메모하고 공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고은 멘티가 감명깊게 읽었다는 「로열티 마케팅」은 다리 골절상을 입어 병상을 지키는 동안 손을 놓고 있기 뭐해 쓰기 시작한 책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열정을 가지고 살다 보면 저절로 뭔가를 이루게 되더군요. 사명감 있는 사람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해요. 우리 멘티들도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멘토의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멘티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정명숙 멘토는 매일 오전 5시 55분에 기상한다는 한 일본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굳이 5시 55분에 일어나는 이유는 5가 일본말로 ‘고’라고 읽히기 때문. 아침마다 ‘고고고(Go, Go, Go)’를 외치며 신나게 살자는 의지를 다진다는 그 일본인처럼 정명숙 멘토의 성공 비결은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믿음으로 씩씩하게 살다 보면 실제로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옆에 앉은 김명자 멘티가 행여나 잊을세라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5시 55분으로 모닝콜 설정 시간을 앞당겼다.
인터뷰 말미에 누군가 이 모임의 이름을 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향숙 멘티가 제안한 ‘소통’이 만장일치로 낙점됐다. 문화의 소통, 마음의 소통, 위와 아래의 소통, 분야의 소통이 있는 모임이 됐으면 한다는 속뜻을 담은 ‘소통 모임’이 이날 전격 결성됐다. 지금껏 만난 멘토링 커플들의 사연 중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건만, ‘소통 모임’만큼 기대를 모으는 그룹도 없었던 듯하다.
●사이버멘토링이란
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이 삶의 지혜와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의 시스템을 지칭한다.
●멘토란 멘토링 관계에서 역할 모델, 상담자, 교사, 후원자 역할을 하는 선배.
●멘티란 멘토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듣고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대화자.
●참여방법 위민넷(www.women-net.
net) 홈페이지를 방문해 사이버멘토링 회원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내용을 기준으로 멘토와 멘티를 선정해 매칭해준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이성원 ■장소협찬 / 서울역사박물관 내 콩두이야기(02-722-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