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운치 있는 에코 스페이스

공간 이야기

소박하지만 운치 있는 에코 스페이스

세계적인 에코 열풍에 편승해 곳곳에 늘어나고 있는 재활용 카페들. 일반 재활용품점과는 달리 멋이 더해져 무드 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더욱 따뜻함이 느껴지는 에코 카페 두 곳을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가 찾아갔다.

첫 번 째 에코 카페, 스탐티쉬
부암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카페가 있는 길목에 들어서면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평일 오후 따사로운 볕을 받으며 걸으니 봄의 기운 덕인지 몸에 새싹이 돋아나는 듯 간지러웠다. 언덕에 자리 잡은 스탐티쉬의 하늘색 외관은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을 연상시킨다.

1 나무문과 하늘색 외관이 빈티지한 조화를 이루는 스탐티쉬 외부. 2 빈티지함이 물씬 묻어나는 오래된 재봉틀.

1 나무문과 하늘색 외관이 빈티지한 조화를 이루는 스탐티쉬 외부. 2 빈티지함이 물씬 묻어나는 오래된 재봉틀.


스탐티쉬(Stammtish)는 독일어로 ‘단골을 위한 자리’ 혹은 ‘늘 모이는 어떤 모임’이란 뜻이다.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패브릭 카페 스탐티쉬는 매주 화요일마다 소잉 클래스도 열리고 다양한 리넨과 소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도 하고 바느질도 하는 모습이 카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재활용품이 많아 에코 카페라고도 불리는데, 소품들이 하나같이 무척 예뻐서 재활용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3 작지만 볼거리가 풍성한 카페. 4 소품을 만들 때 쓰이는 각양각색의 예쁜 실들.

3 작지만 볼거리가 풍성한 카페. 4 소품을 만들 때 쓰이는 각양각색의 예쁜 실들.


5 원목으로 된 따뜻한 바(Bar)도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6 유일한 소파 자리, 단골이 되면 차지할 수 있다. 7 조각조각 천들을 놓아둔 작업대와 이곳에 어울리는 체어.

5 원목으로 된 따뜻한 바(Bar)도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6 유일한 소파 자리, 단골이 되면 차지할 수 있다. 7 조각조각 천들을 놓아둔 작업대와 이곳에 어울리는 체어.

8 바느질 강좌를 위한 천과 실, 그리고 소품들. 9 봄볕이 드리우는 커다란 창가 자리. 10 차와 커피잔, 인형도 판매하는 스탐티쉬의 진열장.

이곳만의 편안함과 안락함 때문인지 부담 없는 표정으로 들러 패브릭을 구매하거나 소품만 구경하다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잘 어울리는 이곳은 입구의 커다란 창가에 놓인 소파로 된 좌석 한 테이블과 안쪽에 있는 2인석 자리 4개가 전부다. 작지만 다양한 볼거리 덕분에 커피를 주문하고 구경 삼매경에 빠져버린 나는 커피가 식어버린 줄도 몰랐다. 박물관을 둘러보듯이 소품과 인형들을 구경하고 패브릭 인형도 쓰다듬어주고 느즈막이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과 의자의 나뭇결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 나도 모르게 오래도록 머무르게 됐다. 그냥 이유 없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듯, 이유 없이 편안하고 좋은 카페도 있다. 나에게 부암동의 스탐티쉬는 이렇게 이유 없이 좋은 카페다.

두 번째 에코 카페, 가가린
1 가가린의 외부는 심플하면서도 디자인틱하다. 2 책의 표지·색감만으로도 멋스럽다. 3 엽서꽂이에 얇고 작은 책을 꽂아놓은 센스.

1 가가린의 외부는 심플하면서도 디자인틱하다. 2 책의 표지·색감만으로도 멋스럽다. 3 엽서꽂이에 얇고 작은 책을 꽂아놓은 센스.


4 가가린 내부의 가운데 자리한 묵직한 원목 선반 테이블. 5 라탄 바구니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고 신발과 소품. 6 정말 사오고 싶었던 어린이용 키재기 스티커. 7 탐나는 아이보리 철제 서랍장은 나보다는 가가린과 어울리는 듯하다.

4 가가린 내부의 가운데 자리한 묵직한 원목 선반 테이블. 5 라탄 바구니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고 신발과 소품. 6 정말 사오고 싶었던 어린이용 키재기 스티커. 7 탐나는 아이보리 철제 서랍장은 나보다는 가가린과 어울리는 듯하다.


가가린은 통의동을 지나다닐 때 자주 봐왔지만 작은 디자인회사이겠거니 하고 스쳐 지나갔었다. 헌책방치고는 너무 예뻤으며, 위치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가린은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 위탁 헌책방이다. 얼마간의 회비를 내면 이곳에서 책을 판매할 수 있다. 미술, 사진, 디자인 등 예술 분야의 책들을 주로 판매하고 작은 소품들도 조금씩 판매하고 있다. 4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은 그 옛날 헌책방이 아니다. 문을 열면 헌책의 퀴퀴한 냄새와 함께 고색창연한 느낌이 드는 헌책방과 달리 잔잔한 음악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무장된 신개념 헌책방이다. 중고라서 그런지 부담 없이 책을 펼쳐보고 물건도 만져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별로인 것도, 물건들이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맘에 쏙 드는 것들만 간추려 모아놓은 것 같아 신이 날 정도였다. 손때 묻은 책을 사고팔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숨은 보물창고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오브제들을 이용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다. 국내외 각종 전시회와 기획전,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그녀의 일러스트는 생활 소품으로도 디자인돼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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