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드라마틱한 퓨전 한옥 상고재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시청하다 보면 21세기 한옥 ‘상고재(相 材)’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로를 연모하는 곳’이란 뜻처럼 어울리기 힘들 것 같던 동서와 음양이 평온하게 어우러지는 공간. 어울림을 바탕으로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극중 배우 이민호와 손예진처럼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과 이민호가 사는 집
전통 한옥과 서양 인테리어의 믹스매치
MBC-TV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또 다른 주인공인 ‘상고재’. 손예진과 이민호의 동거 공간이자 중심 배경지인 이 한옥 공간은 극중 저명한 건축학과 교수인 손예진의 아버지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공들여 지은 집이다. 또 주목받는 건축가인 이민호가 이 집에서 설계의 모티브를 얻기 위해 게이 행세까지 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공간. 드라마 제작팀은 촬영 시작 수개월 전부터 공을 들여 100평 대지에 한옥을 지었다.
본채와 별채,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끼워 맞춰 짓는 한옥 건축법, 기와, 마당, 소나무까지 전통 한옥의 모든 틀을 그대로 고수한 상고재에서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이유는 곳곳에 서양 인테리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화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과 이민호가 사는 집
상고재 전면의 대청에는 블랙톤의 접이식 유리문이 설치돼 있는데 열어놓으면 마당과 마루가 연결되는, 개방적이고 어울림의 미학을 가진 한옥 본래의 기능을 느낄 수 있고, 닫으면 비, 바람, 추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대청의 좌식 소파와 테이블은 등받이를 닫으면 마루로 사용할 수 있어 소파를 필요로 하는 현대인의 취향과 지면과 가까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한옥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실내 정원을 연상시키는 대청의 창밖에는 겹겹이 쌓아올린 기와와 대나무 숲, 대나무 소재의 발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데 대나무 발에 현대의 블라인드 개념을 도입해 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 색감과 소재의 천을 리본으로 묶어 군데군데 장식하고, 샹들리에와 전통 등을 함께 사용했으며, 짙은 브라운톤의 고가구와 하이테크 스피커, 오디오 등을 섞어 배치해놓은 점도 재미있다.
상고재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담당한 장태환 미술감독은 “한옥의 특장점 중 하나는 어떤 것이든 조화롭게 흡수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서양의 클래식한 가구나 현대의 사이버적인 전자 기기들을 한옥에 매치하면 어디든 쉽게 잘 어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한옥 예찬론을 펼치면서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조언도 덧붙였다.
“상고재는 젊은 커플이 사는 공간이라 한옥에 여성적이고 섬세한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목 대신 밝은 톤의 소나뭇결을 그대로 살리고 은은한 백색 벽지를 사용했습니다. 이것을 응용해 밝은 톤의 한옥 마루 바닥재를 깔거나 대나무 소재 발, 한옥장 등을 배치하면 일반 가정집에서도 쉽게 한옥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 공간별 인테리어 따라잡기
1 시크한 캐릭터 그대로, 전진호(이민호)의 방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과 이민호가 사는 집
진호의 방은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군데군데 한옥적 요소가 많이 숨어 있는 방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방 한쪽에 자리한 턱마루. 방 안에서 마루의 운치를 느낄 수 있으면서 공간감을 줘 단조로움을 피하고, 상하 동선을 살릴 수 있어 입체감도 느껴진다. 마루 밑에 공간을 만들어 수납 기능을 겸하고 있어 실용적이다. 한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쪽문도 개방적인 한옥의 분위기와 동선에 효과적. 가구는 모던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 것으로 배치해 믹스매치의 미를 살렸다.
2 발랄한 소녀의 감성을 살린 박개인(손예진)의 방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과 이민호가 사는 집
멜로드라마의 감성을 드러내도록 상고재에는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많은데, 가장 특화된 공간이 바로 개인의 방. 파스텔톤의 가구들을 배치하고 선반이나 걸이식 액자 등의 작은 소품을 곳곳에 두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옥 전통의 세창살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문에 핑크 컬러의 미니 커튼을 달아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하고, 문고리는 고리를 한쪽에 걸어 잠그는 형태로 포인트를 줘 언밸런스하면서도 디테일을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방의 세 면이 외부로 이어지는 문으로 돼 있어 개방적인 한옥의 특징을 살렸다.
3가족을 사랑한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주방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과 이민호가 사는 집
극중에서 상고재는 건축과 교수인 개인의 아버지가 가족이 함께 살 공간을 생각하며 지은 집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박 교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주방이다. 박 교수는 주방에서 일하는 아내도 늘 가족과 함께하기를 바랐다. 유리창을 통해 마루, 마당, 별채가 모두 보여 요리를 하면서도 가족과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옥에도 적용 가능할지 궁금했던 붙박이 공간을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면서 냉장고와 같은 큰 가전제품의 보기 싫은 부분은 감췄다. 한옥에 잘 쓰이지 않는 연두색의 선명한 컬러감은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포인트 디테일.
■ 진행 / 조혜원 기자 ■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