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아홉 살과 한 살 된 아이를 위해 집에서나마 자연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부탁. 20평대의 좁은 아파트에 내추럴하지만 요소요소 트렌디함을 넣은 과감한 선택. 그래서 어른과 아이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킨 이 집은 ‘FRDESIGN’ 대표 최선희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디자인 일을 하는 젊은 부부 그리고 개성 있는 아홉 살 딸아이와 6개월 된 아들, 이렇게 네 식구가 사는 집.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알 것이다. 이맘때의 아이들이 얼마나 자질구레한 짐이 많고, 집이 아이들 위주로 데커레이션돼야 하는지 말이다. 심지어 20평대의 비교적 좁은 공간이라는 제약도 있었다.
“클라이언트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기를 가장 바랐어요. 또 아이 엄마는 프리랜서라 집이 곧 미팅이나 사무 공간이 되기 때문에 트렌디함도 놓칠 수 없었죠. 모던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취향을 따르자면 아이들은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어 내추럴 스타일도 믹스하기로 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선희씨는 이 집에 대한 독특한 컨셉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거실 발코니와 아이 방 발코니 확장, 드레스룸의 가벽을 제외하고는 구조 변경은 크게 하지 않는 대신에 고급스러운 마감과 심플한 가구 데커레이션으로 포인트를 줬다. 특히 이 집은 거실과 주방의 천장을 화이트 컬러의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는데 러프함을 최대한 줄여 어색하지 않으며 공간이 더 넓고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또 거실에 사용한 레일 갤러리 조명도 노출 콘크리트와 잘 어울린다. 클라이언트가 가장 원하던 ‘자연’은 집 안 곳곳의 수납장과 싱크대를 자작나무로 마감하고 가구나 오브제의 소재 그리고 포인트 벽지로 연출했다. 소파 쪽 벽면에 과감한 디자인의 포인트 벽지를 사용하는 대신 TV 쪽 벽면에 나무가 그려진 벽지를 사용했는데 옅은 그레이 패턴이라 고급스러우면서도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은은하다. 바닥은 동화마루의 ‘티크’ 제품으로 나뭇결이 잘 살아 있는 온돌마루로 시공해 우드 소재의 가구 컬러와 잘 어우러진다.
부부 침실은 잠만 자는 공간이기 때문에 과감히 가장 작은 방으로 배치한 게 무엇보다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장 큰 방은 가족실을 대신하는 서재로 만들었고, 서재 한쪽에 가벽을 세워 드레스룸을 넣었다. 대부분 아이 방이나 서재를 작은 방에 꾸미게 마련인데 오히려 서재나 아이 방이 더 쓰임새가 많다는 것이 최선희씨가 오랜 경험 끝에 얻은 결론.
가구는 부피가 큰 것은 배제하고 모두 선이 간결한 디자인으로 ‘FRDESIGN’의 제작 제품과 디자이너 체어를 선택했고 디자인 일을 하는 클라이언트의 탁월한 감각으로 고른 인테리어 소품과 디자인 오브제들로 채우니 이 집만의 고유한 색을 가질 수 있었다. 내추럴한 우드 소재와 화이트 컬러로 공간의 중심을 잡으니 집 안의 조명이나 데커레이션 등이 함께 빛을 발하게 된 것.
“모던하지만 자연의 깊이를 담은 집, 오래 살면 살수록 질리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집이 진정 ‘예쁜 집’이 아닐까요? 그리고 살고 있는 사람의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 공간의 강약을 조절했더니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우리 가족만의 집이 완성됐어요.” 집주인은 식구들이 바라던 공간을 얻을 수 있게돼 기쁘다며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디자인&시공 / 최선희, 김상연(FRDESIGN, 02-3446-5113) ■ 진행 / 김민정 기자 ■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