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좋은 카페를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흥분된다. 이상하게도 그 보물은 숨기지 않고 자꾸만 자랑하고 싶어진다.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가 ‘요즘 잔잔히 빠져든다’고 표현한 단골 카페를 꺼내놓았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간판으로, 도화지 위에 그린 듯한 간판 같지 않은 간판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 히비(Cafe Hibi)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판이 없었다. 그래서 간판 없는 카페로 불리기도 했다. 처음 히비를 만난 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놓인 꽃 화분이 어릴 적 우리 집에서 보던 것과 비슷해 고즈넉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빈티지한 여행 소품, 피크닉 액세서리들이 맘을 설레게 한다.
‘하루하루’라는 뜻을 지닌 ‘히비’는 도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데 유니크함과 빈티지함이 어우러졌다. 내부 구석구석에 자리가 많아 혼자 갔을 때 특히 좋다. 커다란 창들마다 커튼이 없다. 입구 쪽 간판(아니 간판 비슷하게 생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햇빛이 들어오는 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있는 그대로 그곳에서 살아 숨쉬는 다정한 공간 cafe hibi’. 멋쟁이 주인임이 틀림없다. 센스 만점 주인임이 틀림없다. 다정다감한 주인임이 틀림없다.
‘카페 히비’라는 이름의 양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동물 친구들. 낡은 여행 가방에서 사연이 느껴진다. 2층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햇빛을 온전히 받고 있는 연한 핑크색 문이 나를 반긴다. 입구 골목에 놓인 작은 화분과 패널이 도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곳은 딱 내가 머물러야 할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안에서 공간에 어울리는 미니 전시가 열리곤 하는데 올 때마다 다른 작품이 전시되어 늘 새로운 느낌이 든다. 전시된 그림과 소품들을 보고 있으면 계속 자리에 앉지 못하고 새로운 동네의 골목 구경을 나온 양 신이 난다. 정말 고소한 에비카레와 스튜, 은은한 향의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의 맛은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조용하고 다정한 히비는 사사로운 일들로 자꾸 마음이 약해지는 요즘 날 위로하고 또 달래준다. 홍대 앞에서 도쿄 여행을 문득 추억하게 해준 고마운 곳, 히비. 잔잔하게 빠져드는 이 감정은 순전히 히비가 가진 매력 덕분이다.
이곳에는 일본 책들이 많은데, 책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수입을 올린 듯한 기분이다. 아이보리색 캐비닛에는 일본행 티켓과 여행 짐들이 들어 있을 것만 같다. 낡은 벽에 걸린 그림들. 이곳에서는 항상 작은 전시가 열린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 애정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커튼이 없는 커다란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와 따뜻함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 혼자 앉아 있으면 상상했던 드로잉이 손끝에서 바로 표현된다. 퀼트나 옷걸이 같은 소품들이 일본 가정집을 연상시킨다. 소규모 세미나를 해도 될 만큼 큰 테이블 공간. 바 형태로 디자인된 공간. 빈티지한 철제 의자들이 창가에 늘어서 있어 혼자 와서 차를 마시기에 좋다.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오브제들을 이용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다. 국내외 각종 전시회와 기획전,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그녀의 일러스트는 생활 소품으로도 디자인돼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