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보낸 한 주를 마감하고 멍하니 집에 있었다. 왠지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릴없이 시간만 가는 어느 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한심하다는 생각에 나 홀로 부암동을 찾았다. 여느 카페촌처럼 북적북적하지 않고 조용한 동네 부암동을 걷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플랫 274(flat 274)는 일러스트 작가 홍시야와 데미타스의 김연화 실장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다. 갤러리, 공연, 카페, 작품 판매까지 하니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라고 해야 맞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갤러리가 있고 왼쪽에는 홍시야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카페가 꽤 널찍해 여유가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컨트리 소품들로 꾸며놓은 이곳은 억지로 꾸미지 않은 그냥 ‘동네 카페’ 같은 편안함이 좋다. 창가에 앉으면 부암동이 모두 내려다보이는데 역시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부암동이 좋고 이 카페가 더욱 좋은 이유다.
이곳에서는 데미타스 특유의 디너를 맛볼 수 있는데 그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메뉴가 특징이다. 게다가 커피, 디저트, 식사, 와인 등을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밥 먹고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 없이 오랜 시간 머물며 수다를 떨 만한 장소를 찾는다면 바로 이곳이 딱이다.
이 카페의 가장 주가 되는 일명 ‘부암 274단지’는 카페 한쪽의 새하얀 책꽂이에 칸칸이 층별로 분양된 아트 숍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40칸 정도 되는 곳에 입주한 각각의 작가는 매달 임대료를 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각 호마다 개성 있고 재미있는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작가들이 내놓은 작은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자극제를 마신 듯한 기분이 들었다.
1 햇빛이 비쳐 눈이 부신 흰 건물에 심플한 검정 글씨로 쓰여 더욱 눈에 띄는 플랫 274. 2 작가들의 아파트라고 불리는 소규모 전시공간. 칸칸이 개인 작품을 진열해놓고 판매까지 한다. 3 홍시야 작가의 「서른의 안녕한 여름」도 만날 수 있다. 4 부암동 길거리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세컨드 간판. 5 책꽂이 칸칸마다 작가들의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6 깔끔한 화장실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홍시야 작가의 작품이다. 7 햇살을 받아야 어울리는 북유럽 빈티지 그릇들은 데미타스의 느낌이 한껏 묻어난다. 8 지저분한 듯 자연스러운 창작의 공간 홍시야 작가의 작업실. 9 데미타스의 주방은 오픈형이다. 집에서 만든 요리 같아 더욱 좋다. 10 햇볕을 받아 더욱 초롱초롱 빛나는 나뭇잎이 커다란 창문에 살포시 비친다. 테이블마다 바닥 한쪽에 콘센트를 꽂아 노트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11 카페 초입에 자리한 은은한 조명의 작은 갤러리. 12 빈티지한 풍금과 어렸을 때 많이 보았던 물통. 이곳은 ‘물은 셀프’다.
■기획 / 강주일 기자 ■글&사진 / 임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