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소록소록 내리는 날, 엄마의 따뜻한 품과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수제 햄버거와 질 좋은 커피 향이 가을 색처럼 어우러진 레트로풍 카페를 찾아갔다.
[공간 이야기]향수에 젖고 싶을 때 발걸음이 닿는 곳 Retro Mama
가을비가 내리는데 눈치 없이 햇님이 쨍 하고 떠버린 어느 가을 오후, 복고풍으로 꾸며놓은‘레트로 마마’의 빈티지함을 한껏 느끼고 싶어 길을 나섰다. 요즘 북적거리는 홍대입구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서교동에 꽤 많은 카페들이 골목마다 하나 둘씩 자리 잡고 있다. 나 역시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 다니는 터라 서교동 쪽으로 자꾸 발길이 간다.
1 자연광이 들어와 1층보다는 밝고 정돈된 느낌이 드는 2층. 2 시골 버스정류장 같은 입구 푯말에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본다. 3 빈티지의 대표 색상 그린 민트의 세컨드 간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1시다. 4 입구 왼쪽에 작은 방을 터서 만든, 은은한 채광이 들어오는 공간이 있다. 5·6·7 일본에서 공수해온 듯한 하우스 소품들이 카페 곳곳에 디스플레이돼 있다.
8 냄비와 접시저울 등 일본풍 레트로 주방용품들. 9 지금은 볼 수도 없는 TV 박스와 축음기. 10 오랜만에 느껴보는 빈티지한 조명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 11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창틀과 우체통. 12 각자 다른 레트로한 테이블과 체어가 가족처럼 어우러졌다. 13 커피를 뽑는 곳의 레트로식 선반 안에 파이어킹 머그들이 진열돼 있다. 14 가져오고 싶었던 색이 예쁜 빈티지 공중전화. 15 두꺼운 패티 때문에 한 입에 다 들어가지 않는 커다란 칠리버거. 16 카페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그윽한 분위기의 조명에 취하게 된다.
홈메이드 햄버거를 맛볼 기대감에 슥삭 손을 비비며 ‘레트로 마마’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빈티지 향기에 취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이곳은 수제 햄버거와 커피, 와인, 맥주 등을 파는 버거 하우스로, 1950~70년대 오리지널 하우스 소품들과 가구로 과거를 재현한 곳이다. 직접 만든 액자와 빈티지한 컬러의 테이블들에서 주인장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낮은 천장에 작고 소소한 소품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 우릴 어릴 적 가정집을 연상시킨다.
입구가 작아서 실내도 작을 줄 알았는데 복층이고 생각보다 많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하얀 벽에 걸린 액자는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일부러 빈티지하게 연출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 구석구석 소품과 의자, 에스닉한 조명들을 구경하자니 얌전히 앉아 엄마가 주는 음식을 기다리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다. 오래된 백열등에 비친 어릴 적 추억이 은은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안쪽 깊은 곳은 어두컴컴하고 백열 조명으로만 분위기를 연출해 밖이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게 디자인됐다. 이 구석 자리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좋겠다 싶다. 2층은 1층보다 좀 더 밝고 깔끔한 레트로 모던풍으로 천장을 높인 느낌이다. 캐주얼한 사무실 내부 같기도 하고 나무 바닥이라 그런지 우리 집 거실 같기도 한 이곳은 전체적으로 밝은 톤이라 회의나 그룹 모임 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1층과 2층이 전혀 다른 듯하지만 소품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어준 센스가 돋보인다.
원두를 방금 내렸다며 루왁 커피를 내주신 호호 아줌마 같은 이미지의 친절한 사장님과,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수제 햄버거의 식감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릴 적 엄마의 간식을 기다리던 사랑스러운 꼬맹이 때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온 것만 같다.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오브제들을 이용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다. 국내외의 각종 전시회와 기획전,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그녀의 일러스트는 생활 소품으로도 디자인돼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