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House

공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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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이야기]My Second House

[공간 이야기]My Second House

1년 동안 그녀의 페이버릿 스페이스를 훔쳐봤다. 따뜻함과 편안함, 맛과 멋이 있던 그곳들은 가보지 않아도 이내 정이 들곤 했다. 이달에는 그녀가 요즘 집보다 더 사랑하는 그녀의 공간 ‘두 번째 집’을 짊어지고 직접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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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또 한번 흘러갈 무렵. 그 풍경을 놓치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 순간, 집 안에만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 텐트를 싣고 무작정 서울 근교 캠핑장으로 향했다. 여름에는 양평이나 유명산 등 계곡과 바다로 물놀이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이번 캠핑은 물놀이는 꿈도 못 꿀 것이기에 낚시와 캠핑을 함께할 수 있는 파주 쪽 하마 캠프장으로 떠났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캠프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온수는 물론 개수대와 샤워실 등이 웬만한 방갈로 정도는 된다. 여행 다닐 때는 으레 펜션이나 콘도를 예약했는데, 요즘은 무조건 텐트를 짊어지고 떠난다. 내 집, 내 이불, 내 그릇을 가지고 다니니 더러울까 찜찜하지도 않고, 방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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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들이 말하는 캠핑의 묘미는 캠프파이어와 멍 때리기라고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릴렉스 체어에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물아일체가 되어 자연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는 캠퍼가 되었다. 텐트를 치면 이상하게 허기가 져서 바로 식사준비를 하게 된다. 화롯대에 장작불을 피우는 것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몇 번 캠핑을 다녀보니 터득하게 되어 옆 텐트 캠퍼가 장작불을 못 붙이면 가서 도와주는 오지랖까지 발동한다. 텐트 설치 후 저녁 식사를 책임지겠다고 낚싯대를 들고 양어장으로 가 자리를 잡아보았지만 무거운 낚싯대만 들고 텐트로 돌아와야 했다.

하계 캠핑과 다르게 동계 캠핑은 ‘텐트’라는 공간 안에서 잠자는 것 외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를 보거나 간식을 만들어 먹거나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서울의 반대말을 적으라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캠퍼의 세계에선 나름의 룰이 존재한다. 밤에는 옆 텐트에 들리도록 시끄럽게 놀지 말아야 하고, 철수시 쓰레기는 꼭 챙겨야 하며, 캠프파이어는 꼭 화롯대 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골 마을의 이웃처럼 서로에게 인사도 가끔 하고 음식 재료도 주고받는다. 이런 훈훈한 캠핑장 분위기 때문에 주말마다 서울을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지도 모르겠다. 떨어지는 낙엽, 어느 한쪽으로 무리 지어 가는 새들…. 아무런 걱정도 없이 나뭇가지들의 생김생김을 바라보고 있자니, 겨울 눈을 녹여 마시던 커피가 생각났다. 이제 곧 내릴 흰 눈과 함께하는 캠핑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엔 서리가 내렸고, 침낭에 누워 있어도 입김이 나오지만 바로 일어나 버너를 켜 모닝 커피를 타 마셨다. 그 맛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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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계 캠핑이라 그라운드 시트를 4겹이나 깔고 설치를 완료했다. 2 이너 텐트 설치 후 한 숨 쉬었다 쳐야지 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3 텐트 안에서 침낭을 덮고 보는 영화는 꿀맛이다. 4 로모와 플라로이드 DSLR 등 여행이면 언제나 다양한 카메라를 챙겨간다. 각각의 사진마다 모두 다른 느낌이 들어 좋다. 5·6 캠핑장 안에 양어장이 있어 낚시를 할 수 있다. 저녁 식사로 매운탕을 기대했으나 한 마리도 못 잡아 급히 메뉴를 바꿨다. 7 집에 있는 자투리 천으로 만든 텐트의 만국기 문패. 8 가장 아끼는 더치오븐. 로스트치킨, 빵, 피자 등을 모두 만들 수 있어 굉장히 유용하다. 9·10 장작불에 구워 먹는 고기 맛은 정말 최고다. 11 저녁에는 많이 쌀쌀해져 참나무 장작을 하루 종일 때야 한다. 12 더치오븐에 넣어 만든 브라우니. 불 조절 실패로 태워 먹었지만 캠프장에서 먹는 간식은 무엇이든 맛있다. 13 테이블을 여러 개 붙이고 테이블보를 깔아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 14 해가 지면 캠퍼들은 각자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몸을 녹인다. 15 저녁에 없어서는 안 될 노스 스타 랜턴. 16 화롯대에서 타는 장작불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캠핑의 묘미.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오브제를 이용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다. 국내외 각종 전시회와 기획전,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그녀의 일러스트는 생활 소품으로도 디자인돼 판매되고 있다.

■기획 / 강주일 기자 ■글·사진 / 임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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