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손끝에서 엮은 천오백 년의 숨결
천오백 년 동안 우리의 삶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되어준 모시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소박하면서도 품격 있고 정갈하면서도 화사함이 넘치는 모시. 긴 세월을 함께한 모시의 끝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 했던가. 백제의 왕궁을 보고 「삼국사기」의 김부식은 검박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유치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름철 눈부신 햇볕 아래 하얗게 빛나는 모시를 보면 까닭 없이 김부식의 찬사가 떠오른다. 색과 문양 하나 없음에도 누추하지 않고 쪽과 치자, 홍화에 물들어 형형색색의 화려한 빛깔을 품어도 유치하지 않은 것이 모시다. 모시의 고장 한산이 과거 백제 때 고운 모시를 짜내기로 유명했던 점을 생각하면 모시와 과거 백제의 인연 역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저마(苧麻)라고도 불리는 모시는 1,500여 년 전 백제가 중국 남조로부터 들여오면서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긴 세월 동안 비단과 더불어 귀한 직물로 왕과 귀족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평민에게도 애용됐던 여름철 대표 옷감 모시는 쓰다 남은 천 조각조차 생활소품으로 알뜰하게 사용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 또한 예부터 외국과의 중요 교역품이었던 모시는 화폐가 자리 잡기 전까지 장터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물물교환 물품이었으며 국가의 세금을 모시로 대신하기도 했다. 한편 다양한 쓰임을 가졌던 모시는 서민들에게 여름철 옷감이자 생계를 잇는 주요 수단이었다. 특히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고운 세모시는 비단보다 더 비싼 고급 품목으로 서민들의 살림에 가장 큰 보탬을 주었다.

1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명인이 제작한 모시 조각보.2 홍화, 쪽 등으로 천연 염색한 한산모시.3 모시의 섬유로 쓰이는 모시풀 줄기.
그러나 1970년대 합성섬유의 등장 이후 모시는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1980년 후반에는 값싼 중국산 모시에 밀려 우리의 전통 모시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정성과 시간을 날실과 씨실에 담아 촘촘하게 짠 전통 모시가 공장에서 빠르게 쏟아지는 합성섬유와 값싼 중국산 모시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모시 농가는 밭을 갈아엎고 베틀을 만드는 목수도 사라졌다. 그러다 모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빨아 입으면 언제나 새 옷 같아 대를 물려 입을 수 있는 모시옷처럼 한산을 중심으로 전통 모시가 부활한 것이다. 한산모시가 특산품인 서천군은 한산모시관을 개관해 홍보와 교육에 앞장서며 모시의 새 지평을 열었고, 유년 시절부터 모시 짜기를 배우며 자란 한산의 여성들은 명맥만 이어오던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이어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값싼 중국 모시로 인해 한산모시의 가치가 재조명받게 된 것이다.
현재 서천에 위치한 한산모시관에서는 모시 생산 과정을 보고, 체험하고, 다양한 모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홍보관과 교육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1일, 6일마다 서는 한산오일장에서는 새벽 5시부터 오전 7시까지 2시간 동안 모시시장이 반짝 열린다. 모시새벽시장에서는 모시를 짠 여인들이 모시조합에서 규격검사를 마친 뒤 중개인들을 통해 흥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2장 모시 제작 과정
이로 째고, 무릎으로 삼고, 정성으로 짠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모시풀을 수확할 때부터 베틀로 짤 때까지 모시는 항상 물기를 머금고 있어야 좋은 품질을 갖출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통 베틀이 개량 베틀로, 습기가 마르지 않도록 움막이나 동굴에서 베를 짰던 것이 비닐하우스와 가습기로 바뀌었다는 정도일까. 모시는 오직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직물인 것이다.
한 필의 모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시풀 수확, 태모시 작업,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바람에 부러지기 쉽고 서리에 약한 모시풀은 5월 말부터 1m 이상 자란 것들을 수확하면서 모시짜기는 시작된다. 모시풀 밑동을 바싹 잘라내어 잎사귀를 모두 훑어 줄기만 남긴 뒤 가능한 한 빨리 겉껍질을 벗겨낸 다음 모시칼로 겉껍질 안의 속껍질을 분리해야 하는데, 투명한 녹색을 띠는 부드러운 속껍질을 말린 것을 태모시라 한다.
모시째기와 삼기는 태모시를 가늘게 찢어 하나하나 잇는 과정으로, 태모시를 얼마나 가늘고 섬세하게 째고 삼는가에 따라 모시의 품질과 가격이 좌우된다. 모시째기는 물에 담가 부드러워진 태모시를 치아 사이에 넣고 긁어 최대한 가늘게 쪼개는 것인데, 치아로 모시를 쪼개야 하기 때문에 한산모시는 모시밭에 농약을 뿌리지 않는단다. 째기가 끝나면 쩐지라는 버팀목에 모시섬유를 걸고 실을 손바닥으로 비벼 길게 잇는 모시삼기가 이어진다. 모시삼기를 끝낸 모시실은 실타래처럼 만드는 모시굿 과정을 거치는데, 최근에는 모시짜기가 분업화되면서 모시굿만 제작해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완성된 모시굿은 다시 한 올씩 풀어 날틀에 걸어 한 필의 길이에 맞추는 모시날기를 한다.

1 태모시 만들기. 모시풀 줄기의 겉껍질 안쪽에서 모시풀 속껍질을 벗겨낸다. 2 투명한 녹색의 모시줄기 속껍질을 모아 햇볕에 말리면 태모시가 된다. 3 태모시를 1~2시간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다. 4 모시째기. 태모시를 치아 사이에 넣고 긁어 모시를 가늘게 쪼갠다. 5 모시삼기. 쩐지에 모시섬유를 걸고 손바닥으로 한 올 한 올 비벼 실처럼 길게 잇는다. 6 모시째기와 삼기를 끝낸 모시 실타래인 모시굿. 7 모시날기. 모시굿을 풀어 21.6m인 한 필의 길이로 모시실을 맞춘다. 8 모시매기. 바디에 촘촘하게 모시실을 끼운 뒤 콩풀을 먹여 모시를 매끄럽게 만든다. 9 모시짜기. 매기가 끝난 모시실을 베틀에 얹어 모시를 짜면 한산모시가 완성된다.
모시짜기를 할 때는 실내의 습도가 중요한데 가장 좋은 시기는 하지가 지난 뒤다. 과거에는 실내의 습기를 유지하기 위해 마루 밑을 파 움집이나 토굴 등을 만들어 이슬 맺은 풀을 베어 베틀 아래에 두고 짰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닐로 문과 창을 막고 가습기로 실내 습기를 조절할 수 있어 1년 내내 모시짜기가 가능하다. 보통 4, 5일이면 남자 셔츠 2장과 여자 셔츠 3장 정도 지을 수 있는 폭 31cm, 길이 21.6m의 모시 한 필이 완성되는데, 모시베기에서 짜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하면 꼬박 2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렇게 완성된 모시는 솜씨와 모시의 가늘기, 직조된 올 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880올 수 이상의 최상품 세모시는 한 필당 2백50만~3백만원 정도지만 일반적인 옷감으로 쓰이는 중품은 한 필당 60만~80만원이다. 모시짜기를 마친 뒤 표백을 하지 않은 모시인 생모시는 표백한 것과 가격은 비슷하며, 천연 염색한 모시는 본래 가격에서 20만~30만원이 추가된다. 사실, 한산모시의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몇 개월 동안 모시를 째고, 삼고, 짜는 시간과 정성을 따진다면 가격이 높다 말할 수 없다.
대를 잇고 또 이어나가는
모시 명인 방연옥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모시의 고장에서 태어난 여인들에게 모시란 고무줄놀이보다 더 익숙한 것이다. 젖을 뗄 무렵부터 늘 모시를 째고, 삼고, 나는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기 때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인 방연옥 명인(64) 역시 모시를 처음 접한 것은 그가 기억조차 못하는 젖먹이 시절부터였다. 유년 시절엔 엄마와 언니들이 매는 모시가 재밌어 보여 학교를 마치고 오면 책가방을 팽개치고 모시를 째고, 삼기를 가장 즐거운 놀이로 여겼다. 그럼에도 그는 나이 서른이 넘을 때까지 베틀에 앉지 못했다.
고생스러운 모시짜기를 대물림하기 싫었던 그의 어머니께서 베틀 짜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모시는 운명이었을까? 아니, 모시의 고장에서 삶을 이어가는 여인들에게 모시는 필연에 가까웠다. 어머니께서 부러 넉넉한 집으로 그를 시집보냈으나 시집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방 명인의 모시와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다. 한 동네에 살던 무형문화재 문정옥 명인의 전수자가 되면서 그는 스승이 베틀을 비우면 전통 베틀에 올라보고, 말코도 차보며 본격적으로 모시짜기를 배웠다. 어려서 어깨 너머 배웠던 것에 그의 솜씨가 더해지면서 2000년에는 문정옥 명인에 이어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1980년에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해 겨우내 모시를 째고, 삼아 다음해 봄 모시 4필을 장에 나가 12만원을 받고 팔았죠. 12만원이면 당시에 쌀 2가마니 가격이니 꽤 큰돈이었지요.”
모시짜기를 시작한 지 어느새 30년. 한평생 모시를 째느라 이가 닳고, 삼느라 무릎도 다 닳았다는 그는 요즘 모시짜기를 가르치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가 부쩍 생각난다. 딸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마음이 와 닿는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방 명인이 모시를 배운다는 얘기에 베틀을 내어주던 어머니…. 방 명인뿐 아니라 한산의 모든 여인들은 그렇게 딸에게서 딸로 모시를 전해온 것이다.
서늘한 바람만 불어도 실이 뚝뚝 끊어지지만 한 번 모시를 짜면 수십 년이 지나도 항상 새 것 같은 모시처럼, 힘들고 고단하지만 아침에 눈뜨면 자신도 모르게 처음 모시짜기를 배우던 시절처럼 베틀 앞에 앉는 방 명인. 날실, 씨실마다 그의 수고가 있었기에 모시는 현재까지 청량한 바람을 엮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3장 모시와 함께하는 사람들
세월과 정성을 담아 전통을 만든다
손끝이 닳고 뼈마디가 시리도록 30여 년 동안 베틀로 완성한 무형문화재 방연옥씨의 모시는 현대의 감각을 살려 전통 모시 조각보를 완성하는 규방공예가 이정혜씨에게로 이어진다. 그들은 모시의 과거와 오늘의 직조인 것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규방공예작가 이정혜
언뜻 보면 서양화가 몬드리안의 추상화 같지만 바람에 살포시 날리는 투명한 모시 조각보를 한참 들여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맑아진다. 이정혜씨(44)가 인사동을 거닐다 갑자기 규방공예에 매혹된 것 역시 창가에 걸어둔 조각보 사이로 들어오는 맑고 투명한 햇빛의 반짝임 때문이었다. 순간의 유혹이었지만 그때의 떨림은 그녀의 인생을 규방공예작가로 바꿔놓았다.
“모시 조각보는 다른 조각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안과 겉감을 갖고 있는 겹보가 아니라 단 한 장으로 바느질하는 유일한 조각보죠. 외국 사람들은 모시 조각보를 보면 깜짝 놀라요. 바느질을 했는데 시접이 없으니까요.”
이정혜씨는 ‘은은한 비침’을 모시 조각보의 매력으로 꼽는다. 직물이 두꺼우면 햇빛을 가리지만 답답한 느낌이 있고, 너무 얇은 천은 빛이 통하지만 내부가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모시는 내부가 훤히 비치지 않으면서도 햇빛을 달빛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또 모시 조각 사이의 진한 시접선은 예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색과 문양을 달리하면 그때마다 제각각의 개성이 도드라지면서도 찬 우물과 같은 모시 특유의 시원함은 그대로 유지된다. 날이 더워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모시를 꺼내들었다는 그녀의 말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규방공예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수강생들의 첫 마디가 모시 조각보를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특히 모시 조각보는 일반 바느질과 기법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면서 신기해해요.”
모시 조각보 인기가 높다 보니 이정혜씨는 지난 5월부터 아예 모시 특강을 개설해 9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겨울에는 실내가 차고 건조해 습도 유지가 중요한 모시를 다루기엔 적절하지 않단다. 대신 여름에는 모시가 규방공예 최고의 소재다. 시원한 촉감은 물론 세탁도 편리하며 무엇보다 세탁 뒤 풀을 먹이면 언제나 새 것 같이 정갈하다. 모시는 주로 옷감으로 사용되지만 규방공예를 통해 다양한 모시 조각보 활용도 가능하다. 모시 방장을 여름 커튼으로 사용하면 은은하면서도 품위 있는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고, 바람이 잘 통해서 상보로 사용하기에도 적절하다. 또 무더운 여름에 쪽으로 염색한 모시 침구를 사용하면 일반 이불과 비교했을 때 온도가 무려 3도 정도나 낮아진다고 한다.
영화와 TV 드라마를 통해 규방 소품이 자주 노출되면서 규방공예가 새로운 예술 분야로 각광받는 요즘 이정혜씨는 전통과 실용 그리고 예술을 이야기한다. 규방공예의 전통적인 예술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대중성을 획득할 때 전통은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긋는다. 전통에 뿌리를 둔 규방공예에서 우리 고유의 색과 문양이 가진 아름다움을 지키고 확장시키는 것을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는 것이다.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은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와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정혜씨는 전통이란 이름으로 우리 안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조각보로 이어 활짝 펼쳐갈 것이다.
제4장 생활 속으로 들어온 모시
입고, 먹고, 즐긴다! 한산모시문화제 현장
한산의 여름은 ‘한산모시문화제’에서 시작된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한산모시문화제는 다양한 모시 체험 프로그램과 행사를 마련해 일반인들이 한산모시를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모시 패션쇼를 비롯해 모시로 만든 생활소품, 공예품, 음식 등을 전시·판매해 모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1 전통을 체험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한산모시문화제. 2 한산모시문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이영희 패션 디자이너의 한산모시 패션쇼.

한산모시 홍보관 내 위치한 모시 의상실. 모시 탁본 체험 현장. 모시 수건을 천연 염색하는 모습. 한산모시 전시·판매장, 모시짜기 체험관, 모시공예판매장 등의 시설을 갖춘 한산모시 홍보관. 한다공방 내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는 공예 브랜드 ‘한다’의 제품들. 지역 주민이 모여 모시를 째고, 삼는 한산모시 길쌈 시연장.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1 고운 색감의 모시로 꽃을 만들어 장식한 옷핀. 8천원, 한산모시조합. 2 커튼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조각보 스타일의 모시발. 가격미정, 미루규방. 3 대나무 부챗살에 천연 염색한 모시를 붙이고 참죽나무로 손잡이를 만든 전통 부채. 8만원, 한다공방. 4 부드러운 옐로와 브라운 컬러 조화가 고급스러운 다포 세트. 25만3천원, 한산모시조합. 5 꽃무늬로 포인트를 준 모시를 장식해 전통미를 살린 손거울. 2만원, 한산모시조합. 6 은은하면서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색 배합이 멋스러운 모시 조각보. 가격미정. 미루규방. 7 색색의 모시 조각을 이어 겹보로 만든 모시 책갈피. 2만원, 한산모시조합. 8 잎사귀 모양 프린트가 자연스러운 느낌을 배가시키는 한산모시로 만든 테이블 러너. 55만원, 한산모시조합. 9 천연 염색한 한산모시와 표백 처리만 한 한산모시. 1자(60cm)당 흰색 모시는 2만5천원·천연 염색 모시는 3만원, 두메산골물듬이.
제5장 모시로 꾸민 집
현대적 공간에 멋스럽게 어우러지다
모시는 이름만 들어선 옛 멋이 물씬 느껴지지만 모던한 아파트에도 잘 어우러진다. 아스라이 비치는 투명함, 나무 그늘을 드리운 듯한 청량함, 눈에 감기는 편안함, 까슬까슬한 촉감까지. 모시가 들어온 집 안엔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정적이 흐른다.
집 안으로 들어온 소박한 다실
은은한 색채의 미학이 느껴지는 한식 조각보와 서양식 테이블의 만남. 전통과 모던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어우러지며 다실의 감성이 더해졌다. 테이블 러너, 냅킨, 차받침 등 주방 소품도 모시의 옷을 입으니 특별한 멋이 느껴진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휴식 공간에 드리운 전통의 운치
햇살을 가득 머금은 화사한 가리개와 은은한 빛깔의 러너, 선명한 컬러가 돋보이는 조각보로 연출한 거실. 자연스럽고 차분한 본래의 빛깔부터 선명한 레드와 그린까지 다양한 색으로 표현할 수 있기에 모시로 꾸민 휴식공간은 차분하면서도 숨쉬는 듯 살아 있는 매력이 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시원함을 배가시키는 여름밤의 호사
하얀 모시에 살결이 닿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바람 솔솔 통하고 까슬까슬한 촉감의 모시 이불이라면 푹푹 찌는 열대야 속에서도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다. 창문에 모시 원단의 발을 걸어두면 청량감은 배가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단절된 듯 연결된 공간 소통의 오브제
모시의 매력은 바느질 자국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함이다. 좁은 공간에 경계를 긋고 싶을 때 은은하게 비치는 모시 가리개를 늘어뜨리면 답답한 느낌 없이 공간을 구분할 수 있다. 바늘겨레, 복주머니, 스탠드 등 모시로 만든 소품은 튀지 않으면서도 단아한 멋이 있어 거실이나 현관 통로에 장식하기 좋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모시에 머물다
■촬영 협조 / 한산모시관(041-951-4100, www.hansanmosi.kr) ■제품 협찬 / 두메산골물듬이(041-952-0934), 미루규방(02-324-6123, www.mirukyubang.com), 한다공방(070-4103-1651, www.gohansanjang.net), 한산모시조합(041-951-9480) ■기획 / 신경희 기자 ■진행 / 이명아(프리랜서) ■사진 / 이성원, 안진형(프리랜서) ■제품 협찬 / 누리아트(031-747-4315, www.nuriart.co.kr), 대부앤틱(02-796-1128), 박경숙 한복(02-543-8942, www.parkkyungsook.com), 은채(031-701-7586, www.eunchaestyle.com), 우리규방(02-725-7030, www.woorikyu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