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버린 토이 하우스

일본 통신원 김민정의 인생이 즐거워지는 집

고정관념을 버린 토이 하우스

규모가 크고 으리으리해야만 좋은 집이 아니다. 작지만 재미있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집, 전망을 즐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집이야말로 해피 하우스가 아닐까. 고정관념 대신 즐거움을 선택한 일본의 토이 하우스를 소개한다.

2백70개 블록으로 만든 셀브릭 하우스
도쿄 스기나미구의 조용한 주택가에 한동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셀브릭 하우스’가 있다. 이 집의 주인은 ‘10평짜리 땅에 어떻게 하면 넓은 집을 지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독특한 겉모양과 풍족한 수납까지 원했다. 야심 찬 신세대 건축가 야마시타 야스히로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로 900mm, 세로 450mm, 폭 300mm의 철로 된 블록형 선반을 만들고 ‘셀브릭’이라 이름 붙였다. 세포를 뜻하는 셀(Cell)과 벽돌이란 뜻의 브릭(Brick)을 합친 말로 ‘집을 구성하는 벽돌 세포’란 의미다. 특수 제작한 셀브릭으로 만든 이 집은 전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하우스다.

거실과 주방, 침실이 공존하는 1층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의 공간이다.

거실과 주방, 침실이 공존하는 1층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의 공간이다.


일반적인 집의 벽 두께는 15cm나 되는 데 반해 셀브릭의 두께는 6~9mm에 지나지 않는다. 단열재를 스프레이해 별도 단열재를 넣을 필요도 없다. 철제로 충격에 견디는 강한 내진성을 갖고 있어 집 안에 별도의 기둥을 세울 필요도 없고, 방음 효과까지 확보해놓은 효자 벽돌이다. 셀브릭을 쌓을 때 중간에 약간의 공간을 두어 별도로 창문을 만들지 않고도 일조량을 확보한 점도 건축가의 아이디어.

셀브릭을 쌓아놓은 집은 외부에서 보면 마치 블록을 쌓아올린 듯 귀여운 형태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쿨하다. 철제 블록은 시원하면서 도시적인 느낌을 주며 전반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게다가 ‘수납’이란 과제까지 깔끔하게 해결해준다. 책을 넣으면 책장이요, 그릇을 넣으면 부엌 선반이요, 장난감을 넣으면 어느새 장난감 수납장이 되기 때문.

10평짜리 집의 외부는 흰 벽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마치 블록을 곱게 쌓아놓은 듯한 외향이 특징적이다.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셀브릭과 셀브릭 사이의 공간은 창문이 없어도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고 밖에서 보이지 않는 장점도 있다. 좁은 공간에 유용한 나선형 계단.

10평짜리 집의 외부는 흰 벽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마치 블록을 곱게 쌓아놓은 듯한 외향이 특징적이다.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셀브릭과 셀브릭 사이의 공간은 창문이 없어도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고 밖에서 보이지 않는 장점도 있다. 좁은 공간에 유용한 나선형 계단.


지하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구성된 셀브릭 하우스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1층엔 거실과 주방, 침실이 있고 1층과 2층 사이인 1.5층엔 욕실이 있다. 10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복층 구조를 응용한 것인데, 협소한 주택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방에는 문을 달지 않았다. 창문도 방문도 과감히 포기하고 가구까지 불필요하게 만든, 그야말로 ‘집’의 고정관념을 완벽히 깬 건축물인 셈이다. 이런 노고를 높이 평가받아 셀브릭 하우스는 2004년 세계 신인 건축가의 등용문인 영국 「Architecture Review」지의 ‘ar+d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건축가 야마시타 야스히로는 부산의 에코센터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셀브릭 하나하나를 선반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요즘은 감추는 형태의 주방이 유행인데, 식기며 가전제품 하나하나를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셀브릭 하나하나를 선반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요즘은 감추는 형태의 주방이 유행인데, 식기며 가전제품 하나하나를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2층 아들의 방. 침대와 소파 하나만 두어 간소하게 꾸몄다.

그럼 이 셀브릭 하우스엔 누가 살고 있을까? 50대 엄마와 아들이 오붓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세 자녀 중 둘은 이미 독립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는 원룸에 거실과 주방, 화장실과 침실이 있는 1층을 자신의 방으로 삼았다. 심플한 주방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엄마는 커피 한 잔 끓여놓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10평짜리 땅에 세운 작은 집이지만 충만한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들을 보내고 있다.

바다와 은빛 모래사장을 완전 공략하기 위한 투명 요새
가나가와 마나즈루는 도쿄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곳으로 하코네 온천과도 가깝다. 도쿄 근교에서 깨끗하기로 유명한 사가미만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별장지로도 선호하는 곳. 이곳에 위치한 투명한 오각형 형태의 토이 하우스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에 흐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유명한 교향곡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울려 퍼질 것만 같다. 그 웅장한 선율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 투명 요새는 마치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망 좋은 집을 위해 외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투명 유리를 선택했다.

전망 좋은 집을 위해 외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투명 유리를 선택했다.


투명 요새는 도쿄에서 1백년 이상 피혁 제품을 만들어온 M일가의 별장이다. 가족 구성원은 부부와 대학교 2학년인 아들, 대학교에 갓 들어간 딸, 고1 아들이다. 대학 신입생인 딸은 최근 미용에 관심이 많아 투명 요새 욕실에서 땀을 쏟고 마사지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빠와 두 아들은 햇볕 좋은 날 선탠하며 수영을 즐긴다. 도쿄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두세 달에 한 번밖에 못 오지만, 이 집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날릴 수 있다. 엄마는 너른 주방에서 바다를 보며 요리할 때 희열을 느낀다.

우주선? 요새? 보기만 해도 즐거운 육각형의 집. 모든 집이 사각형이어야 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

우주선? 요새? 보기만 해도 즐거운 육각형의 집. 모든 집이 사각형이어야 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


투명 요새는 바다가 주는 은혜를 만끽하도록 설계했다. 외부의 눈이 많이 신경 쓰일 텐데 투명 유리를 선택한 이유는 ‘전망 좋은 집’이 드림 하우스의 제1조건이었기 때문.

“별장지라 사람이 많지도 않고 남들의 눈도 신경 쓰지 않아요. 아니, 신경이 안 쓰일 만큼 전망이 좋아요. 이런 훌륭한 전망을 남들의 시선 때문에 포기할 순 없잖아요.”

엄마가 좋아하는 거실 겸 주방. 바다를 보면서 요리를 하거나 책을 보는 순간들을 사랑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거실 겸 주방. 바다를 보면서 요리를 하거나 책을 보는 순간들을 사랑한다.

투명 요새는 3층 구조로, 1층은 좌측에 방이 하나, 우측에 또 하나가 있고, 화장실이 딸려 있다. 2층엔 주방과 거실이 있다. 무엇보다 이 집의 중심은 욕실이다. 3층 맨 꼭대기에 좌우로 방을 두고 정가운데에 만든 욕실은 기본 화이트 색상에 그 어떤 인테리어도 덧붙이지 않았다. 꼭 필요한 욕조만이 있을 뿐. 바다를 보며 여유로운 배스 타임을 즐기기 위해 커튼조차 치지 않는다. “대학생인 우리 딸은 여기만 들어가면 두세 시간은 있어요.” 바다를 보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사지도 하고 휴식을 취한다는 대학생 딸. 바다와 욕실의 조화를 가장 심플한 상태로 재현한 듯하다. 바다를 보며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로운 목욕 시간을 즐기는 것, 바로 이 집의 테마다.

3층의 아늑한 침실.

3층의 아늑한 침실.



커튼조차 달지 않은 3층의 욕실은 하얀 파도와 은빛 모래사장을 온전히 즐기겠다는 이 집의 테마를 가장 잘 표현한다. 열려라, 참깨! 방범을 위해 다리 형태의 현관문을 달았다. 다리를 내려주지 않으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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