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취미 남편을 위한 럭셔리 데크 하우스
나카지마 히로시는 화려한 경력의 애널리스트다. 노무라 종합연구소,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를 거쳐 독립한 후에도 일이 끊이질 않았고 오랫동안 일본 애널리스트 랭킹 1위를 지켜왔다. 그야말로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일본 경제를 일궈온 세대다. 60세를 넘긴 지금도 여러 회사의 고문으로 컨설팅을 도맡아 하고 있고, 부업으로 어업이며 레스토랑 경영도 하고 있는 그는 가끔 쉬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일에 매진할 생각이다.
바닷바람이 신선한 별장의 데크.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 바다의 잔잔함이 마음을 녹인다.
그런 나카지마에게 일상의 오아시스는 3년 전에 지은 데크 하우스다. 주말마다 찾아가 정원을 가꾸고 요리를 하고 바다를 보면서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여생을 느긋하게 보내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데크 하우스가 위치한 마나즈루는 도쿄 부근 가나가와의 남단 반도로 해안이 아름다운 별장지. 나카지마가 마나즈루 절벽에 별장을 지은 이유는 이렇다.
요염한 밤 풍경과 시원스러운 대낮의 모습.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이미지다.
[일본 통신원 김민정의 인생이 즐거워지는 집]남편에게 자유를! 취미를 살린 집
한때는 골프를 치기도 했지만 이 데크 하우스를 지은 후엔 정원 가꾸기와 요리가 취미가 됐다. 일본, 한국, 중국, 이탈리아 요리 등 못하는 요리가 없고, 특히 생선 요리 솜씨는 아내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후배 애널리스트들을 데크 하우스로 초대해 함께 공부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기도 한다. 휴일엔 술 한 잔 마시며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싶다는 나카지마. 그의 도원경에는 은은한 바닷바람이 불고 잔잔한 파도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바쁜 남편과 주말에 데크 하우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만족스럽다.
모 증권회사 광고에 등장해 화제가 된 데크 하우스. 2층 거실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데크 하우스 1층엔 욕실과 게스트 룸이 있고 2층은 거실과 주방, 침실, 게스트 룸으로 꾸몄다. 3백 평의 정원은 인공적인 분위기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릴 적 나비 수집을 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총천연색 나비가 날아다니는 정원을 꿈꾼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주방. 바다와 정원으로 확 트인 공간을 보며 지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6 넓은 욕조에 누워 밤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2층의 주방 겸 거실. 설계사와 함께 직접 구입하고 제작한 나무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놀러 와서 지낼 수 있도록 넓은 테이블과 긴 의자를 마련했다.
일을 다 그만두면 무엇을 할까? 요즘 나카지마의 고민이다. 우선 몇 년 전부터 해왔던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을 위한 자원봉사며 기부활동에 좀 더 매진하고 싶다. 그리고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던 아내와의 생활에 ‘올인’하겠노라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설계 Mario Del Mare(www.mariodelmare.com)
자동차 마니아의 개러지 하우스
일본의 심야 방송 중에는 개러지(Garage, 차고)에서 한 시간 내내 아저씨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있다. 4년 내내 일요일 밤을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으로 남편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별다른 내용은 없다. 50세를 넘긴 중년 탤런트 둘이 개러지에 앉아 프라 모델을 조립하거나 청바지를 손수 장식하면서 한 시간 내내 자동차, 올드 팝, 패션,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다. 하지만 중년이 되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싶은 남자들에겐 꽤 지지를 얻고 있다. 필자의 남편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바람? 불륜? 그럴 여유가 있다면 나만의 기지인 개러지 하우스를 짓고 싶어.” 이런 외침은 필자 남편만의 꿈이 아니다. 요즘 시대, 회사에서 집에서 여자에게 치이는 남자들에겐 당연한 이상이 아닐까. 이런 이유로 개러지 하우스는 최근 일본 남성들의 드림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1 빨간 테두리의 도구함과 빨간 의자가 좁은 차고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2 개러지 안의 벤치. 벤치를 사와서 직접 팻말을 붙였다. 3 아들이 쓰는 로프트는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장식했다.
도쿄 바로 옆, 우리로 치자면 경기도라 할 수 있는 가나가와에 살고 있는 사카즈메 부부는 4년 전 개러지 하우스를 지었다. 1층엔 방과 욕실이 있고, 2층엔 주방 겸 거실에 작은 로프트를 더한 이 집은 1층 외부에 차고를 조금 넓게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봐야 차 한 대가 들어가면 꽉 차지만 의자와 책상을 들여놓을 정도는 되고, 수집한 미니 카를 수납할 만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집의 차고에 들어서면 ‘Sakazume Motors’란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벽면엔 수집한 미니 카들이 포장까지 그대로 전시돼 있다. 늘 깔끔하게 보관하고 싶은 수집가만의 미니 카 사랑법이다. 핸들이며 자동차 넘버 플레이트도 눈에 띄고, 가지런히 진열된 위스키도 보인다. 마치 웨스턴 바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다. 위스키 한 잔 따라놓고 자동차를 닦거나 미니 카를 수선하는 남편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아내와 남편이 주말을 함께 보내는 거실과 주방. 로프트는 초등학생 아들의 방, 로프트 아래 공간은 남편의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좁은 공간 하나로도 남편은 집 안에 자기만을 위한 장소가 있다는 위안을 받는다.
사카즈메 가즈시게의 자동차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집 안에도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확보해 프라 모델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고, 벽 한쪽을 미니 카 수납장으로 만들었다. 2층 벽엔 작은 구멍을 뚫고 유리를 끼워 언제든 1층 차고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카즈메 가족. 잉꼬부부의 비결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란다.
“남편이 좋아하니까 저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라며 웃음 짓는 아내. 아내는 탁 트인 주방에서 책을 읽거나 요리하는 시간을 사랑하고, 초등학생 아들 후야는 로프트에 올라가 레고를 조립하거나 만화 보는 시간을 즐긴다. 아들 방을 별도로 꾸미지 않고 로프트를 사용한 점이 흥미롭다. 덕분에 부모는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고 아들 역시 늘 엄마, 아빠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결혼한 지 15년. 잉꼬부부의 비결을 물으니 부부가 동시에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라 대답한다. 인터뷰하는 내내 부부가 서로의 이름을 정답게 부르던 인상적인 가족이다.
설계 solasio(www.solasio.co.jp)
사카즈메 가족의 개러지 하우스는 토쿄 근방 가나가와에 위치했다.
1층 현관문에서 연결되는 차고. 자동차 한 대만으로 꽉 차는 공간이지만 책상과 의자, 벤치 등을 들여 이색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차고에 진열된 자동차 넘버 플레이트와 핸들, 그리고 위스키가 웨스턴 바를 연상시킨다. 거실 한쪽에 감상을 목적으로 만든 미니 카 수납장.
■기획 / 이은선 기자 ■글 / 김민정 ■사진 제공 / Mario Del Mare, solas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