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주방의 중심은 싱크대와 카운터 테이블이다. 싱크대에서 엄마가 요리를 만드는 동안 아이는 그 앞의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주방 일을 하며 아이를 살필 수 있고, 아이도 엄마를 볼 수 있어 안심이 되는 설계다.
“육아 전용 주택이 생겼대. 어머나, 대출 금리도 1%대라는데.”
요즘 일본 엄마들 사이에서는 물론 TV에서도 화제인 ‘육아 전용 주택’ 얘기다. 사이타마 현 주도로 운영 중인 육아 전용 주택은 육아에 한창인 엄마, 아빠의 편의는 물론 아이들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지어진 집을 말한다. 도쿄 바로 옆에 붙은 사이타마는 도쿄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의 베드타운으로, 도쿄보다 집값이 저렴해 이곳에 집을 짓고 도쿄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사이타마 현은 이들의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데, 육아 전용 주택도 그중 하나다.
2층 아이 방. 바로 옆에 화장실을 두어 아이가 놀다가도 달려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층에 마련된 소파에선 부부가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육아 전용 주택이지만 부부를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왼쪽은 싱크대, 오른쪽은 아이들 책상인 독특한 구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에서 혼자 공부한 아이보다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공부한 아이가 성적이 더 좋다고 한다. 2층의 침실은 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모던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2층의 넓은 발코니가 인상적인 집. 내부는 아이를 배려한 구조로 설계됐다.
일본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육아 전용 주택 단지 ‘하구쿠미노 오카’는 올리브나무와 살구나무가 나란히 늘어선 마을이다. 이 나무들에는 주민들이 열매를 함께 키우고 수확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좋겠다는 건축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곳엔 총 37채의 집이 있고, 마을 한가운데 작은 공원이 들어서 있다. 내부의 기본 구조는 거의 비슷한데 1층엔 주방과 거실, 욕실이 있고, 1.5층엔 서재나 아이 방으로 쓸 만한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은 침실과 아이 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침실 옆에 발코니가 있어 저녁에 부부가 바람을 쐬며 술 한 잔 마시는 등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필자는 첫아이가 태어난 후 집 안 가구 모서리마다 천을 씌우고, 아이가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달았던 기억이 있다. 테이블도 아이가 자꾸 부딪히는 탓에 여러 번 바꿨다. 어른에겐 아무렇지도 않던 공간이 아이에겐 불편함을 넘어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피하고자 지어진 육아 전용 주택은 엄마, 아빠, 무엇보다 아이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건축 POLUS(www.polus-home.jp)
리폼으로 아이들을 배려한 가마쿠라 앤티크 하우스
가나가와 현의 가마쿠라는 12세기 말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지며 일본 정치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 바다가 훤히 보이고 전통 있는 절들이 가득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봄엔 흐드러지게 핀 수국, 여름엔 해수욕, 가을엔 단풍, 겨울엔 쓸쓸한 절 풍경 또한 아름다운 장소다.
거실의 중심은 바로 책상이다. 족히 2m는 됨직한 책상에 세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한다. 때론 장난을 치거나 싸우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지내는 시간과 공간이 사랑스럽다.
독특한 형태의 리폼 하우스. 둥글게 뚫린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의 주방. 급식용 양은 식판도 이렇게 진열하니 꽤 괜찮은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유치원에서 얻어온 의자들. 나란히 놓으니 멋진 인테리어가 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엄마는 벽 한 면을 장식장으로 만들었다. 하네사와 가족. 요리가 취미인 건축가 아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발랄한 막내딸, 앤티크와 핸드메이드를 사랑하는 엄마.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 앤티크 마니아인 엄마는 오래된 물건이 갖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서랍장 손잡이가 떨어진 것도 그대로 두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구가 상처를 입기 쉬운데, 이 집의 가구는 오래되어 상처 걱정이 없고 아이들도 마음껏 놀 수 있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 / 김민정 ■사진 제공 / POLUS, sol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