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주인은 아이랍니다! 육아 전용 주택

일본통신원 김민정의 인생이 즐거워지는 집

우리 집 주인은 아이랍니다! 육아 전용 주택

좋은 집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예산과 면적 외에 장소, 내부 구조, 라이프스타일 등이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이들은 투자를 필수 조건으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좋은 집’이란 구성원들의 희망과 요구사항을 실현한 집이 아닐까.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이가 주인공인 집’처럼 말이다.

1층 주방의 중심은 싱크대와 카운터 테이블이다. 싱크대에서 엄마가 요리를 만드는 동안 아이는 그 앞의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주방 일을 하며 아이를 살필 수 있고, 아이도 엄마를 볼 수 있어 안심이 되는 설계다.

1층 주방의 중심은 싱크대와 카운터 테이블이다. 싱크대에서 엄마가 요리를 만드는 동안 아이는 그 앞의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주방 일을 하며 아이를 살필 수 있고, 아이도 엄마를 볼 수 있어 안심이 되는 설계다.

내부 구조도, 대출 금리도 착한 하구쿠미노 오카
“육아 전용 주택이 생겼대. 어머나, 대출 금리도 1%대라는데.”
요즘 일본 엄마들 사이에서는 물론 TV에서도 화제인 ‘육아 전용 주택’ 얘기다. 사이타마 현 주도로 운영 중인 육아 전용 주택은 육아에 한창인 엄마, 아빠의 편의는 물론 아이들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지어진 집을 말한다. 도쿄 바로 옆에 붙은 사이타마는 도쿄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의 베드타운으로, 도쿄보다 집값이 저렴해 이곳에 집을 짓고 도쿄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사이타마 현은 이들의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데, 육아 전용 주택도 그중 하나다.

2층 아이 방. 바로 옆에 화장실을 두어 아이가 놀다가도 달려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층에 마련된 소파에선 부부가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육아 전용 주택이지만 부부를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왼쪽은 싱크대, 오른쪽은 아이들 책상인 독특한 구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에서 혼자 공부한 아이보다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공부한 아이가 성적이 더 좋다고 한다. 2층의 침실은 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모던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2층 아이 방. 바로 옆에 화장실을 두어 아이가 놀다가도 달려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층에 마련된 소파에선 부부가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육아 전용 주택이지만 부부를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왼쪽은 싱크대, 오른쪽은 아이들 책상인 독특한 구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에서 혼자 공부한 아이보다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공부한 아이가 성적이 더 좋다고 한다. 2층의 침실은 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모던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사이타마 현의 육아 전용 주택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현관에는 유모차를 넣어둘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주방은 거실을 마주보는 형태로 부모가 주방 일을 하면서도 거실의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계단 높이도 아이에게 맞춰야 하고, 계단 중간에는 넓은 공간을 확보해 혹시 아이가 떨어졌을 때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물론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자재로 집을 짓는 건 필수다.

2층의 넓은 발코니가 인상적인 집. 내부는 아이를 배려한 구조로 설계됐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킨 집은 은행 대출 금리를 약 1.5% 깎아주는 착한 제도까지 있다. 현행 주택론 금리가 2.5% 수준이니 1.5%포인트를 빼면 1%의 금리로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0세부터 만 12세 아동이 있는 가족에게 문이 열려 있다.

일본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육아 전용 주택 단지 ‘하구쿠미노 오카’는 올리브나무와 살구나무가 나란히 늘어선 마을이다. 이 나무들에는 주민들이 열매를 함께 키우고 수확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좋겠다는 건축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곳엔 총 37채의 집이 있고, 마을 한가운데 작은 공원이 들어서 있다. 내부의 기본 구조는 거의 비슷한데 1층엔 주방과 거실, 욕실이 있고, 1.5층엔 서재나 아이 방으로 쓸 만한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은 침실과 아이 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침실 옆에 발코니가 있어 저녁에 부부가 바람을 쐬며 술 한 잔 마시는 등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필자는 첫아이가 태어난 후 집 안 가구 모서리마다 천을 씌우고, 아이가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달았던 기억이 있다. 테이블도 아이가 자꾸 부딪히는 탓에 여러 번 바꿨다. 어른에겐 아무렇지도 않던 공간이 아이에겐 불편함을 넘어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피하고자 지어진 육아 전용 주택은 엄마, 아빠, 무엇보다 아이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건축 POLUS(www.polus-home.jp)

리폼으로 아이들을 배려한 가마쿠라 앤티크 하우스
가나가와 현의 가마쿠라는 12세기 말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지며 일본 정치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 바다가 훤히 보이고 전통 있는 절들이 가득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봄엔 흐드러지게 핀 수국, 여름엔 해수욕, 가을엔 단풍, 겨울엔 쓸쓸한 절 풍경 또한 아름다운 장소다.

거실의 중심은 바로 책상이다. 족히 2m는 됨직한 책상에 세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한다. 때론 장난을 치거나 싸우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지내는 시간과 공간이 사랑스럽다.

거실의 중심은 바로 책상이다. 족히 2m는 됨직한 책상에 세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한다. 때론 장난을 치거나 싸우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지내는 시간과 공간이 사랑스럽다.

고등학생인 딸과 초등학생 아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하네사와 가족은 얼마 전 가마쿠라의 30년 넘은 집을 리폼했다. 컨셉트는 아이들을 위한 집. 거실과 주방 사이의 칸막이 앞엔 유치원에서 얻은 아이용 의자를 두었는데, 사이즈가 딱 맞고 학교 같은 분위기가 배어나 아이들이 이 의자에 푹 빠져 있다. 거실 한쪽 벽에는 족히 2m는 됨직한 책상을 배치했다.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아이디어로, 세 아이가 여기 앉아서 공부를 하고 엄마와 아빠는 거실에서 담소를 나눈다. 주방의 식품 보존고 위에는 다락 개념의 로프트를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이곳에 올라가 잠을 자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가 식사를 준비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기도 한다. 막내딸 미나토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네. 높은 천장에 그네를 매달아 비가 오는 날에도 집 안에서 맘껏 몸을 움직이며 놀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독특한 형태의 리폼 하우스. 둥글게 뚫린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독특한 형태의 리폼 하우스. 둥글게 뚫린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1층엔 큰딸과 아들의 방, 그리고 부부의 침실이 있다. 막내딸은 엄마, 아빠와 함께 자고, 가끔은 세 아이 모두 부부 침실에 와서 엄마, 아빠와 고민거리를 나누기도 한다. 벽 한쪽엔 와인 상자로 만든 선반을 달고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진열해두었다. 2층은 주방과 거실이다. 앤티크 마니아 엄마의 수집품으로 꾸민 공간이 오래된 잡화점처럼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특히 거실의 모든 가구는 앤티크풍으로, 엄마는 서랍의 손잡이 하나쯤 떨어진 것도 오래된 것만이 가질 수 있는 멋으로 해석하는 멋쟁이다. 양은 식판을 진열하고, 주방의 서랍도 벽돌과 등공예 서랍으로 손수 만들었다.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의 주방. 급식용 양은 식판도 이렇게 진열하니 꽤 괜찮은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의 주방. 급식용 양은 식판도 이렇게 진열하니 꽤 괜찮은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아빠의 취미는 요리다. 앤티크 마니아 엄마가 집 안에 요술을 부리는 동안 아빠는 꽁치를 굽고 찌개를 끓인다. 영어 공부에 푹 빠진 큰딸, 한창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아들, 그리고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무작정 좋은 막내. 집 안의 아주 작은 것조차도 아이들을 배려해서인지 이곳에선 가족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건축 solasia(www.solasio.co.jp)

유치원에서 얻어온 의자들. 나란히 놓으니 멋진 인테리어가 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엄마는 벽 한 면을 장식장으로 만들었다. 하네사와 가족. 요리가 취미인 건축가 아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발랄한 막내딸, 앤티크와 핸드메이드를 사랑하는 엄마.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 앤티크 마니아인 엄마는 오래된 물건이 갖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서랍장 손잡이가 떨어진 것도 그대로 두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구가 상처를 입기 쉬운데, 이 집의 가구는 오래되어 상처 걱정이 없고 아이들도 마음껏 놀 수 있다.

유치원에서 얻어온 의자들. 나란히 놓으니 멋진 인테리어가 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엄마는 벽 한 면을 장식장으로 만들었다. 하네사와 가족. 요리가 취미인 건축가 아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발랄한 막내딸, 앤티크와 핸드메이드를 사랑하는 엄마.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 앤티크 마니아인 엄마는 오래된 물건이 갖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서랍장 손잡이가 떨어진 것도 그대로 두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구가 상처를 입기 쉬운데, 이 집의 가구는 오래되어 상처 걱정이 없고 아이들도 마음껏 놀 수 있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 / 김민정 ■사진 제공 / POLUS, sol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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