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공간을 인테리어할 때 마냥 예쁜 집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에 앞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 사는 데 불편한 점을 바꾸고 고치는 일이다.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의 기능에 충실한 것은 물론 센스 있는 감각까지 더한 두 집을 만난다.
1 모노톤의 미니멀 인테리어에 실용성을 겸비한 공간
노출 콘크리트의 창시자, 일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안도 타다오의 마니아인 집주인 차보은씨. 기하학과 자연이 융화된 미니멀한 안도 타다오 스타일의 집을 갖고 싶었던 차보은씨는 언젠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된다면 꼭 그의 스타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난봄 이 집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인테리어 전문가를 만나 상담하면서 천장이며 벽면을 노출 콘크리트로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인테리어 전문가는 집 안이 차가워 보일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고, 남편 역시 아이를 위해서는 따뜻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그녀가 오랫동안 품고 원하던 스타일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그 느낌을 살려 그레이톤으로 미니멀하게 마무리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짙은 그레이 컬러로 마감한 거실 한쪽 벽. 그리고 그 앞의 소파 역시 옅은 그레이 컬러를 선택해 톤온톤의 매치가 돋보이는 거실을 완성했다. TV와 안쪽의 수납한 물건들이 보이지 않게 블랙 글래스로 마감한 TV장은 미니멀한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차보은씨네 집은 화이트와 그레이, 블랙을 주조색으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모던하게 꾸몄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집이라 모노톤의 집도 전혀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한강이 내다보이는 거실 창 앞에는 큼직한 테이블을 두었는데, 저녁이 되면 한강이 보이는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낸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만든 이 테이블은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휴식공간이다.
거실 창 앞에 6인용 테이블을 둬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전망이 좋아 특히 한강의 야경이 보이는 밤이 되면 그 빛을 발한다. 마치 분위기 좋은 카페에 와 있는 것 같아 저녁에는 테이블 위의 펜던트만 켜놓고 가족 모두 이 테이블에 자주 둘러 앉는다고. 주방 쪽에 식탁이 있지만 가족의 저녁 시간은 늘 이 테이블이 차지한다.
이 집의 침실에는 재미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침실에 붙박이장을 들이는 대신 침대 발치 쪽으로 중문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하고 그 자리에 만든 드레스룸이다. 사계절 옷을 모두 수납할 만큼 넉넉한 공간이다. 드레스룸을 따로 두지 않고 침실에 둔 것은 침실은 잠을 잘 때 외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넓을 필요가 없고, 또 욕실과 드레스룸이 연결돼 있으면 바쁜 아침 시간에 드레스룸까지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동선이 짧아져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소파 옆 숨은 공간은 장식과 수납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게 수납장을 짜 넣었다. 이곳에는 차보은씨가 좋아하는 안도 다다오의 책들도 진열해두었다. 집 안의 자잘한 살림을 수납할 수 있는 서랍도 있어 실용적이다. 원래는 중문 없이 현관이 오픈돼 있었는데 이곳에 가벽을 세워 중문과 수납공간도 만들었다. 실용성과 인테리어를 동시에 살린 아이디어다.
그레이와 블랙이 조화로운 싱크대, 그레이톤 식탁, 블랙 펜던트까지 거실과 연결되는 주방 역시 모노톤으로 마무리했다. 식탁 뒤쪽의 작은 아일랜드는 수납과 조리대 역할은 물론 공간을 분리해 식탁 분위기를 좀 더 아늑하게 연출한다.
벽면은 모두 화이트 컬러로 마감하고 문짝은 짙은 그레이톤으로 페인팅했다. 아이 방의 문손잡이를 산뜻한 그린 컬러로 매치한 것도 재미있다.
비록 본인이 원하던 안도 타다오 스타일을 온전하게 연출하진 못했지만 그레이톤으로 마감한 미니멀 인테리어도, 가족이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간을 꾸민 아이디어도 모두 만족스럽다. 디자인&시공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02-588-9217, www.marmelo.kr)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침실은 침대 외에 다른 가구가 필요치 않아 남는 공간을 활용해 드레스룸을 만들 수 있었다. 침실의 3분의 1 정도가 드레스룸으로 변했는데, 사계절 옷을 모두 수납할 만큼 붙박이장보다 2배 이상 넉넉한 수납공간이 확보됐다. 옷과 소품들이 오픈되면 침실이 어수선할 수 있어 공간 분리와 가리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문을 달았다. 문으로 인해 침실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 중문에는 창을 내고 간유리를 끼웠다. 침실 역시 모노톤으로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벽면은 옅은 그레이톤으로, 방문과 중문은 짙은 그레이톤으로 매치했고, 블랙 전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침실 내 드레스룸의 또 다른 장점은 욕실과 연결된다는 것. 아침 출근 전 샤워 후 파우더룸에서 화장을 하고 바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동선이 확보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침실 드레스룸은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침실의 활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까지 확보한 좋은 아이디어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아이 방은 네이비 벽지와 화이트 가구로 깔끔하게 연출했다. 화이트 수납장 위에 차보은씨가 친구에게 선물받은 색색의 종이학 모빌은 아이 방에 활기를 주는 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아이 방은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가구를 모두 벽면으로 배치하고 가운데 공간을 넉넉히 비워두었다. 한쪽 벽에는 아이 옷을 수납하기 위한 붙박이장을, 또 다른 벽에는 장난감을 수납하는 서랍장을, 창과 마주하는 벽에는 책장을 둬 벽면마다 서로 다른 기능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가 스스로 물건을 찾기 쉽게 했다. 아이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공간 확보를 위해 아이 방에는 따로 침대를 두지 않았다. 그리고 한쪽에 천막 모양의 아이용 텐트를 두었더니, 이곳에서 잠도 자고 놀이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아이가 좋아하는 공간이 됐다.
2 가족 개개인을 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집
거실에 TV를 없애고 그 자리에 다른 기능을 더한 집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손나영씨네 역시 거실에 TV를 두지 않고 그곳을 서재처럼 활용하고 있다. 손나영씨가 거실에 TV를 두지 않은 이유는 확실했다. 서재를 따로 마련할 공간이 부족해서, 혹은 아이가 TV를 오래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실의 천장 인테리어는 남다른 감각이 돋보인다. 아파트의 단점인 낮은 천장을 높여 거실이 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고,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노출시켜 투박한 세련미를 더했다. 그리고 천장의 테두리를 따라 기하학 형태로 판을 덧대고 그 라인을 따라 조명을 색다르게 연출해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만들었다. 메인 조명 없이 간접조명만 있어 어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아늑하다고.
“이사 오기 전 살던 집에는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거실에 TV가 있었어요. 그리고 많은 시간 TV를 시청했죠.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남편과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는 혼자 구석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문득 ‘같은 공간에 가족이 함께 있긴 하지만 서로 대화 없이 제각각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있는 의미가 없는 거죠.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인테리어를 하게 돼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거실에 TV 대신 책을 놓을 선반을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어요.”
아이 방을 만드느라 없어진 서재는 거실 창 옆 자투리 공간을 활용했다. 작은 책상과 선반장을 짜 넣어 미니 서재를 만든 것. 자투리 공간까지 놓치지 않고 실용적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거실에 TV를 없앴더니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한결 많아졌다. 침실의 TV도 거의 보지 않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또 음악을 듣는 시간도 늘어나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거실이 서재 기능을 하면서 침실 외에 두 방은 모두 아이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나는 아이의 침실로, 다른 하나는 놀이방이자 공부방으로 만든 것.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이 방인데, 아이 방이 하나일 경우 침대와 옷장, 책, 장난감까지 모두 들이다 보면 정작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해지기 때문에 침실공간과 놀이공간을 나눠놓았다고. 이렇게 만들었더니 아이가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고, 또 아이의 장난감으로 거실이 어지럽혀지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손나영씨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또 다른 공간은 주방이다. 한쪽 벽을 짙은 색의 파벽돌로 마감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 것. 벽돌로 마감한 벽으로 인해 주방은 한결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싱크대는 기존의 좁은 ㄱ자형이던 것을 ㄷ자형으로 만들었더니 한결 실용적인 공간이 된 것뿐만 아니라 주방 일을 하면서 가족과 대화할 수 있어 주부가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손나영씨네는 이처럼 거실과 집 안 곳곳에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이유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한 케이스다.
디자인&시공 817디자인스페이스(02-712-1723, www.817designspace.co.kr)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현관과 거실이 오픈돼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가벽을 세웠다. 가벽이 꽉 막혀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 창을 내고, 현관에는 천장 조명 대신 디자인이 예쁜 조명을 창 위쪽으로 설치해 인테리어 감각을 살렸다. 이처럼 오픈돼 있는 현관일 경우 중문 설치를 원하는 고객이 많은데, 넓은 평수가 아닌 경우에는 자칫 거실이 좁아지고 답답해 보일 수 있어 가벽을 세우는 것이 더 좋다고 인테리어 전문가는 말한다. 20, 30평대 아파트는 현관이 넓지 않기 때문에 천장까지 이어지는 신발장이 현관을 답답하게 만든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발장을 거울로 마감했다. 톤 다운된 거울을 활용해 은은하게 마무리하고, 신발장 밑에 여유 공간을 둬 현관이 어수선해지지 않게 했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거실 선반은 얇은 철판으로 설치해 한결 간결하고 이국적인 모습이다. 아래쪽은 아이 책을, 위쪽엔 어른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책 크기에 맞춰 선반과 선반 사이의 간격을 달리한 것도 인테리어를 돋보이게 하는 아이디어다. 선반의 길이가 길면 나무 선반은 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노루발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 같은 철제 선반을 활용하면 노루발 없이도 휠 염려가 없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욕실 역시 모던한 분위기의 거실과 어우러질 수 있게 모노톤의 타일을 활용했다. 바닥과 벽면 모두 각이 넓은 한 가지 타일로 통일해 널찍해 보이는 효과를 주고 거실과 마찬가지로 간접 조명을 활용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1 주방은 거실과 연결되는 공간이므로 분리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벽면을 파벽돌로 마감했다. 또 ㄱ자형인 주방을 ㄷ자형으로 만들었더니 실용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식탁과 싱크대가 분리돼 식탁이 아늑해졌으며,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아 한결 깔끔하다. 식탁의 프레임과 같은 블랙 펜던트 3개를 조르륵 설치해 재미를 주었다.
2 주방의 벽돌 벽은 온전한 인테리어 공간이다. 벽 중간에 홈을 내고 조명을 설치해 장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벽돌로 인한 답답함까지 해소한다.
3 다용도실로 이어지는 입구의 문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도르래를 활용한 철문은 뉴욕의 로프트를 연상시킬 만큼 감각적이다. 주부들은 기억해야 할 메모나 아이의 스케줄을 주로 냉장고에 붙여두는데, 문을 열고 닫으면서 떨어지기 일쑤. 이 철제문은 이런 메모판의 역할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4 화이트와 블랙을 활용해 모던한 분위기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주방. ㄱ자형인 주방을 ㄷ자형으로 만들었더니 수납공간이 한결 많아져 주방 정리가 수월하고, 한쪽에 자리하고 있던 조리대의 위치를 옮겨 벽을 보며 요리하지 않아도 돼 주방 일을 하는 동안의 답답함까지 없앴다. 배기후드 역시 사각의 모던한 디자인으로 주방의 인테리어를 살리는 요소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거실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지만 식탁에도 세 식구가 둘러앉아 아이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먹거나 놀이를 하기도 한다. 또 조리대와 식탁이 붙어 있어 엄마가 주방 일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센스를 모두 갖춘 집 꾸밈 노하우
아이 침실은 자연의 느낌을 살린 원목 가구를 배치해 은은하게 마무리했다. 아이가 침실에서 노는 경우가 많지 않아 아이 침실 한쪽의 남는 공간은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아이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인 이 방은 최대한 아이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할 수 있게 했다. 한쪽 벽 전체에 벽지 대신 붙인 자석 칠판은 아이가 자유롭게 낙서하고 숫자나 알파벳 놀이도 편하게 할 수 있게 한, 아이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띄는 인테리어다. 아이 놀이방은 온전히 아이만을 위한 공간이다. 아이 방을 빙 둘러 책과 교재, 장난감을 수납했는데, 아이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리해 수납하고 아이 키에 맞춰 높지 않은 가구를 활용했다.
■기획 / 김민정 기자 ■진행 / 이채현(프리랜서)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