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 수 없는 구조와 특별한 디자인으로 심플하고 세련된 감각의 리노베이션에 성공한 아파트에 다녀왔다. 공간의 기능에 충실한 것은 물론 주거공간에 리조트 느낌을 입힌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눈여겨보자.
공간의 기능을 업그레이드시킨 아파트 리노베이션
대리석 타일로 심플하게 마감한 거실은 우드 테이블을 둬 따뜻함을 연출하고, TV장은 TV 양쪽으로 수납 기능을 살려 책과 아이들이 자주 보는 DVD를 보이지 않게 수납할 수 있게 했다.
또 베란다에 테이블을 놓아 휴식공간을 만들었으며,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겨울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집 공사를 시작하기 전 인테리어 업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주인과 컨셉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 집의 경우 집주인이 처음 원했던 컨셉트는 지중해풍의 원색을 사용해 꾸미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색의 공간은 처음에는 색다르고 예뻐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가벼워 보일 수 있어 무난한 화이트를 주조색으로 정하고, 대신 전체적인 컨셉트는 지중해의 고급 리조트풍 인테리어로 결정했다. 그 안에서 리조트나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어색하지 않게 집 안 전체에 풀어놓았다. 그래서인지 주거공간에서는 흔치 않게 디자인된 곳들이 재미를 주고 색다른 감각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침실 쪽 욕실이다. 그동안 여러 집들을 봐왔지만 이 집처럼 특별한 구조로 실용성과 멋을 동시에 살린 욕실은 본 적이 없다. 보통 욕실은 세면대와 변기, 욕조 혹은 샤워 부스가 함께 있는 구조이고, 좀 특별하다 싶으면 욕실 타일과 액세서리로 멋을 부리거나 세면대를 따로 두는 정도다. 그런데 이 집은 오픈된 공간에 세면대 2개를 나란히 두고 변기와 욕조를 각각의 부스로 처리해 분리되게 한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공간은 주부가 살림하는 것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주방이다. 거실과 나란히 위치한 주방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싱크대가 주방 벽을 따라 시공돼 있었는데, 집주인은 주방 살림을 하면서도 가족과 마주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원했다. 하지만 거실과 주방 사이의 벽이 내력벽이라 철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과감히 식탁 자리를 포기하고 싱크대를 시원하게 주방 가운데 대면형으로 짜 넣었다. 일반적인 목공 싱크대 대신 타일로 마감한 싱크대는 거실 쪽으로 간이 테이블까지 두어 식탁이 없는 단점을 보완했다.
한편, 인테리어를 아무리 예쁘게 해도 살림살이가 곳곳에 많이 드러나면 어수선해 보인다. 살림을 최대한 보이지 않게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도 이 집의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요소다. 또 거실, 주방, 아이 방 등 각 공간의 특징을 고려한 마감재로 공간마다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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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방은 일반적인 싱크대 대신 고급 펜션이나 리조트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싱크대를 디자인해서 타일로 마무리했다. 싱크대 크기가 큰 편이라 조리대 밑에 수납을 넉넉하게 할 수 있어 상부장 대신 선반을 달았더니 한결 시원한 주방이 됐다. 냉장고는 거실 쪽에서 보이지 않게 안쪽으로 배치해 깔끔한 느낌을 살렸다.
2 거실을 확장하면 대부분 베란다는 비워두거나 테이블 하나 두는 정도지만 이 집은 창가 쪽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고 벽돌을 쌓아 오픈 수납공간을 만들어 베란다에도 실용성을 살렸다. 한쪽으로는 큼직한 화분을 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고, 벽돌 위에 쿠션을 올렸더니 스툴 역할까지 하게 됐다. 주방에 식탁이 따로 없기 때문에 베란다의 테이블은 손님이 왔을 때 식탁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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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실에서 본 주방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면형 주방은 주방 일을 할 때 거실을 바라볼 수 있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주방 모두 벽면은 화이트 컬러로 마감한 대신 공간 분리를 위해 바닥은 서로 다른 타일을 사용했다. 또 주방 바닥과 싱크대를 같은 타일로 마무리해 통일성을 주는 한편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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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예쁘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면 그건 실패한 인테리어다. 이 집만의 특별함이 엿보이는 욕실은 성공한 인테리어 케이스를 볼 수 있는 코너다. 처음 컨셉트대로 고급 리조트의 요소를 주거공간에 잘 살린 곳으로 훌륭한 디자인은 물론 집주인이 만족할 만한 실용성을 갖췄다. 침실 옆 파우더룸과 드레스룸, 욕실이 나란히 있던 공간을 확장해 드레스룸이 있던 곳에는 세면대를 놓고, 욕실이 있던 자리에는 2개의 부스를 설치해 욕조와 변기를 분리했다. 보는 사람마다 욕심을 내는 코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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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원래 침실 옆 드레스룸이었다. 드레스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침실 옆 드레스룸은 그다지 필요치 않아 없애기로 결정하고 대신 전혀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시공 업체에서 디자인을 하면서도 주거공간에는 많이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집주인이 반대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집주인은 디자인을 보자마자 오히려 만족했다고. 세면대가 오픈돼 있어 시원하고, 2개의 세면대와 욕실용품을 한 번에 수납할 수 있는 수납장은 실용성까지 배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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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은 그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며,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미리 예상하게 되는 공간이므로 신경 써서 공사했다. 현관 역시 화이트 컬러로 마감하고 중문은 블랙 철제 프레임을 사용해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세련미를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신발장은 밑에 여유 공간을 둬 자주 신는 신발로 인해 어수선하지 않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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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실 쪽 베란다는 크기가 넉넉해 그냥 비워두기 아까운 공간이었다. 이 집에는 부부의 서재가 따로 없기 때문에 베란다를 활용해 서재를 만들었다. 창가 앞에 길고 큼직한 나무판을 올리고 밑에 수납이 되는 지지대를 받쳐 부부 각자의 책상을 만들었다. 한쪽 벽에는 선반을 달아 책이나 문구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했더니 실용적인 서재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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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 옆의 드레스룸은 붙박이장과 함께 방 가운데 서랍장을 둬 옷을 넉넉히 수납할 수 있게 했다. 드레스룸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므로 서랍장을 벽에 배치하지 말고 가운데 두면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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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실은 은은한 원목을 사용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침대 헤드 쪽에 홈을 내서 인테리어 효과를 살렸고, 침대 양쪽으로 테이블 스탠드 대신 펜던트 조명을 길게 늘어뜨려 심플하게 연출했다.
▲ 침실과 베란다 서재는 중문으로 경계를 두었다. 늦은 밤 컴퓨터를 할 때 불빛이 침실로 새어 들어와 숙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중문에 격자무늬를 넣어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불빛을 가릴 수 있게 했다. 침실과 베란다의 경계 역할을 하는 2개의 중문은 침실에 인테리어 효과도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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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아직 어려 아이 방은 침실과 놀이방으로 나눠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 두 아이의 침실은 다른 군더더기 없이 침대만 두었는데, 자칫 심심해 보일 수도 있어 침대 헤드 쪽에 나무 벽을 세워 벽 장식과 함께 나무의 따뜻한 느낌이 전해질 수 있게 했다. 천장 조명은 아이 방에 포인트 인테리어 효과를 준다.
▲ 아이 방 입구 옆쪽으로 아이들의 옷과 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을 만들었다. 붙박이장 문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할 수 있게 보드를 붙였다. 한쪽엔 블랙 칠판을, 다른 한쪽엔 화이트보드를 붙여 컬러에 재미를 주었는데, 분필이나 마커 등 다양한 문구를 활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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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방에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놀이방과 침실을 연결하는 비밀 문 같은 작은 통로가 바로 그것. 방문을 통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이 통로는 리모델링 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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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컬러로 마무리한 공간의 깔끔함을 엿볼 수 있는 복도. 현관부터 거실까지 바닥은 대리석 타일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었다. 대리석 타일 바닥은 인테리어 효과 외에도 일반 마룻바닥에 비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난방열이 오래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획 / 김민정 기자 ■진행 / 이채현(프리랜서) ■사진 / 민영주 ■디자인&시공 / 옐로플라스틱(070-7709-3542, www.yellowplast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