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는 새로운 시각! 셰어하우스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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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주거 형태로 각광받고 있는 ‘셰어하우스’는 나눔을 의미하는 셰어(Share)와 집을 의미하는 하우스(House)가 합쳐진 말이다. ‘여럿이 함께 살며 주거공간과 삶을 공유하는 곳’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공동생활이 불편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셰어하우스는 비싸고 비좁고 외로운 도시생활을 위로받을 수 있는 아늑한 둥지다.

집을 보는 새로운 시각! 셰어하우스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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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현재 한국의 주거 문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하다면 예능 프로그램을 주목하자. 지난해 MBC에서는 ‘나 혼자 산다’라고 외치는 남자들이 인기였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멍하니 집에 있을 땐 외로움이 진하게 묻어났지만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가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터프가이 신성우의 반전 매력으로 화제가 된 SBS-TV ‘룸메이트’, 손호영, 최희가 출연하는 올리브TV ‘셰어하우스’ 등 공동생활을 다룬 방송이 대세다. 다른 직업과 나이의 스타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알콩달콩 재미있다.

방송처럼 실제로도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타인과 인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이 낯선 지방 출신의 대학생, 매달 내야 하는 월세에 허리띠 졸라매는 신입사원, 한국 사람들과 살아보고 싶다는 외국인까지, 구성원도 살고 있는 이유도 다양하다.

왜 셰어하우스에 살까?
셰어하우스는 한 집에서 개인 공간을 따로 가지면서 거실이나 부엌은 함께 쓰는 주거형태를 말한다. 한국에선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국에선 이미 20, 30년 전부터 보편화된 주거 문화다. 입주자들은 공동 공간에서 함께 밥을 먹거나 휴식을 즐기면서 삶을 ‘공유’하며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때문에 외로움과 고독 같은 1인 가구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손꼽히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집 한 채를 빌리는 전세와 달리 ‘집 안의 방 한 칸’을 빌려 사는 개념이라 보증금이 없고, 일반 원룸보다 월세가 저렴하다. 실제로 대학가 원룸의 월세 평균은 40만~60만원 선이지만 셰어하우스는 20만~40만원 수준이다. 식비, 공과금을 나눠서 내기 때문에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다. 또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10평 내외의 비좁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살다 넓은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게 되면서 실제로 체감하는 생활 공간은 한층 풍족해진다.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하면서 느끼는 연대의 즐거움도 크다.

물론 타인과 한 집에 살면서 겪는 불편함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나 욕실 청소 등 사소한 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룸메이트와 생활 패턴이나 성격이 달라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다가 몇 달 만에 집을 옮기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다른 입주자들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사는 삶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같이 살면서 겪는 불편보다 본인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크다면 한 번 살아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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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셰어하우스 가능할까?
현재 한국의 셰어하우스는 대부분 1인 가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셰어하우스가 발달한 유럽은 가족 형태의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셰어하우스 이웃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해 공동 육아를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들고 함께 여가생활을 즐긴다. 잠깐 상상해봤다. 가족 셰어하우스가 있다면 급하게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진땀 뺄 일도 없고 아이들끼리 장난감도 나눠 갖고, 교육이나 입시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도 있으니 참 좋을 텐데, 라고.

궁금증이 깊어질 무렵 국내 첫 셰어하우스 벤처기업 ‘우주(Woozoo)’의 김정헌(32)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주는 서울 종로구, 마포구, 성북구, 동대문구에서 15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등 스토리가 있는 집을 만들어 셰어하우스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셰어하우스 규모와 수준이 궁금해요.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은 5백 명 정도 돼요. 세계적으로는 전체 인구의 1% 정도고요. 유럽은 셰어하우스가 발달해서 인구의 30% 이상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이에요.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봐요.

관련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아주 높아요. 기존 주거 문화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주거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셰어하우스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어요. 아마 2만 명 이상이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일본의 수준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여러 사람이 한 집에 살게 되니까 부딪히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중재하는 일이 가장 힘들어요. 정신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죠. 따로 ‘하우스 매니저’라는 직책을 두고 관리하지만 늘 신경 쓰고 또 걱정하는 부분이에요.

국내의 셰어하우스를 살펴보니 거의 1인 가구 위주더라고요. 현재 국내에 가족을 위한 셰어하우스는 없나요? 아직은 없지만 비슷한 성격의 집은 있어요. 성미산마을의 ‘소행주’요. 여러 가족이 공동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곳이에요. 마음 맞는 지인들이 모여서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고 들었어요. 소행주도 공동생활의 훌륭한 예지만, 셰어하우스는 그것보다 좀 더 오픈된 개념이에요. 이전에 친분이 없었을지라도 관심사나 취미가 비슷해서 혹은 육아나 교육 등 필요를 위해 함께 사는 거죠. 누구나 같이 살 수 있으니까 참여 문턱이 좀 더 낮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가능하다고 보세요? 아직은 대부분의 셰어하우스가 한 집에서 방을 나눠 쓰는 형태예요. 2인 이상의 가족이 들어와 한 방에 산다면 너무 불편하겠죠. 하지만 가족 셰어하우스를 위한 건물을 짓고 임대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 셰어하우스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뭘까요? 외국 사례를 보면 실제로 공동 육아나 자녀교육에 도움이 많이 돼요. 유럽의 셰어하우스에서는 기본적으로 공동 탁아소를 설치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엄마들끼리 아이를 잠깐씩 맡아주는 모임이 있어요. 중고생의 교육을 위해 공동 공간으로 교사를 초빙해 여럿이 수업을 듣기도 하죠. 이 밖에 부모들은 함께 교육 고민을 나누고,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에요. 물론 유럽처럼 완성된 가족 셰어하우스의 형태가 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들을 거쳐야겠죠.

1인 가구와 달리 가족들이 모여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도 수십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몇 가족이 모여 살면 아마 어려운 상황이 배로 늘겠죠. 그게 제가 아직 가족 셰어하우스에 선뜻 도전을 못하고 있는 이유예요. 상상만 해도 아찔해요(웃음). 아마 갈등 해결을 위한 컨트롤 타워 같은 게 있어야 할 거고 중재를 위한 관리자도 있어야겠죠. 공동생활에 관한 정책도 필요할 거고요. 오랜 시간과 인력, 비용이 드는 꽤 큰 프로젝트가 될 거예요.

김 대표님께서 가족을 위한 셰어하우스를 제안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가족을 위해 셰어하우스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A구역은 육아, B구역은 공부, C구역은 여가를 담당하는 거예요. 셰어하우스를 셰어타운(Share Town)으로 바꾼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마을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되는 거예요. 한곳에 오래 살면서 끈끈한 관계들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삶의 좋은 가치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말이죠. 앞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계속해서 키울 생각이에요. 한국에 셰어하우스 문화가 잘 정착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처음 셰어하우스가 이슈화될 때는 주거 형태에 지각 변동이 온 듯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혹자는 서울의 주거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셰어하우스만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나의 재미있는 주거 문화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라는 김정헌 대표의 말을 들으니 아직 걸음마 단계인 셰어하우스가 ‘주거난 해소’라는 막중한 과업을 달성하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이곳이 누군가와 교류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1%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모두에게 완벽할 순 없지만 누군가에겐 보물 같은 공간’이랄까. 개인을 위한, 가족을 위한 셰어하우스의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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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도전! 셰어하우스
김정헌 대표가 말하는 5가지 조언


1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라.
2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라.
3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살아라.
4 갈등을 중재하고 봉합하는 능력을 길러라.
5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고 존중하라.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안지영 ■사진 제공 / 우주(Wo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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