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프 인테리어로 도전한 Home Dressing
전셋집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
“집이 청주인데 괜찮으세요?” 예쁜 집을 촬영하는데 청주쯤이야! 서울에서 2시간 반가량을 달려 맑은 공기가 반기는 청주에 도착했다. 지효진씨(30)는 블로그에 포스팅된 사진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미리 전했다. 사진 속 모습은 컬러풀한 소품이 가득해 경쾌한 분위기였는데 그땐 여름이었고, 겨울 분위기에 맞게 다시 꾸몄다고. 집 안에 들어서자 확실히 사진과는 다른, 모노톤의 차분하고 깔끔한 풍경이 펼쳐졌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했는데 제 집이 아니어서 마음대로 꾸미지 못한 욕구가 쌓였어요. 그동안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던 욕심을 이 집에 다 쏟아 부었죠. 비록 지금도 전셋집이라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지만요.”

1 카페에서 본 콘크리트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아 공장에서 벽돌을 구입해 벽면에 쌓았다. 벽돌을 쌓은 뒤에는 치수에 맞춰 선반을 주문해 위에 올렸다. 덕분에 일반 가정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벽에는 해외에서 직구한 별 모양 조명에 별도로 구입한 색깔 전선을 연결해 달았다. 2 나무 소재를 좋아하는 터라 화장대와 행어, 선반 역시 원목 가구로 구입. 깔끔하고 절제된 디자인이라 언제 봐도 멋스럽다.
본격적으로 이사를 하기 전, 거실의 오래된 장판부터 바꾸고 벽은 흰색으로 새롭게 도배했다. 주방의 상부장과 하부장은 전형적인 옛날 스타일의 무늬목 시트지로 마감돼 있었는데 흰색 시트지를 붙여 깔끔하게 리폼했다. 전셋집이라 페인팅을 하는 대신 다시 원상 복구할 수 있도록 시트지를 붙인 것. 정체불명의 스티커가 붙어 있던 지저분한 싱크대 타일은 흰색으로 페인팅했다. 난생처음으로 칠하는 페인트라 유성과 수성 제품도 구분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혼집에 이사 온 뒤 제일 잘한 일이라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든단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 부족해 보여 주부들의 로망인 원목 상판을 놓았다. 온라인에서 삼나무 패널을 주문해 톱으로 사이즈에 맞게 자르고, 손상을 막기 위해 바니시를 바른 뒤 싱크대 위에 올려두니 따스함이 더해졌다.

매일 밤 좋은 꿈을 꾸게 만들 것 같은 문구가 눈길을 끄는 침실. 짙은 회색과 흰색의 투톤 벽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노란색의 매거진 랙과 러그로 상큼함을 더했다.
“많은 사람들이 셀프 인테리어에 대해 동경하고, 잘 꾸며놓은 집을 보면서 부러워하죠. 하지만 실제 도전하는 사람은 적은 듯해요.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필요한 도구부터 구입해 직접 부딪쳐보세요. 스스로 경험하면서 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주방에 놓을 수납장으로 슬림한 선반이 필요했는데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해 직접 제작했다. 손수 작업한 타이포그래피 액자로 벽면을 꾸민 센스가 돋보인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인테리어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이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렇게 집 꾸미는 것이 좋아 오래된 부분을 하나둘 리폼하고, 평소 하고 싶던 대로 마음껏 꾸미고 나니 어느새 지효진씨는 다른 누군가의 집을 꾸며주는 홈 드레싱 업체 ‘JD Homedressing’의 대표가 됐다. 올해 3월 사무실을 오픈했는데 블로그에서 보여준 미대생 출신의 감각 덕분인지 벌써 4군데의 홈 드레싱 작업을 끝냈단다.

1 블라인드에 스텐실 작업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새겨 멋스러운 베란다를 완성했다. 밤에 조명을 켜두면 더욱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이 된다. 2 베란다 바닥에는 인조 잔디를 깔아 한층 깔끔하고 싱그럽게 연출했다. 창고 문도 지효진씨의 특기인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빛을 발했는데 밋밋한 문이 심플하고 모던해졌다. 3 벽에 걸린 달력은 지효진씨가 직접 제작했다. 벽 한쪽에 조명을 달아 아늑한 분위기가 난다.
그녀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원하는 컨셉트가 뚜렷하다. 지효진씨는 여기에 자신의 스타일을 개입시키는 대신 고객들이 지향하는 부분을 조화롭게 버무려 만족할 수 있는, 그리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이끌어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루했던 회색 현관문에 검은색 시트지를 붙여 모던하게 변신시켰다. 바닥은 에메랄드빛 타일을 가리기 위해 철판 바닥을 주문해 깔았는데 남편의 정확한 캐드 실력이 빛을 발했다.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김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