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남쪽 타라고나(Taragona)에 위치한 스페인 최고 규모의 놀이동산, 포르트 아벤투라(Port Aventura).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다녀오자며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기차역에서 45유로(약 6만9천원)의 통합권을 구입하면 포르트 아벤투라 역까지 기차로 왕복이 가능하고, 놀이동산 내 대부분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왕복 3시간에 이르는 기차표가 포함된 것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도시락을 싸가는 것으로 비싼 식사비도 아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타라고나까지는 기차가 해변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시체스를 비롯해 그림 같은 바닷가 경치를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다. 포르트 아벤투라 근처에는 코스타 도라다(Costa Dorada) 해변이 위치해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최고 높이에 이르면, 떨어지기 직전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 멀리 아름다운 바다가 보인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인기가 많은 시설들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롤러코스터로 선정됐다는 드래곤 칸(Dragon Khan)은 명불허전, 숨 막히게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목이 쉬도록 소리도 지르고 한 번 더 탑승한 뒤 후들거리는 다리로 걸어 나왔다.
바르셀로나의 물엔 석회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설거지해둔 그릇에 하얀 얼룩이 생길 정도다. 그만큼 식수부터 씻는 물까지 물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세안을 할 때도 유럽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클렌징 워터로 씻곤 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스페인 바르셀로나 화장품 브랜드, 바이빠세(Byphasse). 파라벤과 알코올 성분이 없는 순한 제품이라 일단 안심이며 클렌징 워터가 특히 유명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프랑스 약국 브랜드 바이오더마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면서도 잘 씻기고 촉촉해 무척 마음에 든다. 500ml 제품의 가격이 3.5유로(약 4천8백원)에 불과한 것도 큰 장점이다. 최근 일본의 유명 뷰티 프로그램에서 바이오더마를 제치고 클렌징 워터 부문 1위를 차지해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고 한다.
남편이 근무했던 미슐랭 원 스타 레스토랑, 유에르나(Lluerna)의 수석 셰프가 바르셀로나 도심에 캐주얼한 타파스 집 비차라꾸(Bitxarracu)를 오픈했다. 정통 카탈란(카탈루냐 지방) 음식을 기본으로 분자 요리와 저온 조리를 응용해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셰프라 오픈 전부터 기대가 컸다. 과연 기대만큼 맛도 만족스러웠다. 일반 타파스 레스토랑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슐랭 레스토랑의 근사한 맛을 가져온 것. 질 좋은 하몽과 와인은 물론 정통 스패니시 크로켓, 부티파라 등 메뉴 하나하나가 훌륭한 맛과 품질을 지니고 있음에도 가격대가 저렴하다. 4가지 타파스와 음료 그리고 디저트 메뉴 1가지를 포함한 코스가 점심, 저녁 구분 없이 단 15유로(약 2만3천원)다.
한국 음식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셰프가 새 메뉴로 내놓은 SAM(쌈)도 재미있다. 저온 조리로 부드럽게 익힌 삼겹살과 민트 잎을 곁들인 쌈 채소를 함께 내놓는다. 맛이 좋다고 알은체를 했더니 곧 양념치킨을 응용한 메뉴도 나올 거라고 귀띔해주었다. 오픈 석 달 만에 저녁이면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든 것을 보니 조만간 우리도 지금처럼 예약 없이 편하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Profile 이희진은…
*‘그녀의 소비생활_스페인 편’은 이달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사진 / 이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