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층 카페 곳곳에 좋아하는 작품을 모작해 벽화를 그려 넣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청계산 입구에서 좁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서울에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5분이나 지났을까.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어느덧 목적지가 눈에 보였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와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낙엽들에 둘러싸인 낡고 허름한 주택. ‘Goodafternoon_wine’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깥과는 사뭇 다른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가 펼쳐졌다.
조용하게 흐르는 음악,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리는 이곳은 공간 디자이너 김정은(35) 대표의 공간이다. 보스디자인을 운영하는 김정은 대표는 얼마 전부터 이곳을 카페를 겸한 아틀리에로 활용하고 있다. 1층은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아트 갤러리 카페, 2층은 김정은 대표가 디자인 작업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아틀리에다.

옛날 음악다방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분위기의 2층 작업실.
“여기는 아주 사적인 공간이에요. 디자인 작업하다 지치고 힘들면 건반이나 기타 연습하고, 누워서 책 보다가 다시 작업하고…. 1층에서는 지인들과 차도 마시고 파티도 즐겨요. 혼자 작업하는 게 익숙해서 저만의 아틀리에가 필요했고, 직업상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죠. 둘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아틀리에 겸 놀이터예요.”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피라미드형 지붕은 가장 좋아하는 곳. 천장까지 뻗은 자작나무가 마치 자연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정은 대표는 MBC-TV의 ‘내 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을 비롯해 케이블 채널의 ‘스위트룸’, ‘상상주식회사’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고 배우 이보영·지성 부부, 심이영·최원영 부부 등 스타들의 집 인테리어를 담당하며 이름을 알린 스타 디자이너다. 그런 그녀에게는 늘 ‘에코 스타일러’란 수식어가 붙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말 그대로 실내를 꾸미는 일이라면, 공간 디자인은 작은 데커레이션부터 건축, 도시 설계 등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여기에 자연주의를 더한 것이 바로 에코 스타일러다. 사람과 맞닿는 공간에 자연주의를 접목하는 것이 김정은 대표의 디자인 철학. 자연주의 디자인을 통해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연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친환경 디자이너와는 다른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낡은 창호를 가리기 위해 패브릭을 덧대 늘어뜨리고 커다란 소파를 두었더니 안락한 휴식 공간이 됐다.
“사실 GAW는 저의 개인적인 디자인 스타일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허물고 새로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의 낡은 주택이지만, 허무는 대신 기존에 있던 구조와 마감재를 재활용해 청계산과 어울리는 편안하고 빈티지한 스타일로 간단히 손만 봤죠.”

2층 작업실에서는 디자인 작업도 하고 책과 기타, 건반 연주 등의 취미생활도 즐긴다.

낡은 벽체에 가치관을 담은 글귀를 새겨 넣었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벽화와 조명 장식으로 빈티지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꾸몄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힐링 타임
보스디자인은 호주에 본사를 둔 건설 디자인 회사로 친환경을 모토로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아시아 시장 대표이자 한국 지사 대표를 맡은 것도 회사와 자신의 철학이 같기 때문. 그녀는 5년 전 한국 지사를 설립해 건축물,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자산으로 바꾸는 브랜딩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 강연과 건축 공부를 병행하고 있고, 최근엔 타임앤로우라는 천연 화장품 브랜드의 공식 모델로서 활동도 시작했다. 그리고 GAW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그녀에게 재충전을 위한 힐링의 공간이 되고 있다.

에코 스타일러 김정은의 힐링 아틀리에
힐링과 재충전을 잘해야 본업에서 지속적인 마라톤이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곳에서 음악과 그림, 독서 등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강아지 사랑이와 함께 청계산 옥녀봉으로 산행도 다닌다. 때로는 지인들을 초대해 테라스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가 하면, 1층 라운지 소파에 둘러앉아 차를 대접하는 안락함도 즐긴다. 가끔은 음악가 친구들을 불러 함께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음향 시스템도 갖춰놓았다.

저녁이 아닌 오후 시간 햇살을 받으며 커피나 와인을 즐기기에 좋은 1층 라운지. 천연 섬유로 만든 소파는 버즈가구 제품.

독서, 그림 그리기, 운동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진 김정은 대표는 요즘 기타 연주에 심취해 있다.

천연 아로마 에센셜 오일의 디퓨저와 소이 캔들을 곳곳에 두어 힐링 효과를 보고 있다.

즐겨 사용하는 FROM PJ의 클러치백과 얼마 전 공식 모델이 된 타임앤로우의 크림. 5 1층 카페는 낡은 전원주택의 구조와 마감재를 재활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살렸다. 거울 옆 그림은 김 대표가 직접 그린 것.
■진행 / 이은선 기자 ■사진 / 김정원 ■제품 협찬 / 드모닉(070-4401-0305), 버즈가구(070-7931-3337), 비츠조명(1877-9920), 애드동아(02-568-4222), 타임앤로우(02-2243-2589), 캔들웍스(1800-8914), FROM PJ(02-3445-5844), Jean’s cake(02-522-1225) ■장소 협찬 / GAW(070-4187-1440) ■의상 협찬 / ACE(070-8959-6602) ■헤어&메이크업 / 보람, 김지현(작은차이, 02-549-3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