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성과 간결한 디자인,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북유럽 국가의 특징이 잘 드러난 핀란드 대사관저. 종이로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플로어 스탠드는 비베로 제품.
북유럽 디자인이 그대로 재현된 핀란드 대사관저
상상하던 모습을 현실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동안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기사를 다루면서 익히 알게 된 북유럽 인테리어의 실제가 핀란드 대사관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것. 조용하고 한적한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성북동)에 자리한 핀란드 대사관저는 드넓은 정원을 갖춘 저택 안에 간결함, 기능성, 실용성, 자연친화성 등 북유럽 디자인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모두 함축하고 있었다. 봄 날씨가 완연한 4월의 어느 날,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만난 힐까 헤이모넨 대사 부인은 ‘Less is More’라는 한마디로 관저의 색깔을 표현했다.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인테리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은 핀란드인들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이에요. 대사관저 역시 이런 특징을 십분 발휘해 꾸몄죠. 이곳을 통해 북유럽의 대표적인 인테리어를 엿볼 수 있을 거예요.”

1 드라마틱한 그림자를 연출해내는 스탠드 조명은 디자이너 크리스티 타이비올라의 작품. 2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힐까 헤이모넨 대사 부인. 3 대사관저 지하에 마련된 사우나 시설. 핀란드인들은 일주일에 1, 2회 정도 사우나를 즐기는데 가정은 물론 공공장소에도 사우나가 마련돼 있다.
기능성과 간결함이 돋보이는 핀란드식 인테리어
2년 반 전, 마띠 헤이모넨 대사가 주한 핀란드 대사로 부임하면서 이곳 핀란드 대사관저는 천장 · 바닥 · 페인트 공사 등을 통해 새롭게 리모델링됐다. 그 후 핀란드 외교부가 자국의 작가와 디자이너 제품들을 들이면서 핀란드의 ‘오리지널리티’를 대사관에 적용했다. 중요한 것은 기능성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각종 소품을 장식용으로 그냥 덩그러니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을 위해 배치한다는 것. 예를 들어 양초나 화병의 경우 빛을 밝히거나 꽃을 꽂는 것과 같이 그 목적이 분명하다. 또 실용성을 생각해 가죽보다는 패브릭 제품 위주로 집 안을 꾸몄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비롯해 기능성이 돋보이는 가구로 채운 거실. 원목 다리를 휘어서 제작한 암체어는 아르텍, 원목 행잉 체어는 오리지널 하비텍 웍스 제품.
소규모 음악회나 리셉션이 진행되는 다이닝룸은 원목 가구와 핀란드 작가의 예술 작품으로 꾸며 갤러리 같은 분위기가 난다. 핀란드에서는 학교와 같은 공공장소 어디에서든 미술품을 즐길 수 있도록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한편 창문에는 종이로 만든 커튼을 달아 햇빛이 잘 들게 했고, 테이블 위에는 심플한 조명을 리드미컬하게 달아 색다르게 연출했다.

식탁은 자연 풍경을 그대로 옮긴 듯 생생한 프린트가 담긴 마리메꼬 브랜드의 테이블클로스로 장식했다. 깔끔한 원목 조명을 길이감에 변화를 줘서 리드미컬하게 장식한 점이 돋보인다.
친근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폴란드 대사관저
올해로 결혼한 지 40년이 된 크쉬슈토프 마이카·조피아 마이카 폴란드 대사 부부는 마치 신혼부부처럼 촬영 내내 웃으면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부처럼 살고 싶다’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행복한 기운이 넘쳤는데, 그래서인지 주변의 많은 대사관저 중 유독 이곳만 햇살을 단독으로 받는 듯 무척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핀란드에서는 학교와 같은 여러 공공장소에서 모든 사람들이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이닝 공간의 벽면에는 핀란드 작가 마이주 살멘키비와 안나 레투라이넨의 작품을 걸어 갤러리처럼 연출했다. 그림 같은 전경을 자랑하는 핀란드 대사관저.
시선을 옮기면 폴란드 대사관저의 백미인 따사로운 햇빛을 듬뿍 받으며 창가를 가득 메운 식물이 등장한다. 모두 대사 부인이 직접 분갈이를 하고 정성스레 키운 것들이다.

폴란드인들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데, 조피아 마이카 대사 부인은 직접 분갈이하고 가꾸면서 키운 화초를 창가 가득 장식했다. 넓은 정원을 갖춘 폴란드 대사관저. 실제 폴란드 집들은 대부분 정원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크쉬슈토프 마이카·조피아 마이카 폴란드 대사 부부의 다정한 모습 덕분에 더욱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폴란드 대사관저. 거실 벽면에는 작년에 한국에 와서 직접 그림을 그린 폴란드 화가 랍사의 작품으로 장식했다.
그릇과 호박 보석의 나라, 폴란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위에는 폴란드 워비츠 지역의 전통의상이 장식돼 있다. 폴란드는 지역마다 전통의상이 있는데 손수 수를 놓으며 섬세하게 만든다.

폴란드 북쪽에 면한 발트 해와 해안가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가구.

폴란드는 가톨릭 국가로, 지난달 부활절을 맞아 다이닝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다.

꽃과 식물 등 경쾌하고 화려한 패턴이 매력적인 폴란드의 대표적인 그릇들. 볼레스와비에츠라는 도시에서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다.

폴란드는 호박 보석의 최대 생산지로 목걸이나 예술품, 화장품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거실 테이블에 장식한 목걸이는 4억 년 전에 발굴된 호박 보석으로 만든 것.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