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탄에 상가주택을 짓고 새 보금자리로 이사한 플로리스트 곽재경씨. 주차 공간을 마련하느라 제대로 된 정원을 꾸밀 수 없었던 그녀가 마당 대신 옥상에 소박하지만 편안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가족의 바비큐 파티, 미니 텃밭, 강아지들의 놀이터로 사랑받고 있는 그녀의 옥상 정원을 찾았다.
여름에 개화하는 수국. 낮과 밤에 색이 달라지는 수국은 오묘한 매력이 있다. 수국은 종류가 다양해 키와 개화 시기를 다르게 매치하면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다.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옥상 정원
자연을 느끼며 살고 싶어서 주택을 선택하지만 막상 주택을 짓다 보면 주차 공간 때문에 정원을 꾸미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정원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대안이 바로 옥상 정원. 요즘 유행하는 옥상 정원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직사광선으로 식물들이 잘 자라는 덕분에 텃밭과 나무, 화초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 심으면 정원에 대한 로망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 된다.
작은 화분들을 조르르 올려놓은 선반장. 화분을 한눈에 보기 좋게 놓아둘 수 있고 장식 효과도 뛰어나다. 월동이 되지 않는 화분을 실내에 들여놓을 때도 필요하다.
플로리스트 곽재경씨(49)의 옥상 정원은 넓지 않은 공간을 요모조모 알차게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자리에 화단을 만들어 한쪽은 텃밭으로, 다른 쪽은 꽃밭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또 채소와 꽃을 심은 화분을 군데군데 놓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화단은 벽돌을 쌓아 만들고 옆에는 기다란 벤치를 놓아 운치를 살렸는데, 식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도 이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꽃향기를 맡으며 뛰어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공사 현장에서 버려진 팔레트를 재활용해 만든 화분걸이. 와이어로 화분을 매달면 멋진 벽면이 연출된다.
옥상 정원 가꾸는 재미에 푹 빠진 플로리스트 곽재경씨.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식물들의 모습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옥상 정원 꾸미기
곽재경씨는 옥상 정원 바닥에 빈티지한 타일을 깔았다. 일반적으로 옥상정원에는 타일, 데크, 인조잔디, 잔디 등을 시공하는데 만약 데크를 시공한다면 방부목보다는 합성 데크를 추천한다. 가격이 좀 더 비싸긴 하지만 방부목 데크에 비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또 잔디와 함께 기찻길 침목을 깔아주면 운치 있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므로 옥상 정원을 꾸밀 계획이라면 참고해보자.
나무 사다리를 지지대로 삼은 호박 넝쿨. 호박은 옥상에서 키우면 잘 자라나는 식물로 넝쿨이 타고 올라갈 자리를 미리 잡은 다음 심는 것이 좋다.
옥상은 일반적으로 우레탄 방수 처리를 많이 하지만 정원을 꾸민다면 우레탄 방수는 금물. 옥상 정원은 방수뿐 아니라 뿌리가 방수층을 뚫을 수 없도록 하는 방근 역할도 해야 하므로 방근 시트를 반드시 깔아야 한다. 또 하중 부담이 적은 자재와 흙을 사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1 알록달록 색감이 예쁜 미니 파프리카. 2 초보자도 손쉽게 키울 수 있어서 옥상 재배 식물로 사랑받는 블루베리. 의외로 수확도 많이 할 수 있어서 가족 건강을 위해 좋은 아이템이다. 3 조르르 달린 모습이 앙증맞은 방울토마토 역시 초보자가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다. 화분보다는 화단에서 더욱 잘 키울 수 있다. 4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 바로 따서 먹는 재미가 일품인 풋고추. 금방 딴 고추는 마트에서 구입한 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맛이 있다.
옥상 정원을 꾸밀 때는 뜨거운 햇빛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개화 시기를 연결해서 심으면 1년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다.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고 비교적 관리가 손쉬운 수국은 옥상 정원에 심기 좋은 추천 식물. 곽재경씨는 초보자라면 옥상에 다량의 화초를 심기 전, 화분에서 먼저 키워볼 것을 권한다. 많은 화초를 심었다가 실패하는 것보다는 미리 조금씩 키워보고 우리 집에 어울리는 꽃과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또 태풍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 때 키 큰 나무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버려진 그릇이나 화분에도 상추, 치커리, 배추 등의 모종을 심어보자. 키워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곽재경씨의 미니 허브 농장. 허브 화분을 상자에 담았더니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허브 하나하나에 네임태그를 달아놓으면 아이들 교육에도 효과적이다.
유리 돔과 네임태그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미니 텃밭.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추울 때는 유리 돔을 씌워서 온실 효과를 내면 좋다.
수확하는 즐거움, 텃밭 가꾸기
베란다 텃밭은 유리를 통과해 햇빛을 받기 때문에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할 확률이 높다.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뜨거운 직사광선. 그런 의미에서 옥상 정원은 텃밭을 가꾸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초보자들도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상추, 고추, 파프리카, 호박, 방울토마토 등의 모종은 봄에 심으면 여름에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다.
텃밭을 만들 때는 일반 흙보다 텃밭용 흙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열매를 맺는 시기에 맞춰 비료를 주는 것도 필수. 정원 용품 매장이나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비료를 주면 잎과 열매가 훨씬 튼실해진다. 곽재경씨는 요즘 호박을 수확하고 있다. 지나치게 잘 자라서 걱정이라는 호박 넝쿨은 지지대를 설치해줘야 하는데, 나무 사다리를 활용해 감각을 더했다.
블루베리는 햇빛과 물을 좋아하는 작물.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월동도 가능하고 해마다 더 많은 블루베리를 수확할 수 있어 옥상에서 키우기 적합하다. 음식을 만들거나 차로 끓여 마시는 허브 또한 햇빛과 물, 바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는 옥상에서 키우기에 딱 좋은 식물이다. 허브 종류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조금씩 다르므로 화분에 키운다면 허브를 섞어서 심지 말고 같은 종류끼리 심는 것이 물주기가 편리하다. 허브 역시 일년생과 다년생, 월동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으므로 각자의 성질을 잘 파악한 뒤 심는다.
옥상 정원에서 직접 키운 수국과 블루베리, 허브 잎으로 즉석에서 만든 플라워 데코. 그 어떤 작품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스럽다.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힐링 공간
채소와 꽃 등을 가꾸며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옥상 정원은 몇 가지 도구만 더하면 최상의 휴식 공간이 된다. 옥상을 2배로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햇빛을 가려주는 파라솔. 이를 대신해 패브릭을 사용해도 좋다. 테이블과 의자의 경우 가볍고 부식이 없는 플라스틱 제품이 가장 실용적. 한쪽에 간이 싱크대를 만들면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아래층 주방까지 오가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가드닝 용품은 전체적인 정원의 그림을 생각한 다음 구입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요령. 또 흔히 생각하는 도구 외에도 집 안에 있는 다양한 소품에 아이디어를 가미하는 것도 가드닝의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곽재경씨는 공사 현장에서 버려진 팔레트와 플라워 숍에서 사용하는 유리 돔, 어린이용 장화 등을 가드닝에 색다르게 적용해 재미를 살렸다.
옥상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 블루베리 등으로 친환경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는 플로리스트 곽재경씨.
1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 허브 잎으로 장식하고 드레싱만 뿌리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2 허브로 감싼 양초는 향기뿐 아니라 장식적인 효과가 뛰어난 것이 특징. 저녁 시간 옥상 정원을 더욱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플로리스트 곽재경의 Rooftop Garden
지나치게 강한 햇빛이 부담스럽다면 하늘하늘한 패브릭으로 편안한 그늘을 만들어보자. 벽면에 고정시킨 패브릭 한 장이 옥상 정원을 이국적인 리조트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플로리스트 곽재경의 Rooftop Garden
평범한 제라늄 화분에 철망을 씌워 이국적인 소품으로 만들었다. 옥상에서 파티를 할 때 센터피스로 활용해도 좋은 아이템.
플로리스트 곽재경의 Rooftop Garden
빈티지한 멋이 눈길을 끄는 토분. 감각적인 네임태그로 분위기를 더했다. 옥상 정원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들. 모종삽, 화분, 물뿌리개, 배양토 등은 가드닝을 시작하기 전 준비해야 할 아이템이다.
플로리스트 곽재경의 Rooftop Garden
장화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배수구를 확보한 뒤 화초를 심으면 귀엽고 독특한 화분이 된다.
■진행 / 조연우(프리랜서)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플로리스트 / 곽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