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맛있는 주방 이야기

나의 맛있는 주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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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로만 꾸민 공간에서 생활하는 기분은 어떨까. 취향을 오롯이 담은 공간에서 달콤한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이들의 행복한 주방 이야기.

Part 1 맛있는 추억과 행복이 가득한 디저트 작가 백오연의 아틀리에 105

좋아하는 요리책과 예쁜 그릇만으로도 행복한 백오연씨.

좋아하는 요리책과 예쁜 그릇만으로도 행복한 백오연씨.

취미와 수집이 인테리어를 바꾼다
지난해 옥수동에 문을 연 아틀리에 105는 디저트 작가 백오연씨(37)의 작업실이다. 베이킹 클래스 및 개인 작업실로 쓰이는 이곳에서는 그녀의 미적 감각과 취향을 감상할 수 있다. 모던 빈티지를 추구하는 아틀리에 105는 벽과 천장은 깔끔한 화이트 컬러를 사용하고 나무 소재의 테이블과 빈티지한 블루 계열의 수납장, 소품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주방의 중심에는 널찍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두어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편안하게 베이킹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오븐, 숙성기 등을 제외한 냉장고, 냉동고 등은 아일랜드 조리대 밑으로 넣어 깔끔함이 돋보인다.

넓은 아일랜드 조리대는 한 번에 여럿이 빵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넓은 아일랜드 조리대는 한 번에 여럿이 빵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작업실 곳곳은 실제 사용하는 도구를 활용한 인테리어 장식이나 소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작업실 안쪽에 있는 기둥에 다채로운 모양과 크기의 제과제빵용 틀 50여 개를 걸어놓은 장식이 눈에 띈다. 개수도 많고 자주 사용하다 보니 서랍에 넣지 않고 벽면에 걸어두었는데 멋진 오브제가 됐다. 벽면에 있는 나무 선반에는 컬러감이 돋보이는 볼과 접시 위주로, 코너에 있는 화이트 컬러의 선반에는 무채색 그릇 위주로 정리하니 그 자체로도 근사한 인테리어 효과를 준다.

“자주 사용하는 도구나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인테리어에 활용해보세요. 접시면 접시, 볼이면 볼, 같은 컬러끼리 모아두면 그 자체로도 멋진 인테리어 장식이 돼요. 취미가 인테리어 팁이 될 수도 있어요. 평소 차를 좋아해서 차의 향을 이용한 디저트를 즐겨 만들곤 해요. 직접 구입한 것뿐 아니라 선물받은 티 캔이나 티 박스를 컬러별로 모아두면 멋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숟가락이나 찻잔 등 평소 관심 있는 것을 모으다 보면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진 장식 효과를 낼 수 있답니다.”

자주 사용하는 제과제빵용 틀을 기둥 한 면에 걸어두니 사용하기도 편하고 장식 효과도 있다.

자주 사용하는 제과제빵용 틀을 기둥 한 면에 걸어두니 사용하기도 편하고 장식 효과도 있다.

행복한 기억을 공유하는 공간
“엄마는 떡은 물론 당근케이크, 슈크림,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주셨을 만큼 요리에 남다른 재능이 있으셨어요. 각종 조리 도구며 요리책이 있는 주방은 엄마만을 위한 숨겨둔 공간 같았지요.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시루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주방에서 엄마가 뜯어준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놀던 기분 좋은 기억이 지금도 선명해요.”

백오연씨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재능, 주방에 대한 애정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그녀는 그때의 감성을 딸에게도 전하고 싶어 작업실 한쪽에 아이 공간을 마련해 함께 빵을 만들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빈티지한 블루 계열의 캐비닛 위에는 찻잔들이 종류별로 장식돼 있다.

빈티지한 블루 계열의 캐비닛 위에는 찻잔들이 종류별로 장식돼 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그릇과 생활용품 등은 소품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커다란 화로에는 자주 쓰는 거품기를 모두 담아 모던하게 장식했고 귀한 그릇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작업실에서는 그녀가 직접 만든 소품도 볼 수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소품을 만든다. 테이블 위 조명은 철제 프레임에 여러 개의 전구를 달아 완성했다. 전구는 하나씩 불을 끄고 켤 수 있어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연출할 수 있다. 작은 머그를 철제 프레임에 매단 모빌도 좋아하는 식기를 활용한 작품이다.

주방에서 빵을 굽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주방에서 빵을 굽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주방은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공간이잖아요.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페인트로 공간을 꾸몄고 유기농 재료만으로 베이킹을 해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요리책과 그릇들로 채웠고요. 손님이 왔을 때 쾌적한 공간에서 예쁜 찻잔에 차를 대접하고 베이킹 작업을 하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작업실 입구 한쪽 벽면에는 평소에도 사용하는 도마들을 걸어놓아 장식 효과를 살렸다.

작업실 입구 한쪽 벽면에는 평소에도 사용하는 도마들을 걸어놓아 장식 효과를 살렸다.

제작 주문한 나무 선반에는 컬러감이 돋보이는 볼과 접시 위주로 정리했다. 선반 아래에는 작은 머그로 만든 모빌 작품이 걸려 있다.

제작 주문한 나무 선반에는 컬러감이 돋보이는 볼과 접시 위주로 정리했다. 선반 아래에는 작은 머그로 만든 모빌 작품이 걸려 있다.

 다채로운 티 박스와 티 캔을 한데 모아두면 장식 효과를 줄 수 있다.

다채로운 티 박스와 티 캔을 한데 모아두면 장식 효과를 줄 수 있다.


Part 2 이야기가 있어 행복한 주방 채식 베이킹 작가 전수미의 쿡앤북

주방에서 맛있는 빵을 굽고 일상을 공유하는 쿡앤북의 전수미씨.

주방에서 맛있는 빵을 굽고 일상을 공유하는 쿡앤북의 전수미씨.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랑방 같은 주방
“어릴 적 저희 집 주방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약국 뒤로 가정집이 있었는데, 약국 뒷문을 열면 바로 주방이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였지요.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별도로 있었지만 약국에 연결된 주방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 보니 주방은 자연스럽게 약국 식구들의 식당이 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는 카페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주방은 개인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눴던 곳으로 기억돼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그릇과 베이킹 도구, 직접 만든 손뜨개 인형 등을 장식한 빈티지 수납장.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그릇과 베이킹 도구, 직접 만든 손뜨개 인형 등을 장식한 빈티지 수납장.

어릴 적 주방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는 채식 베이킹 작가 전수미씨(40). 베이킹 수업을 진행하고 때때로 카페로도 운영하는 쿡앤북은 그녀가 꿈꾸는 주방을 구현한 공간이다.

빈티지한 화이트 수납장은 와인과 유리병을 보관하는 데 사용한다.

빈티지한 화이트 수납장은 와인과 유리병을 보관하는 데 사용한다.

전문 베이킹 스튜디오지만 공간의 일부분을 카페로 꾸며 단순히 베이킹 클래스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차와 디저트를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예전부터 사용했던 빈티지 목재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한쪽 벽면에는 맞춤 제작한 원목 책장을 두었고 6인용 원목 테이블을 놓아 200여 권의 요리 관련 서적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테이블옆에는 각기 다른 디자인의 빈티지 의자가 놓여 있어 보는 즐거움도 크다.

각종 요리 관련 책과 넓은 테이블이 작은 북카페를 연상시킨다.

각종 요리 관련 책과 넓은 테이블이 작은 북카페를 연상시킨다.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꾸민 이야기가 있는 공간
56㎡(17평)의 작은 공간인 쿡앤북은 벽과 천장에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실제 면적보다 넓고 밝아 보인다. 좁은 공간을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수납장을 배치해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했다. 또 베이킹 수업에 필요한 아일랜드 조리대는 크기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바퀴를 달아서 필요할 때마다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공간 활용에 효율적이다. 반지하에 있는 쿡앤북은 천장의 높이가 낮아 답답해 보일 수 있어 곳곳에 큰 창문을 배치했는데 덕분에 채광이 좋고 환기 효과도 크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창문을 통해 내부에서 진행되는 베이킹 수업을 볼 수 있어 홍보 효과도 있다고.

빵이나 쿠키를 구운 뒤 식힐 때 사용하는 철제 식힘망은 사용하지 않을 때 냉장고나 벽면에 붙여 장식용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빵이나 쿠키를 구운 뒤 식힐 때 사용하는 철제 식힘망은 사용하지 않을 때 냉장고나 벽면에 붙여 장식용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전수미씨는 외국 출장이나 여행을 가게 되면 다양한 주방 소품을 사오는데 이를 인테리어에 적극 활용한다. 주방 옆 빈티지한 화이트 컬러의 목재 가벽은 해외에서 구입한 것으로 실제 현관문으로 사용됐던 것이다. 쿡앤북에서도 현관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크기가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주방과 카페를 나누는 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몇 해 전 가족과 함께한 프랑스 여행에서는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구경하며 빈티지한 커트러리, 컵, 접시 등 마음에 드는 주방 소품을 하나둘씩 구입했다. 여행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중한 소품들을 좋아하는 공간에 채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때 구입한 소품들을 보면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추억에 잠기기에도 좋다.

큰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쿡앤북의 카페 공간.

큰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쿡앤북의 카페 공간.

“음식이 있는 곳에는 늘 이야기가 있잖아요. 조리 도구를 구입했던 이야기, 여행할 때 먹었던 음식 이야기,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했을 때의 반응 등이요. 또 무언가를 만들 때도 그렇지만 어질러진 것들을 하나하나 깨끗이 정리하는 시간도 좋아해요. 그래서 주방에 있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빈 공간에 두기만 해도 멋스러운 철제 우유통, 녹색 유리병에 빈티지한 뚜껑이 멋스러운 유리 용기, 오래된 저울 등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구입한 것. 해외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하나둘 구입한 라테 볼과 커피 잔은 어느덧 선반 하나를 가득 채웠다.

빈 공간에 두기만 해도 멋스러운 철제 우유통, 녹색 유리병에 빈티지한 뚜껑이 멋스러운 유리 용기, 오래된 저울 등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구입한 것. 해외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하나둘 구입한 라테 볼과 커피 잔은 어느덧 선반 하나를 가득 채웠다.


■진행 / 이진주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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