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공간이죠?

뭐 하는 공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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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만 보고 들어섰다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안에서는 예상치 못한 색다른 공간이 펼쳐지기 때문. 이런 이유로 요즘에는 쇼핑이나 커피를 즐기러 가는 대신 공간 자체를 보러 가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독창적이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신기한 요소가 가득한 공간을 찾아갔다.

목욕탕의 현대식 부활 북촌 젠틀몬스터
낡은 듯한 벽돌과 세련된 거울 장식이 이질적이지만 조화를 이루며, 제품을 전시한 테이블 옆에는 오브제처럼 만든 비누를 장식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낡은 듯한 벽돌과 세련된 거울 장식이 이질적이지만 조화를 이루며, 제품을 전시한 테이블 옆에는 오브제처럼 만든 비누를 장식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한갓진 분위기가 유유자적 흐르는 동네 북촌의 한 목욕탕에 들어서자 생뚱맞게도 아이웨어 쇼룸이 펼쳐졌다. 서울 종로구 북촌 계동길에 50여 년 넘게 자리한 중앙탕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쇼룸으로 탈바꿈한 것. ‘배스하우스(Bathhouse)’가 주제인 젠틀몬스터의 4번째 쇼룸은 ‘옛것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킨다’를 컨셉트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외관의 정겨운 목욕탕 간판부터 철제 구조물, 목욕탕 특유의 파란색 타일, 물을 데우는 보일러 등 옛것을 쇼룸 인테리어에 그대로 적용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1층에 있는 물의 동력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설치 작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 구조물은 끊임없이 운동하면서 에너지를 변환시키는데, 이는 2층에 있는 162개 전구를 밝히는 것으로 이어져 흥미로운 볼거리까지 만든다. 주소 서울 종로구 계동길 92 문의 070-4895-1287

목욕탕 특유의 파란색 타일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곁들였다.

목욕탕 특유의 파란색 타일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곁들였다.

“중앙탕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북촌의 역사적인 장소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기존에 자리한 목욕탕의 정체성은 살리고 ‘창조된 보존’을 컨셉트로 브랜드의 정서를 담아 쇼룸을 연출했습니다.”
배재호(젠틀몬스터 공간 디자인팀 팀장)

치유를 부르는 쇼룸 가로수길 젠틀몬스터
수십 개의 링거 병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는 젠틀몬스터 쇼룸 입구.

수십 개의 링거 병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는 젠틀몬스터 쇼룸 입구.

늘 기발하고 예상치 못한 시도로 독창적인 공간을 소개하는 젠틀몬스터 쇼룸이 지난 7월에는 링거를 담은 초대장으로 오픈 전부터 ‘이번에는 또 어떤 아이디어를 보여줄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5번째로 선보인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젠틀몬스터 쇼룸은 역시나 남다른 공간 해석과 컨셉트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집과 치유(Home and Recovery)’라는 주제부터 심오한데, 과거 집에서 행했던 행위를 치유로 연결시키고, 이를 레드와 화이트에 접목시켜 쇼룸의 전체적인 톤을 구성했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곳곳에 연출된 링거, 벽장, 가위 등도 집, 치유와 관련된 오브제를 표현한 것. 입구에서는 중앙에 매달린 수십 개의 링거 병 조명이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1층에는 강렬한 레드 컬러로 꾸민 바버 숍과 구두 리페어 숍이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하에는 비밀의 방처럼 수많은 벽장이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제품을 디스플레이하는 역할과 시각적인 인테리어 효과를 동시에 구현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23 문의 070-5080-0194

강렬한 레드 컬러가 시선을 압도하는 1층에는 바버 숍과 구두 리페어 숍을 연출했다.

강렬한 레드 컬러가 시선을 압도하는 1층에는 바버 숍과 구두 리페어 숍을 연출했다.

“과거의 ‘집’에 대한 향수를 바탕으로, 집에서 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내면의 치유로 이어진다고 생각해 머리를 깎고 옷과 구두를 수선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것들을 테마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익숙한 오브제가 가득하지만 한편으로 낯선 느낌이 드는 곳이죠.” 배재호(젠틀몬스터 공간 디자인팀 팀장)

랜드마크가 된 컨테이너 커먼그라운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요즘 SNS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핫 플레이스 중 하나. 바로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부근에 위치한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다. 마치 선착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컨테이너들이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로 만들어져 외관부터 장엄한 자태가 느껴진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200개의 컨테이너를 유기적으로 쌓은 약 1,600평 규모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 쇼핑몰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놀이 공간을 선사했다. 내부에 들어서면 역시 외관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벽돌 벽과 철근 구조, 노출 천장이 투박하고 거친 인상을 주는데, 시원하게 뚫린 구조가 답답함을 없애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주소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200 문의 02-467-2747

 내부 역시 외관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철근 구조와 노출 천장 등이 인더스트리얼 이미지를 자아낸다.

내부 역시 외관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철근 구조와 노출 천장 등이 인더스트리얼 이미지를 자아낸다.

“커먼그라운드는 도심의 유휴지를 활용해 침체된 상권을 재조명하는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라는 색다른 건축 소재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원선(커먼그라운드 전무)

초록이 깃든 문화공간 퀸마마마켓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부근에 오픈한 퀸마마마켓. 식물을 위주로 공간을 디스플레이했는데, 2층에 디자이너 강진영의 옷과 함께 식물을 매달아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부근에 오픈한 퀸마마마켓. 식물을 위주로 공간을 디스플레이했는데, 2층에 디자이너 강진영의 옷과 함께 식물을 매달아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도산공원의 푸르른 자연을 거닐다가 퀸마마마켓에 들어서면 여전히 공원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뤄진 공간 곳곳에 초록빛 식물이 가득하기 때문. 디자이너 윤한희가 어반 그린 라이프 문화공간을 표방하며 8월 문을 연 퀸마마마켓은 패션, 뷰티, 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제품을 선보이며, 공간마다 식물 디스플레이를 곁들여 매장을 둘러보는 내내 평온하고 청량한 기분이 머무른다. 1층에 첫 번째로 선보인 개관전에선 비닐하우스를 닮은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고 크고 작은 화분을 가득 채워 마치 녹음이 짙은 수목원을 연상시키기도. 특히 2층은 천장에 식물을 달고 디자이너 강진영의 옷을 매단 독창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정원 같은 테라스와 높고 큰 천장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4층은 도심 속 자연을 내세우는 퀸마마마켓의 하이라이트 공간. 트렌드만을 좇아 점점 자연을 잃어가는 요즘 공간들 사이에서 퀸마마마켓은 분명 모방할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0 문의 02-3402-8002

퀸마마마켓의 하이라이트 공간은 높고 큰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온실 구조의 4층이다. 전망이 탁 트인 넓은 테라스 공간도 일품.

퀸마마마켓의 하이라이트 공간은 높고 큰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온실 구조의 4층이다. 전망이 탁 트인 넓은 테라스 공간도 일품.

“사람들에게 ‘식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면서 가볍고 편안하게 식물을 고를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공간을 통해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쓰임새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함께 교류하는 커뮤니티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윤한희(퀸마마마켓 대표, 디자이너)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안지영, 송미성(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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