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옅은 그레이를 연출하기 위해 벽은 석고보드로 시공하고 바닥은 화이트 우드로 화사함을 더했다. 자연을 담은 프린트 액자와 화분을 놓아 자연스러운 멋이 난다.
“집을 하얀 도화지라고 생각하고 하나씩 그림을 그려나가는 기분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을 갖추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채워나갈 계획이었죠.”
8년여의 만남 끝에 결혼에 골인한 김진호(33)·이현지(30) 부부는 30년 된 낡은 빌라를 신혼집으로 마련하다 보니 난방 배관부터 욕실, 주방, 창문 등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했고, 허름하고 칙칙한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 또한 절실했다. 보통 부부가 처음 신혼집을 인테리어할 때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집을 완성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이들은 연애 기간이 길었던 만큼 서로의 취향을 잘 알고, 원하는 스타일이 워낙 뚜렷해 하나의 인테리어 화보 같은 근사한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유미영 실장의 손길까지 더해져 불협화음 없이 깔끔하게 조화를 이루는 깨끗한 북유럽 인테리어가 연출됐다.

거실 소파 쪽에서 바라본 집 안 전경. 화이트 컬러를 토대로 집 안을 꾸며 공간이 시각적으로 넓고 여유로워 보인다.

부부는 둘 다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해 소품이나 가구를 직접 고르며 더욱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유미영 실장 말대로 눈에 띄지 않게 수납하다 보니 언뜻 보면 생활 소품이 보이지 않아 ‘물건들은 어디에 숨긴 것일까?’ 하고 의아할 정도. 무엇보다 집의 골자를 이루는 화이트 컬러가 깔끔한 인테리어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는데, 부부는 자칫 차가운 느낌이 들 수 있어 다이닝룸, 침실, 코지 공간 곳곳에 원목 가구를 활용해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할 때 나무와 같은 자연 소재를 많이 쓰는 점에 착안해 덴마크, 스웨덴 등의 브랜드에서 구입한 가구들로 꾸민 점도 돋보인다.

1 침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다른 가구 없이 침대만 놓아 깔끔하면서 아늑하게 꾸몄다. 자연스러운 원목 침대와 화분이 어우러져 숲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2 냉장고를 수납하기 위해 가벽을 설치함으로써 ‘ㄷ’자 구조로 변경한 주방. 덕분에 거실에서 냉장고가 보이지 않아 한결 깔끔해 보이고 동선도 편리해졌다. 3 인테리어 쇼룸처럼 소품 하나하나를 감각 있게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집에 들어서면 단번에 북유럽 인테리어를 짐작케 하는 거실은 연한 그레이톤으로 페인팅하기 위해 석고보드로 벽을 시공했다. 원래 거실 전체를 석고보드로 시공하고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소파가 있는 벽 부분에만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화이트로 칠했는데, 오히려 차가운 느낌을 덜어주는 효과를 얻게 됐다. 대신 화이트는 최상의 순백색을 내기 위해 도배를 하고 위에 페인팅 작업을 거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
창가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넓은 원목 테이블이 있는 다이닝룸이 눈에 띈다. 좁은 주방 대신 거실에 다이닝룸을 마련한 것인데, 부모님은 불편하지 않느냐고 걱정 섞인 말씀을 하시지만 좋은 전망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무척 마음에 든단다.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는 점도 좋고, 햇살이 잘 드는 오후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기에도 딱이다.
주방은 거실에서 바라보면 냉장고 때문에 지저분해 보일 수 있어 유미영 실장은 가벽을 세울 것을 추천했다. 부부는 공간이 좁아 처음에 반대했지만 유 실장 설득에 가벽을 세우기로 결정. 시공을 하고 나니 공간이 한결 깔끔해지면서 ‘ㄷ’자 구조로 동선도 편해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남편 김진호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침실은 가구 없이 침대만 놓아 공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했다. 자연스러운 원목 침대와 리넨 침구가 잘 어울리는데, 심플한 원목 침대는 이현지씨가 원하는 디자인을 어렵게 찾아 구한 것이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큰 창문은 앞에 화분도 놓을 수 있어 아늑한 분위기까지 난다.

좁은 주방 대신 거실로 다이닝룸을 옮겨 보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거나 손님들을 대접하기에 좋다.

1 서울 지도가 그려진 세련된 액자와 원목 수납함, 화이트 벽과 바닥이 멋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2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한쪽에는 옷걸이에 잡지를 걸고 페이퍼백에 선인장 화분을 놓아 포인트를 살렸다. 3 빈 공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심플한 선반과 수납함에 화분과 소품 등을 놓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1 지하에 마련된 사무실 공간. 화이트와 원목을 토대로 깔끔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2 벽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보이지 않게 옷을 수납하면서 시각적으로 깔끔한 효과까지 낸 드레스룸. 심플한 디자인의 수납 트레이와 흰 거울을 놓아 세련되게 완성했다. 3 매장의 쇼룸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감각적으로 완성된 침실 안 욕실. 화이트 타일과 세면대, 수납함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데, 특히 흔한 스테인리스스틸 수전 대신 심플한 블랙 컬러의 디자인을 선택한 게 신의 한수가 됐다. 4 거실에 있는 욕실은 아이보리와 그레이 투톤 벽으로 개성을 더하면서 블랙 수전과 거울, 손잡이 등으로 모던한 멋까지 가미했다
인테리어를 워낙 깔끔하게 연출하다 보니 이제는 항상 깨끗하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는 김진호·이현지 부부. 정리 정돈이나 청소에 특히 신경 쓰게 되면서 생활 습관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단다. ‘집을 하얀 도화지라고 생각해 하나씩 그려나가며 인테리어할 계획’이라는 처음 생각에 따라 부부는 앞으로 다양한 물감과 도구로 더 훌륭한 그림을 완성해나갈 예정이다.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조인기(프리랜서) ■시공&스타일링 / 유미영(M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