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집’이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기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아이들에게 전원생활의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과감히 이사를 결심한 이은정씨 집을 찾았다.
추억을 선물하는 타운하우스
최근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은정씨(36) 또한 올해 초까지 층간 소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평소 활동적인 성격의 딸 서윤양(6)과 아들 이도군(4)은 함께 놀면서 집 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기 일쑤였고 점차 아래층의 항의를 받기 시작했다. 푹신한 매트도 깔고 아이들을 다그쳐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말에는 층간 소음 때문에 아예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시간을 보냈을 정도. 층간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면서 이은정씨 부부는 큰 결심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라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은 것.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서울보다는 덜 복잡한 경기도 판교, 광주 등 수도권의 외곽 지역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용인에 위치한 지금의 집을 만나게 됐는데, 마트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에 있을 뿐 아니라 타운하우스의 특성상 단독주택보다 관리가 쉽고, 방범시설이 잘돼 있다는 점이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왼쪽) 거실 한 쪽에 다양한 향초를 둔 콘솔을 놓아 장식했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돋보인다. (오른쪽) 블루 테이블과 의자로 생동감을 더한 정원. 주말이면 가족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원목으로 지어서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거든요.”
(왼쪽) 블랙 대리석으로 이뤄져 고급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주방에 미니멀하면서도 깔끔한 소품들을 배치해 포인트를 살렸다. (오른쪽)1층 한쪽에 위치한 자투리 공간에 텐트와 장난감을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아이들 때문에 결정하게 된 집인 만큼 204㎡(62평)의 인테리어 대부분을 아이들 중심으로 꾸몄다. 집 안에서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최소한의 가구만을 배치하고, 1층의 자투리 공간들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으로 만든 것. 2층의 안방 옆에 위치한 오픈된 공간은 딸아이의 침실로 꾸몄는데, 아토피가 있어 항상 서늘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이를 위한 맞춤 공간으로 설계했다. 여자아이 방답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로 가득한 이곳은 서윤양이 직접 청소까지 할 정도로 아끼는 공간이다. 촬영 당일 집에 있던 서윤양은 2층 자신의 방과 1층 놀이방을 번갈아 다니며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완성된 것을 본 부부는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2층에 위치한 딸 서윤양의 방. 여자아이 방답게 귀여운 소품과 장난감이 가득하다.
타운하우스에서 보내는 소중한 시간
원목 소재와 대리석으로 이뤄진 집 자체가 멋스러워 이은정씨 가족은 이사를 하면서 따로 리모델링 공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집과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을 적절히 배치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멋스러운 샹들리에가 있는 거실에는 바닥과 어울리는 대리석 테이블로 다이닝룸을 만들었는데, 바닥에는 패턴 러그를 깔아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것은 물론 거실과 분리시키는 역할까지 더했다. 거실 한쪽에는 다양한 크기의 소파와 의자를 놓아 온 가족이 앉아 TV도 보고 책도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며, 곳곳에 큼지막한 화분들을 놓아 싱그러움을 더했다. 특히 한쪽 벽면에 자리 잡은 빈티지한 화이트 콘솔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화분과 다양한 향초를 올려놓아 집 안에 향기를 더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위) 이은정씨가 가장 좋아하는 테라스 공간에는 자그마한 화분들을 놓아 싱그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아래) 깔끔하게 정돈된 2층 서재.
이 집에서 이은정씨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1층 안쪽에 위치한 베란다 공간. 전에 살던 이들이 놓고 간 소파를 그대로 두고 다양한 크기의 화분을 더해 실내 정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ㄱ자의 벽면이 모두 유리로 돼 있어 소파에 앉으면 정원이 한눈에 보일뿐더러 채광이 좋아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자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은정씨와 딸 서윤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마당이다. 집을 가운데 두고 양옆에 마당이 있는데, 입구 쪽에 위치한 곳에는 나무 그네를 설치해 자연 놀이터를 만들었다. 봄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만발해 이사 후 가드닝에 빠진 이은정씨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반대편 마당에는 티타임을 즐기기 위해 자그마한 테이블과 향초로 장식했다. 특히 이곳은 주말마다 캠핑장으로 변신하는데, 한쪽에 텐트를 치고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여행 분위기를 만끽한다. 마당 안쪽의 작은 텃밭에는 상추와 토마토 등 작물을 심어 아이들과 함께 키운다. 저절로 자연 체험 학습이 될 뿐만 아니라 사 먹는 것보다 맛도 훨씬 좋아 흐뭇하기만 하다.
“서울에서 살 때는 가드닝에 관심도 없었고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이사를 온 뒤에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가 더 푹 빠져서 열심이랍니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직접 키운 채소들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2층에 위치한 욕실은 원목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살렸다.
또 하나 이집의 포인트 공간은 2층에 위치한 욕실이다. 호텔 욕실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덕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원목 욕조는 디자인적으로도 멋스러울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라 아이들이 있는 집에 딱이다. 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큰 창이 나 있어 가족은 오히려 낮에 스파를 즐기는 편이다.
타운하우스 외관.
집 옆의 큰 차고는 차를 좋아하는 남편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공간이다.
사실 이은정씨는 시끌벅적한 도시에서만 살았던 터라 이사 초기에는 전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쇼핑을 하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해서 불편했고, 한가로운 전원생활이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을 초대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또 하나 타운하우스의 장점은 이웃끼리의 왕래가 잦다는 것. 일주일에 두 번씩 이웃들과 타운하우스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듣는데, 수업이 끝나면 서로의 집에서 티타임을 즐긴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꾸민 이웃들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아이들을 위해 이사한 집이지만 이제는 자신이 타운하우스에서의 생활을 더 즐기게 됐다는 이은정씨. 자연을 벗 삼아 보내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이은정씨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쌓여가고 있다.
■진행 / 김자혜 기자 ■사진 / 조인기(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