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 있는 그녀들의 공간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강도를 만나자 다른 모든 것은 가져가도 좋으니 구두만은 제발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슈즈 컬렉터 류희조씨 또한 강도를 만나면 캐리처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할 만큼 신발을 아끼는 슈어 홀릭이다. 그저 신발이 좋아서 하나둘씩 구매했는데, 어느새 소장한 신발이 100켤레가 훌쩍 넘었다.
“스무 살 무렵인 것 같아요. 성인이 돼서 멋을 내고 싶은 마음에 화려한 장식의 높은 힐을 사서 신기 시작했죠. 힐을 신으면 자주 넘어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적응이 됐는지 웬만한 굽의 신발을 신어도 끄떡없어요. 지금은 힐뿐 아니라 슬립온, 스니커 등 다양한 신발을 즐기죠.”
류희조씨는 원래 IT와 자동차 홍보 일을 하다가 작년에 이직하면서 슈즈 브랜드 지니킴과 페르쉐의 홍보를 맡게 됐는데, 일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접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단다. 덩달아 구입도 많아져 늘어난 신발을 보관하기 위해 더욱 깔끔하게 정돈하게 됐다. 아끼는 제품은 드레스룸 한쪽 벽면에 설치한 선반에 놓고, 자주 신는 것들은 아버지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신발장에 보관하며, 나머지는 집 창고에 박스째 보관한다. 신발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게 종류별로 정돈해놓는 편인데, 숫자가 워낙 많아 계절이 바뀌면 신발 정리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꾸준히 예쁜 신발을 사는 데 집중할 것 같다는 류희조씨. 꼭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을 묻자 웨딩 슈즈라는 답변과 함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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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작품 속 캐릭터를 타투로 새길 정도로 예술을 사랑하는 쇼핑몰 ‘업타운걸’의 대표 강희재씨. 그녀의 발목에 새겨진 타투는 미국 LA의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에스더 킴의 작품 속 토끼 캐릭터로 이에 관한 재밌는 일화가 있다. 타투를 새긴 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는데 우연히 작가가 게시물을 보고 집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내준 것. 스토리가 있는 이 작품은 강희재씨가 아끼는 그림 중 하나로 지금도 작업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
강희재씨는 그림과 사진, 설치 작품 등 총 50점 정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집과 회사에 나눠서 보관하며 관리가 필요한 것들은 청담동의 갤러리엠에 보관 중이다. 직접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기분에 따라 수시로 바꿔 배치하는데, 어떤 작품을 거느냐에 따라 집 안의 분위기는 물론 작품을 보는 자신의 기분까지 달라진다고. 소장 작품들을 더욱 잘 감상하기 위해 7년 전 지금의 집에 이사를 올 때 갤러리 같은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했다. 집의 모든 벽은 하얗게 마감하고 간접조명을 설치한 것.
“소장한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갤러리보다는 집에서 작품과 아트북을 보며 지내는 시간이 늘었어요. 이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요. 컬러감이 있고 유쾌한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소장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많은 사람들이 예술 작품 구매를 어려워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작품을 봤을 때의 느낌이에요.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 거죠. 본인의 느낌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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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사진가, 캘리그래퍼로 활동 중인 다재다능한 ‘밤 삼킨 별’의 대표 김효정씨. 부엉이 컬렉터로 유명한 그녀는 자신의 카페 ‘밤 삼킨 별’ 한쪽 방을 부엉이 오브제들로 가득 장식했다. 14년 전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로 여행을 갔는데 저녁 산책길에 우연히 수리부엉이를 만났다. 10초 정도 부엉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신비로운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단다. 집에 와서 부엉이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한 번 짝을 맺으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 부엉이의 특별한 습성을 알게 됐고, 더욱 관심이 생겼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출장차 해외에 자주 방문했는데 기념품으로 부엉이 오브제를 하나둘씩 사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오브제부터 시작해 인형, 책, 테이블웨어, 책받침, 컵 등 1,000여 개의 부엉이 제품을 소장하게 됐다. 이제 부엉이 수집품들은 카페 ‘밤 삼킨 별’의 트레이드마크.
“부엉이 모으는 것이 많이 알려져 카페 손님들이 오히려 선물로 주시고는 해요. 부엉이를 그림으로 그려서 선물해주신 분도 있죠. 많은 아이템들이 있지만 하나하나 어디서 구매했는지,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생생해요. 부엉이는 저에게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추억의 증표인 셈이죠.”
그녀가 소중한 수집품을 카페에 전시한 이유는 손님들도 자신처럼 부엉이를 바라보며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힘들 때 부엉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고.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깃든 ‘밤 삼킨 별’의 부엉이들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말없이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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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서재를 꽉 채울 만큼 LP판 수집광이셨어요. 저도 그 피를 이어받았는지 바비 인형을 수집하다가 빈티지 소품과 가구들의 매력에 빠졌죠. 자연스레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도 열게 됐고요.”
빈티지 가구&소품 쇼핑몰 ‘키스마이하우스’ 대표 김지현씨는 취미가 직업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자신의 수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수집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이에 시작한 것이 바로 ‘키스마이하우스’다.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소장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가구는 약 30개로 소품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빈티지 가구 컬렉터답게 그녀는 집이자 작업실인 공간 대부분을 빈티지 가구들로 꾸몄다. 빈티지한 제품들과 모던한 감성의 아이템들을 적절히 믹스해 배치한 것이 그녀의 인테리어 노하우. 소장한 가구 중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주방에 자리 잡은 식탁으로 1950년대 영국 교회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이 밖에 거실 한쪽에 자리한 빈티지 라디오와 방에 장식으로 쌓아둔 소반들도 모두 아끼는 것들로 저마다 공간에 멋스러움을 불어넣는다.
김지현 대표는 빈티지 가구는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깃든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말한다.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 보는 사람에 따라 낡은 고물로 버려질 수도, 혹은 멋스러운 빈티지 아이템으로 재탄생될 수도 있다. 외면받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김지현 대표가 생각하는 빈티지 가구의 진정한 매력이다.
■진행 / 김자혜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헤어&메이크업 / 문수인(황현 커팅스테이션, 02-336-6333), 이지희(우현증 메르시, 02-546-7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