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자연에 안겨 살고 싶은 바람은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기에 더욱 간절하다. 서울에서만 살던 한 부부는 자연경관이 좋은 타운하우스를 선택해 내추럴 스타일에 모던한 멋이 스며든 인테리어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았다.
원목과 그레이톤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우면서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실. 서재로 연결되는 슬라이딩 도어에 고재를 사용해 내추럴 스타일에 힘을 실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품속에서 사는 일상은 대부분의 현대인이 꿈꾸는 모습일 것이다. 다채로운 초록빛 식물이 얼굴을 내미는 봄부터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사계절의 풍경을 매일 눈에 담으며 맞이하는 일상은 상상만 해도 힐링이 되는 듯하다.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살던 우진태(64)·양혜정(55) 부부가 1년 전 분당으로 이사 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부부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에 대한 갈망이 더해져 이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수많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다. 그러던 중 조용하면서 녹지와 자연경관이 잘 조성된 분당의 한 타운하우스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 보금자리를 옮기게 됐다. 보다 울창한 자연을 누리고자 한다면 시골 마을이 좋을 테지만 직장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분당을 선택한 것이다.
현관 앞 전실에는 빈티지한 트렁크 가구를 중심으로 깔끔한 액자와 소품을 장식해 세련된 멋을 더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 너머로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가을에는 빨갛게 물든 단풍의 절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매일 이런 모습을 마주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듯해요. 자연을 무척 좋아하다 보니 인테리어 또한 자연스러움을 주제로 나무, 돌 등의 소재를 활용해 꾸몄어요.”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집주인의 예사롭지 않은 감각이 발휘된 공간.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와 모던한 액자 등 감각적인 소품 배치가 돋보인다.
잡지나 해외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발견하면 항상 스크랩을 해 놓을 정도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는 양혜정씨. 알고 보니 10년 가까이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누구보다 스타일링이나 컬러 매치에 자신감이 있었다. 직업적 영향으로 화려하고 트렌디한 아이템을 이용해 집을 꾸몄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곳은 어느 공간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풍기고 있다. ‘집은 무엇보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쾌적한 곳이 돼야 한다’라는 부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지중해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뉴트럴톤으로 꾸민 침실 안 욕실. 고재와 대리석 소재가 어우러져 세련된 공간이 완성됐다.
‘자연스러움’을 주제로 인테리어를 하면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이 부부의 집은 세련되고 모던한 멋까지 느껴진다. 그 비결은 ‘소재’에 있다. 근사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가면 마감재나 가구, 소품 등에 어떤 재질이 사용됐는지 관심 있게 살펴보고 옷을 디자인할 때도 텍스처를 중요시했던 양혜정씨는 인테리어 역시 소재의 조화를 특히 신경 썼다. 거친 소재와 부드러운 소재를 믹스매치하거나 인더스트리얼풍 소품과 빈티지 가구를 섞는 식으로 공간에 단출한 느낌을 덜어내면서 모던과 내추럴의 합의점을 찾아낸 것이다. 여기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진은영 코코리빙 대표의 도움을 얻어 보다 깔끔하면서 모던한 멋이 묻어나는 내추럴 인테리어를 완성시켰다.
화이트톤을 중심으로 원목 소재를 더해 화사하게 연출한 주방. 독특한 디자인의 천장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원목 선반에는 철제 프레임을 설치해 인더스트리얼 느낌을 살렸다.
소재의 믹스가 돋보이는 내추럴 인테리어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를 주제로 세련된 소재와 빈티지한 소재를 적절히 믹스매치해 모던하게 꾸몄어요. 집주인이 자연과 관련된 나무, 돌 소재를 좋아하는데, 이런 소재로만 인테리어를 하면 자칫 지루할 수 있어 다른 느낌의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죠. 전체적인 컬러는 웜 그레이를 사용해 모던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가 감돌도록 연출했습니다.”
깔끔한 화이트톤과 몰딩 장식이 조화를 이루는 현관 공간. 목재 기둥을 설치해 자연스러운 멋을 더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자연을 중요시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고재, 대리석 등 소재의 배치에 특히 신경 썼다는 진은영 대표. 세련되면서 자연스러운 멋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장식성은 되도록 배제했고, 양혜정씨 또한 집이 쾌적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안 쓰는 물건들은 최대한 버리면서 비움의 미학을 실천했다.
자연을 감상할 수 있어 부부가 특히 좋아하는 침실. 웜 그레이톤을 중심으로 베이지 컬러의 침대와 우드 벤치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여기에 차가운 느낌이 드는 메탈 프레임 거울을 장식해 소재를 믹스한 점이 돋보인다.
집 안에 들어서면 자연스러운 원목 소재가 시선을 사로잡는 거실은 원목과 웜 그레이톤이 빚어내는 모던하면서 내추럴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잘라낸 통나무를 벽에 고정시켜 TV 콘솔을 만들고 바닥에는 자연석을 놓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블랙 가죽 소파와 프렌치 스타일의 암체어, 그레이 커튼이 어우러져 한층 모던한 멋을 연출한다. 거실과 서재를 분리하는 슬라이딩 도어는 고재를 사용해 내추럴 스타일에 힘을 실었다. 거실에서 시선을 옮기면 등장하는 넓은 코지 코너도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오랫동안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양혜정씨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 공간으로,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와 모던한 액자, 빈티지 소품 등을 놓은 감각이 돋보인다.
거실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공간에 마련된 코지 코너는 화이트톤으로 꾸며 한층 화사한 멋이 난다.
넓은 창문으로 아침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내다볼 수 있어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침실. 사계절을 마주하는 곳이기에 특히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고자 따스함이 느껴지는 웜 그레이 컬러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거친 매력이 있는 우드 벤치를 콘솔로 활용했다. 다소 차가운 느낌이 드는 메탈 프레임 거울은 소재의 믹스매치를 적절히 활용한 좋은 예다.
손님을 위해 마련한 게스트룸. 뉴트럴톤과 소품으로 꾸민 가운데 독특한 디자인의 스탠드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침실 안 욕실은 양혜정씨가 특별히 요청한 스타일로 꾸몄다. 온화한 분위기가 나는 욕실을 완성하기 위해 뉴트럴 베이지, 샌드 베이지, 피치 스킨 등 차분한 톤을 위주로 사용하고, 고재로 만든 거울과 튀지 않는 패턴의 타일로 자연스러운 멋을 냈다. 반면 거실에 위치한 욕실은 그레이톤 타일과 고재를 섞어 모던한 느낌이 감도는 내추럴 스타일로 완성했다.
거실에 딸린 욕실은 침실에 있는 욕실과 다르게 고재에 그레이톤 타일을 섞어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주방은 수납장과 벽면에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좀 더 화사한 분위기가 난다. 테이블과 선반은 고재를 선택해 자연스러운 멋을 이어갔으며, 철제 프레임 선반으로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더해 전체적인 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설치 작품처럼 독특한 디자인의 천장 조명도 눈길을 끄는데, 양혜정씨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한 것으로 지인들이 집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자랑할 만큼 애정이 많고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전체적으로 어느 곳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러움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루는 집.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드러나지 않게 공간 속에서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자연 안에 자리한 타운하우스는 모던한 멋까지 은근하게 스며든, 부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금자리가 됐다.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시공 / 진은영(코코리빙, 031-71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