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도 가능한 DIY 가구 만들기

욕심쟁이 김미란의 취미 탐구생활

초보자도 가능한 DIY 가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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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구증후군 걱정 없이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들이고 싶다면 직접 만들어보자. 한창 가구 만들기에 빠져 있는 맘스 크리에이터가 손재주 없는 이도 도전해볼 만한 DIY 가구에 대해 소개한다.

저렴하게 만드는 친환경 가구의 매력
임신 중,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준비할 무렵 우리 부부는 아이 침대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중에 파는 것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엄마, 아빠의 정성이 들어간 무언가를 만든다면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사랑이 깃들 것만 같아 부랴부랴 검색을 시작했다. 재단된 나무를 주문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하나씩 조립해 침대가 완성돼갈수록 수제 가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아이가 태어나고는 육아 전쟁을 치르느라 한동안 가구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백일 무렵 아이의 피부 이상 증세가 심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취미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아토피일 확률이 90%라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집 안 환경을 돌아보다 신혼 초 디자인에만 이끌려 덜컥 선택한 리모델링 그리고 무심코 구매한 가구들이 모두 중국산 MDF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가구를 하나씩 만들면서 알게 된 점은 셀프 인테리어나 DIY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물론 꼼꼼함과 상당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 때마다 ‘여자의 체력으로 가장 안전한 선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극한 육체노동’이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새가구증후군 걱정 없이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얻을 수 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원목으로 제작한 가구를 사려면 식탁, 테이블만 해도 최소 100만원 이상 들지만, 공구나 페인팅 도구 같은 기본 부자재를 갖추고 있다면 직접 만들 경우 시중가의 50%면 충분하다. 목재에서 나오는 분진과 소음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라면 간단한 소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년에 이사할 때는 집 안의 모든 가구를 직접 만들 생각이다. 편백나무로 된 2층 침대와 주방놀이 세트는 아이 방에, 원목의 질감이 살아 있는 자연주의 식탁과 테이블은 주방과 거실에 들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꿈에 부푸는 느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쳐 온전히 나의 물건이 되는 보람을 만끽하고 싶다면 누구든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어디서 배울까
가구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짜맞춤 기법과 나사를 이용한 피스 연결법이 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후자인데, 내구성과 디자인을 함께 만족시키며 어느 정도 배우면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사를 이용한 피스 연결법은 목재의 연결 부위를 못과 목공 본드 등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일반 가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작 과정이 비교적 짧고 타카, 피스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우리나라 전통 가구 제작 방법인 짜맞춤 기법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목재에 홈을 만들어 끼워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가구는 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지만, 아주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 모든 홈을 톱질로 만들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손재주가 있고 기본적인 목공 지식이 있다면 가구 DIY를 다룬 파워 블로거들의 포스팅만 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어느 항목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선생님 밑에서 배우면 하나를 배우더라도 더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부산에서 가장 이름난 수제 목공방의 문을 두드렸다. 배우면서 만드는 가구가 온전히 내 것이 되니, 매주 직접 완성한 가구를 집으로 가지고 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구 만들기를 배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주변의 목공방이다. 대부분의 목공방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수준에 따라 과정이 나뉘어 개설돼 있는데, 각 단계별로 1, 2개월 걸린다. 목공방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일주일에 2회씩 3시간 수업하며, 주말반이 개설된 곳도 있다. 목공방에 가면 선생님의 지도 아래 치수 재기부터, 나사 체결하기, 페인팅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초급과 중급 과정에서는 공학이나 디자인에 문외한인 사람도 가구 만들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 도면을 펼쳐놓고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가구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기 때문에 선반이나 수납장, 스툴 같은 소가구를 배우며 결합 원리, 제작 과정과 기법, 마감 처리에 대한 기초를 배운다. 공방에서 제시하는 디자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계에 대한 부담은 없다. 초급, 중급 과정에서 가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했다면, 고급 과정에서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침대, 옷장, 소파 같은 가구를 만든다. 디자인도 직접 해야 하는데 구조상 위험성은 없는지, 자재의 내구성은 좋은지 등 선생님의 조언을 받으며 실전 가구 만들기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공방의 수강료는 한 달에 15만~30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4~6개월간의 모든 과정이 끝나면 가구라고 일컫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공방에 구비된 전문 목수들의 장비를 이용할 수 있어 완성도 높은 가구 제작이 가능한 것도 장점.

문화센터에도 ‘DIY 목공’ 등의 이름이 붙은 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진 않은 상태다. 장소가 협소하고 여럿이 함께 강의실을 쓰는 탓에 사용할 수 있는 공구도, 만들 수 있는 가구도 한정적. 하지만 재료비를 포함해 수강료가 한 달에 3만~5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니 기초를 배우고 싶다면 한 번쯤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

실전! 간단한 수납장 만들기
준비물 재단된 목재, 자, 사포, 목공용 본드, 피스, 친환경 스테인, 친환경 페인트, 타카, 붓, 손잡이, 경첩, 수성 바니시(혹은 고체 왁스)

1 디자인 용도에 맞춰 수납공간을 정하고 스케치를 한다. 정확한 사이즈가 필수지만 미리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 스케치가 끝나면 실제 사용할 나무의 두께를 고려해 정확한 도면을 그린다.
2 목재 재단 도면 작업 후 인터넷 목공소에 원하는 목재의 재단을 의뢰하면 정확하게 재단된 목재가 배달된다.
3 치수 확인 사이즈를 확인하며 가조립을 해보고 연필과 자를 이용해 피스 박을 위치를 세심하게 표시한다.
4 스테인 바르기 조립 후에는 내부에 칠하기 까다로우니 미리 목재에 스테인을 바른다. 원목은 습기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해야 하니 친환경 스테인을 한 번 정도 칠한다. 스펀지 붓을 이용하면 얇게, 붓 자국 없이 칠할 수 있다. 스테인은 종류와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마르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5 조립 피스를 이용하면 더욱 견고하지만 작은 소품은 타카가 간편하다. 타카는 전기 타카, 에어 타카를 많이 이용하며, 타카나 피스로 작업하기 전 반드시 목재와 목재 사이에 목공용 본드를 바르는 것이 좋다.
6 페인팅 모서리나 체결된 부분에 가볍게 사포질을 해서 결을 곱게 만든 뒤 원하는 색의 페인트를 칠한다. 페인트마다 다르지만 원하는 컬러를 얻으려면 얇게 여러 번 칠하는 것이 좋다. 마르는 데 보통 30분 정도 걸린다.
7 마무리 원하는 곳에 손잡이, 잠금쇠, 경첩 등을 달고 수성 바니시나 고체 왁스로 마무리한다.

1 레드파인 소재의 장식장으로 중급 수준은 돼야 만들 수 있다. 재료비 7만원에 만드는 데 이틀 걸렸다. 2 레드파인 소재로 만든 초급 수준의 수납장으로 해열제 등 구급약을 보관하고 있다. 재료비 4만원에 총 4시간이 걸렸다. 3 싱크대 상부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벽 수납장. 4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하는 수납장으로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다. 5 신생아 때 사용하던 물건들을 정리해둘 배냇상자는 레드파인 소재로 만들었다. 초보자도 무난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재료비 3만원에 만드는 데 총 3시간이 걸렸다.

1 레드파인 소재로 만든 것으로 초급 수준이면 만들 수 있다. 재료비 4만원, 제작 소요 시간 4시간. 2 조만간 만들어 아이 방에 들일 주방놀이 가구. 고급 수준에 도달해야 완성할 수 있다.

욕심쟁이 김미란
뭐든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욕심 많은 네 살 딸 아승 엄마. ‘10년마다 새로운 인생을 살자’라는 신념으로 중견 기업의 마케팅 팀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삶을 내려놓고 전문 캘리그래퍼로 새로운 인생을 살며 캘리그래피 에세이를 담은 블로그 ‘진격의 캘리그라피(blog.naver.com/mygirllas)’를 운영 중이다.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공유한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사진 / 김미란 ■촬영 협조 / 마노디자인가구(051-914-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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