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살림하는 여자]빌라 올리바 이선혜 대표 실용적인 부엌살림 엿보기](http://img.khan.co.kr/lady/201604/20160406164252_1_dltjsgg2.jpg)
[특별기획 - 살림하는 여자]빌라 올리바 이선혜 대표 실용적인 부엌살림 엿보기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친 뒤 20년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이선혜 대표는 어릴 때부터 살림과 요리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다. 7남매 중 둘째. 말릴 수 없는 바지런함과 친정엄마의 요리 솜씨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둘째 딸은 명절마다 손님상에 내놓을 음식들을 척척해내곤 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한시도 일을 쉬어본 적 없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가족의 공간을 보살피고 가꾸는 일은 그녀에겐 숨 쉬는 공기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났을 땐 시장과 백화점, 여행길 등 장소를 불문하고 구입하는 편이다. 요란하지 않고 편안한 질감의 그릇들을 선호하지만 과감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물건들도 소장하고 있다. 평소엔 선반이나 오픈된 공간에 올려두고 감상용으로 즐기며 사용한다.
살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각은 그녀가 숨 쉬는 공간 구석구석에서 드러난다. 특히 부엌은 요리 잘하는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실용적인 부엌의 모범답안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부엌살림을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다. 디자인과 실용성. 기본적으로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우선이지만 경제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기능성도 포기하지 않는다. 물건을 고르는 확고한 기준 덕에 한 번 구입한 도구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한다. 때문에 나이로 보면 ‘골동품’ 취급을 받을 만한 주방 기구들이 그녀의 주방에서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길게는 30년 가까이 사용해온 물건들이다.

서랍이 있는 8인용 테이블은 탐나는 주방 가구다. 20년 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것으로 커트러리와 냅킨, 자잘한 주방용품들을 수납할 수 있다.
열과 물이 가해지는 주방 기구는 잘못 골랐다간 몇 번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방 기구를 고를 땐 심플한 디자인과 강한 내구성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두 가지 점을 모두 만족시키는 WMF는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주방 브랜드. 어디에나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고 내구성이 좋아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은 주방 기구로서 가장 좋은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실용적인 공간 구성도 부엌 인테리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가전과 기구들은 서로 연계된 것끼리 가까이 둘 것. 오븐 아래에는 오븐 용기들, 커피머신 주변에는 커피잔과 티웨어들을 수납해 ‘손 뻗는 거리’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이다.

잘 고른 주방 기구는 세월이 흘러도 새것 같은 빛이 난다. 대부분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미니 치즈 강판과 티 인퓨저는 20년 전 파리 유학 시절 구입한 것. 하나씩 사 모은 주방 기구들은 기본 10년 이상 된 것들로 시간이 지나며 안주인의 취향이 담긴 컬렉션이 됐다.
그렇다고 기능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의 부엌이 다른 부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오픈형’이라는 것이다. 부엌살림들을 서랍이나 수납장에 꽁꽁 숨겨놓기보다 눈에 보이는 곳에 꺼내놓고 사용하며 즐긴다. 지금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짐을 다 풀지 못했지만 그녀의 주방은 감상하고 즐기는 갤러리로도 소문이 났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그릇과 주방 기구들을 꺼내놓고 보면 안주인의 취향이 담긴 컬렉션이 된다.

프랑스인 남편의 영향으로 이선혜 대표의 부엌에서는 다양한 냅킨과 주방 패브릭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식 자수가 놓인 냅킨은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 컬러풀한 사각 프레임의 코스터와 물고기가 수놓인 티 코스터는 각각 태국과 미얀마 여행에서 구입한 것이다.
“대학 시절 밤마다 천장에 어떤 집에서 살지, 가구는 어떻게 놓을지 설계도를 그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러한 열망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인테리어 작업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상상해온 공간들을 만들어내며 살림하는 즐거움을 만끽했죠.”

둔탁해 보이기 쉬운 자기를 유려한 선과 은은한 빛깔로 빚어내는 이영재 작가의 도기들. 찻물을 따랐을 때 한 방울의 흐트러짐도 없는 티포트와 질감이 느껴지는 찻잔들은 이선혜 대표가 즐겨 사용하는 티웨어이자 그녀의 부엌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진행&글 / 이진주·노정연·장인화·노도현 기자 ■사진 / 송미성·김동연(프리랜서) ■헤어&메이크업 / 황현 커팅스테이션(02-336-6333) ■사진 제공 / 드롱기, 르크루제, 밀레, 삼성전자, 신일산업, 일렉트로룩스, 쿠진아트, 필립스, 한국로얄코펜하겐, 한경희생활과학, 행남자기, 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