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작품을 닮은 담백한 집

화가의 작품을 닮은 담백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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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지에 수묵의 농담만으로 간결하고 담백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 원성혜. 새로 단장한 그녀의 집도 작품처럼 깔끔하게 꾸며진 가운데 옛 가구를 그대로 놓아 전통적인 멋까지 배어 있다. 여기에 환상적인 한강 조망까지 갖춰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 한층 풍요로워졌다.

여유로운 공간 덕분에 심플한 멋이 더욱 돋보이는 거실.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과 전통적인 가구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여유로운 공간 덕분에 심플한 멋이 더욱 돋보이는 거실.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과 전통적인 가구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지만 정감이 넘친다. 화가 원성혜씨(58)가 사는 집은 그녀의 작품 세계와 닮았다. 간결하고 깔끔한 필선에는 노련한 농담과 양감이 어우러져 있고 친근함도 녹아 있다. 채색 없이 먹과 화선지만으로 그리는 전통적인 기법을 고집하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재로 작품을 완성하는 이유다. 원성혜씨와 남편 김현석씨 부부의 집은 여유로운 평수가 지닌 힘도 크겠지만 맑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작품처럼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이 집의 인테리어를 지배한다. 현대적인 것보다 고전적인 것을 추구하는 작품 철학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새로 산 가구가 없다. 모두 20~30년 된 오래된 가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온고지신의 미학을 실천했다. 정돈된 인테리어에 오래된 가구와 소품들이 조화를 이루고 군더더기 없이 꾸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옮겨놓은 듯한 집이 완성된 것.

여자들의 로망이 실현된 침실. 세면대가 마련된 파우더룸과 침대 뒤편에 가벽을 세워 구성한 별도의 드레스룸이 있다.

여자들의 로망이 실현된 침실. 세면대가 마련된 파우더룸과 침대 뒤편에 가벽을 세워 구성한 별도의 드레스룸이 있다.

“집이 깔끔해야 작업이 잘돼요. 지저분하고 어두우면 마음까지 무거워져 작업이 잘 안되기 때문에 항상 정갈하게 인테리어하려고 하죠. 또 저와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 집이 힐링할 수 있는 쉼터가 돼야 하고요.”

담백하고 간결한 필선이 돋보이는 화가 원성혜씨 작품.

담백하고 간결한 필선이 돋보이는 화가 원성혜씨 작품.

그림을 완성할 때도 ‘무엇을 더 없앨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는 원 작가는 더하는 것이 아닌, 제하는 것에 더 집중했을 때 비로소 좋은 작품이 탄생된다고 믿는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소품으로 모던한 것처럼 치장하는 대신 덜어내고 비우는 데 더 신경 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진은영 실장은 원 작가의 이러한 신념에 기초해 집을 새로 꾸몄다. 화이트와 그레이톤을 토대로 깔끔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노력했고 가구는 새로 사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리폼해 사용하거나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30년 된 가구를 버렸는데, 아끼던 것이라 마음이 아팠지만 콘셉트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현관의 화이트 수납장과 대비되는 블랙 중문이 멋스럽다. 천연 대리석 바닥의 질감과 깔끔한 조각상 또한 고급스러운 멋을 더한다.

현관의 화이트 수납장과 대비되는 블랙 중문이 멋스럽다. 천연 대리석 바닥의 질감과 깔끔한 조각상 또한 고급스러운 멋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 집의 백미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근사한 전망이다. 사시사철 자연이 선사하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매일 바라볼 수 있는데 특히 아침에 해 뜨는 모습이 정말 멋지단다. 때문에 원 작가는 대학 강의와 작업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을 들으며 한강 전경을 바라보면 더없이 행복하다고.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도 순전히 경치 때문이다. 20년 동안 이사를 두 번 할 만큼 한곳에서 오래 사는 편인데, 이 집의 전경은 그만큼 부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거실부터 침실, 욕실까지 모든 공간에서 한강 전경을 즐길 수 있고 시공 후 한층 간결하고 모던해진 인테리어는 이러한 전망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는 집주인은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위한 욕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파스텔톤 캣타워와 심플한 인테리어가 한층 화사해 보인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는 집주인은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위한 욕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파스텔톤 캣타워와 심플한 인테리어가 한층 화사해 보인다.

여유로운 공간에 화이트와 그레이로 모던하면서 깔끔한 멋에 힘을 실은 거실은 탁 트인 전망까지 어우러져 보기 드문 인테리어가 완성됐다. 특유의 광택감이 은은하게 나는 대리석 바닥에 심플한 소파, 맞은편에 예스러운 좌식 의자, 테이블을 놓아 현대와 전통적인 멋이 공존하는데, 소파는 원래 밤색의 가죽 소재였던 것을 회색으로 천만 바꿔 새 인테리어에 맞게 리폼했다.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꾸민 주방. 테이블은 기존의 나무색을 화이트로 칠해 리폼했다.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꾸민 주방. 테이블은 기존의 나무색을 화이트로 칠해 리폼했다.

거실 복도를 따라 가면 많은 여성이 로망으로 삼을 만한 침실이 등장한다. 두 개의 드레스룸과 벽면에 파우더룸이 마련돼 있는데, 넓은 세면대까지 설치돼 욕실에 갈 필요 없이 메이크업을 지우기 편리하고 외출 준비를 하기에 더없이 좋다. 그야말로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파우더룸 왼편에는 원래 드레스룸이 있었지만 침대 뒤편에 가벽을 세워 자주 입는 옷과 가방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드레스룸을 마련했다.

화이트와 골드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뤄 근사한 인테리어가 연출된 욕실. 목욕을 하며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화이트와 골드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뤄 근사한 인테리어가 연출된 욕실. 목욕을 하며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테리어는 부티크 호텔 같은 멋스러운 욕실. 깨끗한 화이트 타일에 골드를 더해 고급스러운 멋을 살렸고 바닥에는 이국적인 패턴의 타일을 깔아 개성 있게 연출했다. 특히 욕조에서 목욕을 할 때 큰 창으로 한강 전망을 바라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된다. 현관 앞쪽에 있는 욕실은 심플하면서 독특한 멋이 나는데, 화이트 타일에 보라색 수납장을 놓아 단조로움을 덜어내면서 세련되게 완성됐다.

화가의 작품을 닮은 담백한 집

화가의 작품을 닮은 담백한 집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키울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원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도 고양이를 즐겨 그리고 고양이가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욕실까지 마련했다. 고양이 욕실에는 파스텔톤의 캣타워를 놓아 화사하게 꾸몄고 이곳에서 고양이가 용변을 보면 밖으로 냄새가 나지 않아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그동안 하나하나 모아온 앤티크한 소품과 그릇들. 집주인의 애정이 가득 담긴 물건들이다.

그동안 하나하나 모아온 앤티크한 소품과 그릇들. 집주인의 애정이 가득 담긴 물건들이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초를 비롯한 식물들. 벽돌로 시공한 지연스러운 벽면과 이국적인 패턴의 타일 바닥이 개성 넘치는 멋을 자아낸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초를 비롯한 식물들. 벽돌로 시공한 지연스러운 벽면과 이국적인 패턴의 타일 바닥이 개성 넘치는 멋을 자아낸다.

외국에 거주 중인 자녀가 한국에 방문할 때 머무는 또 다른 침실. 오랫동안 사용한 가구 특유의 빈티지한 멋이 묻어난다.

외국에 거주 중인 자녀가 한국에 방문할 때 머무는 또 다른 침실. 오랫동안 사용한 가구 특유의 빈티지한 멋이 묻어난다.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원성혜씨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주방. 화이트톤으로 정갈하고 담백하게 꾸민 점이 돋보인다. 개성 있는 천장 조명도 멋스럽다.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원성혜씨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주방. 화이트톤으로 정갈하고 담백하게 꾸민 점이 돋보인다. 개성 있는 천장 조명도 멋스럽다.

멋스러운 은색 거울과 깔끔한 세면대로 꾸민 침실 안 파우더룸.

멋스러운 은색 거울과 깔끔한 세면대로 꾸민 침실 안 파우더룸.

인테리어 후 원 작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은 주방. 그녀가 워낙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터라 주방을 보는 순간 단번에 이해가 됐는데, 깨끗한 화이트톤으로 꾸민 공간에 톤을 맞추기 위해 나무색이었던 식탁을 화이트로 칠했다. 벽면에는 루버셔터를 시공해 멋스러우면서 채광이 잘돼 화사한 분위기가 배가됐다. 여기에 아일랜드를 새로 만들어 요리하는 데 편리함을 더하고 오븐이나 냉장고가 있던 붙박이장은 새로 수납장을 만들어 답답함을 없앴다.

블루 패턴으로 세련된 멋이 나는 테이블웨어.

블루 패턴으로 세련된 멋이 나는 테이블웨어.

자녀 방에 장식된 빈티지한 촛대.

자녀 방에 장식된 빈티지한 촛대.

고급스러운 침실 쪽 욕실과 달리 심플하고 트렌디하게 꾸민 현관 쪽 욕실. 화이트 타일과 보라색 수납장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고급스러운 침실 쪽 욕실과 달리 심플하고 트렌디하게 꾸민 현관 쪽 욕실. 화이트 타일과 보라색 수납장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화가는 작품으로 기사화돼야 하는데 별다를 게 없는 집을 주제로 인터뷰하게 돼서 무척 쑥스럽다”라고 말하는 원 작가. 트렌디한 소품들로 호화롭게 꾸민 집보다 그녀의 집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마음을 담아 그리는 작품처럼 오랫동안 써온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에 애정이 녹아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과 닮은 집을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진행 / 장인화 기자 ■사진 / 김태환 ■시공 / 진은영(코코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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