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는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반복되는 감각 훈련. 반대로 정리 둔감증에도 빠질 수 있다. 프리픽이미지
집을 깔끔하게 유지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특정 공간 앞에서는 유독 둔감해질 수 있다. 현관 콘솔 위에 쌓인 우편물과 선글라스, 침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여행용 캐리어처럼, 처음엔 잠깐 올려둔 물건이 어느새 풍경이 되어버리는 경우다. 정리 전문가들은 이를 ‘클러터 블라인드(clutter blind·정리 둔감)’ 상태라고 부른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매체 굿하우스키핑에 따르면, 클러터 블라인드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지저분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불편함만 쌓인다는 데 있다.
클러터 블라인드란?
정리 컨설팅 브랜드 Sorted의 빅토리아 트란은 “클러터 블라인드는 집 안의 어수선함에 너무 익숙해져 더 이상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뇌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리가 필요한 물건들이 배경처럼 처리된다는 것이다.
정리 컨설턴트 Organizing by Cheryl의 설립자 셰릴 루소 역시 “자석으로 가득 찬 냉장고 문이나 정크 서랍을 떠올려보라”며 “눈으로는 보고 있지만,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말한다.
내가 클러터 블라인드인지 알아보는 법
클러터 블라인드는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시선을 바꾸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사진을 찍어본다. 정리 전문가 Breathing Room의 홀리 블레이키는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처음 보는 장소처럼 바라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어수선함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한다.
둘째, 자주 오지 않는 사람의 시선을 빌린다. 빅토리아 트란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집에 자주 오지 않는 사람에게 첫인상을 물어보라”며 “신선한 시선은 오래전에 익숙해져 버린 문제를 바로 짚어준다”고 설명했다.
셋째, 집에서 느끼는 감정을 점검한다. 외출할 때 열쇠를 찾는 일이 유난히 피곤하게 느껴지거나, 이유 없이 집에서 압도감을 느낀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클러터가 원인일 수 있다.
클러터 블라인드에서 벗어나는 방법
가장 어려운 단계는 ‘내가 둔감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면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정리 전문가 Imagine It Done의 크리스티 차일더스는 “매달 한 번 정리 시간을 일정에 넣고, 주요 공간은 주 단위로 점검하며, 매일 10분 정도의 빠른 정리를 습관화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처음부터 큰 변화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 트랜은 “주방 조리대나 현관처럼 사용 빈도가 높은 공간부터 짧게 리셋하는 것만으로도 클러터가 다시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정리는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반복되는 감각 훈련”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이지 않던 어수선함을 다시 인식하는 순간, 집은 생각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