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오랜 ‘색채 공식’을 깨는 흐름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무난함의 상징이었던 흰색 중심 디자인에서 벗어나, 과감한 색을 활용해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어두운 색이 더 넓어 보인다”…상식 뒤집는 최신 트렌드
최근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기존의 색 공식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매기 그리스벡은 “붙박이 책장은 흰색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색을 입히면 공간 완성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해외 생활매체에 조언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 줄리아 차스먼은 “벽과 몰딩의 색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규칙은 다소 시대에 뒤처진 방식”이라며, 동일 색으로 공간 전체를 통일하는 ‘컬러 드렌칭(color drenching)’ 기법을 제안했다. 드렌칭(drenching)은 원래 ‘흠뻑 적시다’라는 뜻으로, 인테리어에서는 벽·천장·몰딩·가구까지 하나의 색 또는 유사한 톤으로 채워 공간 전체를 색에 잠기듯 연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처럼 ‘밝은 색=넓어 보임’, ‘천장은 반드시 흰색’ 같은 기존 공식도 하나둘 깨지고 있다.
소형 공간에는 밝은 색을 써야 한다는 통념도 재검토되고 있다. 그리스벡은 “오히려 어두운 색을 사용하면 공간이 더 깊어 보이며 개방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낮은 천장과 창이 없는 공간에서도 블루 계열 색을 활용해 더 넓어 보이게 만든 사례가 있다.
또 디자이너 게일런 하스는 “천장을 흰색으로 칠하던 이유는 과거 조명 환경 때문”이라며 “현대에는 조명 선택이 자유로운 만큼 천장 색도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 중심이던 색 선택이 이제는 ‘감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전통에선 “색은 곧 복”…주의 필요한 이유
반면 한국 전통 사상, 특히 풍수 관련 고전에서는 색을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닌 ‘기(氣)의 흐름과 직결된 요소’로 본다. 대표적인 풍수 이론인 황제내경과 동아시아 색채관의 기반이 되는 주역에서는 색을 오행(목·화·토·금·수)의 기운과 연결해 해석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특정 색은 공간의 균형을 깨거나 기운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른바 ‘복이 빠지는 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피해야 할 색’도 상황에 따라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된다. 전통 색채관에서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공간에서 사용하는 색을 달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특히 몸이 약하거나 피로가 누적된 경우, 특정 색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기운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동아시아 고전인 황제내경과 주역에 기반한 오행 이론에서는 색을 장기 기능과 연결해 설명하는데, 이 관점에서 검정색은 신장과 기력에 대응된다. 다만 검정색이 과도할 경우 기운을 지나치게 가라앉혀 무기력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는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서 공간 전체를 어두운 톤으로 채우는 인테리어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해석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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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역시 주의 대상이다. 심장과 혈류를 상징하는 색으로 활력을 의미하지만, 강도가 높을 경우 흥분 상태를 유도하고 수면을 방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실제로 예민하거나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는 강한 레드 계열의 벽면이나 조명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제된 사용이 권장된다.
노란색의 경우 소화기와 연관된 색으로 분류되지만, 채도가 낮고 탁한 색감은 정체된 기운과 습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과도한 사용 시 공간을 무겁고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재물운과 관련해서도 색에 대한 금기 인식은 존재한다. 풍수 해석에서는 재물의 흐름이 원활하게 순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검정색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물의 기운이 강해져 재물이 머물지 못하고 흘러간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현관이나 금고 주변, 사업 공간 등에서는 과도한 검정색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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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탁한 회색은 금(金)의 기운이 약화된 상태로 해석되며, 결단력과 기회 포착 능력 저하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진다. 사무실이나 업무 공간에서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활력 저하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강한 붉은색 역시 재물운 측면에서는 ‘지출을 부추긴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며, 충동 소비와 연결짓는 전통적 인식이 존재한다.
공간별로도 기피 색은 구분된다. 침실에서는 강한 붉은색이나 검정색이 긴장감을 높여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색으로 분류되며, 주방에서는 불의 기운이 중첩되는 붉은색 사용이 과도할 경우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해석이 따른다. 현관의 경우 지나치게 어두운 색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운을 차단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이 같은 해석은 과학적 검증보다는 상징 체계에 기반한 전통적 관점에 가깝다. 다만 현대 연구에서도 어두운 색이 공간을 좁고 무겁게 인식하게 만들고, 강한 원색이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일부 확인되면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색 선택에 있어 전통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색이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참고하는 수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색 사용에 있어 ‘파격’ 자체보다 균형과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스는 “천장이나 벽 색은 빛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최신 인테리어는 기존 규칙을 깨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색이 주는 심리적·문화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유행 추종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