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유기물을 충분히 품고 있고, 물과 공기가 잘 드나들며 미생물이 활발하게 살아가는 환경이 갖춰져야 식물도 건강하게 자란다. 픽셀즈
식물은 물만 잘 주면 알아서 자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분명 같은 모종을 심었는데도 누구 집 화분은 무성하게 자라고, 누구 집은 잎이 누렇게 변한 채 시들어버린다. 원인은 의외로 흙에 있다. 유기물 덩어리인 흙도 생명력이 있다. 에너지가 다한 흙, 다시 살리는 법은? 텃밭은 물론 베란다 화분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흙 살리기’ 방법을 소개한다.
원예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물의 시작은 비료가 아니라 토양이라고 입을 모은다. 흙이 단단하게 굳거나 유기물이 부족하면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줘도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흙 위에 이불을 덮어주세요
흙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면 수분이 빠르게 날아가고 표면이 쉽게 굳는다. 이럴 때는 흙 위를 볏짚이나 우드칩, 나무껍질, 낙엽 등 유기물로 덮어주는 ‘멀칭’이 도움이 된다. 멀칭은 잡초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고 수분 증발을 줄여 물 주는 횟수를 줄여준다. 시간이 지나 유기물이 분해되면 흙 속 유기물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화분이라면 2~5㎝ 정도만 덮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퇴비는 ‘완숙’된 것으로
퇴비는 가장 대표적인 토양 개량재다. 특히 충분히 발효된 완숙 퇴비는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영양분과 유기물을 공급해 식물 생장을 돕는다. 모래가 많은 흙은 물을 오래 머금을 수 있게 하고, 점토질처럼 무거운 흙은 배수가 잘되도록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덜 발효된 퇴비는 뿌리를 손상시키거나 병원균을 옮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완숙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버려지는 낙엽이 최고의 흙
집에서 만드는 퇴비도 흙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채소 껍질이나 과일 찌꺼기처럼 질소가 풍부한 재료와 마른 낙엽, 종이처럼 탄소가 많은 재료를 함께 섞어 충분히 발효시키면 양질의 퇴비가 된다.
봄이나 가을, 모종을 심기 전 흙과 섞어주거나 자라고 있는 식물 주변에 얇게 덮어주는 것만으로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버려지는 낙엽이 최고의 흙이 된다. 가을마다 쓸어 담아 버리는 낙엽도 훌륭한 토양 개량재다. 낙엽을 잘게 부순 뒤 약간의 물을 뿌려 쌓아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엽토로 변한다. 부엽토는 퇴비처럼 영양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흙의 구조를 개선하고 수분을 오래 유지하는 데 탁월하다. 평소 물을 줘도 금세 말라버리는 화분이나 텃밭이라면 특히 도움이 된다.
지렁이가 남긴 최고의 선물
원예 마니아들이 즐겨 사용하는 지렁이 분변토도 흙을 건강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재료다. 지렁이가 먹이를 소화한 뒤 배출한 분변에는 유기물과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강한 비료처럼 작용하기보다는 흙을 서서히 건강하게 만들어 어린 모종이나 화분, 씨앗을 키울 때 특히 유용하다. 흙 위에 얇게 뿌리거나 분갈이할 때 기존 흙과 10~20% 정도 섞어 사용하면 된다.
숯도 흙을 살린다
최근 원예 분야에서 주목받는 토양 개량재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차다. 나무나 식물 부산물을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구워 만든 숯으로, 수많은 작은 구멍이 있어 물과 영양분을 머금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물이 금방 빠지는 화분이나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바이오차를 그대로 넣으면 오히려 영양분을 흡수해버릴 수 있다. 퇴비나 지렁이 분변토와 미리 섞어 1~2주 정도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는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처리된 제품도 판매된다.
식물도 ‘입맛’이 있다…산성·알칼리성 맞추기
아무리 영양분이 많아도 흙의 산도(pH)가 맞지 않으면 식물은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토양이 지나치게 산성이면 석회를, 반대로 알칼리성이 강하면 황 성분 토양개량제를 사용해 산도를 조절한다. 다만 pH를 무리하게 바꾸면 오히려 식물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토양검사 결과나 제품 사용법을 확인한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금 더 풍성한 꽃과 싱싱한 채소를 원한다면 비료를 더 사기 전에 흙부터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한 정원은 결국 건강한 토양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