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통신원 조미애의 볼거리 많은 파리의 벼룩시장

파리 통신원 조미애의 볼거리 많은 파리의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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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 벼룩 시장도 볼거리가 많다. 집안 곳곳을 장식할 수 있는 엔틱한 의자나 샹들리에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파리의 센느강을 따라 열리는 세 개의 유명한 벼룩 시장은 물론 파리 근교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브로깡뜨도 빼놓지 않아야 할 볼거리이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 창문을 여니 옆집 발코니에 소담한 꽃들이 활짝 피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가운데 그 꽃들을 보고 있자니 창조주의 아름다운 섭리가 일상으로 무뎌진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떨어진 꽃잎 사이로 반짝이는 두개의 작은 조약돌이 보인다. 화분에서 떨어졌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돌이 아니고 메추리알과 똑같이 생긴 새의 알이었다. 하나는 부화되어 알을 깨고 나온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고 하나는 부화돼지 못한 채 돌멩이처럼 덩그마니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며칠을 관찰했지만 어떤 새가 남긴 알인지 궁금하지만 지금도 알 길이 없다.



햇살이 좋은 주말 아침 생활에 즐거움과 활기를 다시 찾고 싶을 때면 가까운 벼룩 시장에 나가보자. 프랑스 민족의 뿌리는 라틴족에 있지만 역사적 사건과 필연성으로 프랑스는 대표적 다민족 국가다.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튜니지, 모로코 등이 프랑스의 대표적 식민지였고,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챠드, 콩고 역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이들 식민지 국가에서 이주해 온 이민족으로 프랑스는 더욱 다양한 민족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 문화, 풍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프랑스라는 거대한 나라가 보인다. 이러한 민족의 다양성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벼룩시장이다.

쎄느강을 중심으로 파리의 대표적인 벼룩 시장이 주말마다 열린다. 파리의 벼룩 시장이 유명해진 것은 몰락해 가는 귀족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 의해서이다. 에밀 졸라가 목로 주점을 집필할 당시 프랑스는 전당포의 천국이었다. 서서히 몰락해 가는 귀족들과 생활고에 시달려야만 했던 서민들의 어려운 형편으로 전당포 주인의 배는 불러만 갔다. 가문의 영예를 자랑하는 문장이 박힌 귀족들의 소장품들은 전당포와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그것들은 벼룩 시장을 통해 하나, 둘 신흥 부르조아의 집으로 옮겨진다.

세 개의 유명한 벼룩시장은 파리 동쪽 끝에 있는 몽트뢰이(지하철 9번선)와 북쪽의 끌리냥꾸르(지하철 4번선) 그리고 파리 남쪽의 뽀르트 드 방브(지하철 13호선)이다. 대부분 약 3만평 규모에 5000점포로 구성되어 있는 방대한 규모의 벼룩 시장을 다 돌아보려면 주말의 시간이 빠듯하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도 많이 구한다는 말은 벼룩시장에서 쇼핑하기에도 적용된다. 벼룩시장은 아침 7시쯤 개장해서 오후1시전에 폐장을 하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보고 구입하려면 아침 9시전에 가야한다.

그 시간쯤이면 시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된다. 작게는 유럽 귀족가의 문장이 새겨진 담배케이스, 그들의 즐거운 저녁 만찬과 티타임에 쓰였었을법한 은으로 만든 그릇과 찻잔 세트를 비롯해서 집안 곳곳에 필요한 덩치 큰 가구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다. 하나, 둘 골라서 집안에 장식하기에 좋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1930년대의 에이젠스타인 시대의 영사기, 축음기, 주름카메라, 2차세계 대전의 발발을 알리기 위해 긴급통신을 했을 통신기와 무전기, 전화기는 지금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있는 물건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앤틱은 선조가 살아 온 문화의 향기 가 어린 작품이다. 만들어질 당시의 유행 문양과 제작 기법을 그대로 전수해 만든 진품으로 그 역사성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따라서 그 가치에 따라 물건의 가격이 천차만별로 팔리고 있다.  앤틱 제품에는 리프로덕션이라 불리는 것이 있는데 비록 진품은 아니지만, 진품의 가치와 품격을 존중해서 그대로 재현해낸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진품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모양의 특징을 살려 진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카피제품들이 있다. 꼼꼼히 살펴가며 물건을 보다보면 이세가지의 것들을 다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진품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므로 상당히 정확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미리 주문해 놓을 수 도 있고 비행기나 배를 통한 해외 운송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어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벼룩 시장 외에도 파리 각처를 돌아다니며 일시적으로 열리는 벼룩 시장들이 있는 이를 브로깡드라고 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파리는 1년내내 어디선가 벼룩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브로깡뜨를 따라 다니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브로깡뙤르’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파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방에 거주하며 창고에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브로깡뙤르가 된 아닉(Annick)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아닉은 10년 전부터 이일을 시작했고 그전에는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던 사장이었다. 사업체를 운영할 때 마치 돈과 사업체에 매인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좀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단 생각에 브로깡뙤르란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단다. 프랑스 방방 곡곡을 돌며 물건을 수집하고 팔고 다니는 것이 아닉에게 자유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현재 아닉은 파리 북쪽의 노르망디 해변가에 살고 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던 10년 전과 달리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물건값을 깎는 흥정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씁씁하다는 아닉의 이야기를 끝으로 오르봐(Au revoir: 또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벼룩 시장 이야기를 마치기전 파리 밖의 도시 릴(Lille)의 브로깡뜨를 이야기하고 싶다. 릴은 파리에서 270킬로 떨어진( TGV로 1시간) 도시다 이곳은 유럽 문화의 수도답게 올해 루밴스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년에 한번씩 바캉스가 들판의 곡식과 함께 한참 여물어 가는 8월 초면 유럽 최대 규모의 벼룩 시장이 선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의 브로강뙤르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시장의 규모는 그 연장길이가 20킬로가 넘는데 골프로 따지면 18홀을 세 번을 오갈 수 있는 긴 거리이다. 릴의 브로깡뜨를 제대로 보려면 만만치 않은 체력이 요구되는 고행길이기도 하다.

릴은 북해(北海)에서 나는 해산물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실하게 굵은 알이 찬 홍합을 백포도주에 넣고 삶아 낸 홍합탕이 제 맛을 낸다. 홍합탕을 안주로 맥주 한잔에 감자 튀김은 릴의 브로강뜨를 더욱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장식해 줄 것이다.

글·사진 / 조미애(chodeco@hanmail.net) 정리 / 박현숙 기자  참고 / www.petaleetplu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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