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식기를 한곳에 모은 이색 전시회가 지난 10일까지 LG백화점 부천점에서 열렸다. 청초한 느낌이 드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식기, 화려한 꽃이 만발한 노태우 전대통령의 식기 그리고 후임자의 식기를 그대로 사용한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무궁화와 봉황이 세겨져 있는 청와대에서 사용했던 특별한 식기들을 구경해 보자.
고 박정희 대통령의 식기
풀잎 프린트의 청초한 분위기
전시된 그릇 중 가장 돋보이는 식기는 단연 박정희 전대통령의 식기. 이 식기는 박정희 집권 초기 한국 대통령 식탁에 일본의 노리다케사의 본차이나 식기가 오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육영수 여사의 의뢰로 한국도자기가 제작했다고 한다.
1 풀꽃 무늬가 청초한 느낌을 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식기. 2 다른 대통령들의 식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박정희 대통령의 술병과 사각 접시.
싱그러워 보이는 초록색의 풀잎 문양이 그려진 깔끔하고 청초한 디자인으로 특히 완두콩 모양을 모티브로 한 찬그릇과 군대 식판을 연상케 하는 정사각형 접시와 술병이 특징이다. 이 식기는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최근 같은 디자인으로 다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식기
핑크 빛 철쭉의 화려한 느낌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식기들은 모두 퇴장했다. 전두환 전대통령 때의 식기는 박정희 대통령의 청초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화사한 디자인이 특징. 화려한 것을 선호했던 이순자 여사의 취향이 그릇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핑크색의 알록달록한 철쭉꽃을 모티브로 한 밥그릇과 접시 등의 이 식기는 5공화국 시절 내내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 사용되었던 핑크색 철쭉이 수놓아진 식기.
노태우 전대통령의 식기
소박한 식기에서 화려한 식기로 교체
노태우 전대통령 시절에는 김옥숙 여사가 직접 디자이너를 청와대로 불러 제작했을 정도로 역대 영부인들 중 가장 그릇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매사에 이순자 여사와 이미지 차별에 고심했던 김옥숙 여사는 깨끗해 보이는 파란색의 작은 봉황이 프린트 된 식기를 선택했다.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그 결정 과정은 여러 차례 견본을 거쳐 어느 때보다도 까다로웠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결정된 식기는 오래 사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1년이 조금 지나자 김옥숙 여사가 다른 디자인을 요청했기 때문. 그 때 새롭게 탄생된 것이 고급스러운 금빛 테두리를 두른 귀족풍의 식기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김옥숙 여사가 특별히 주문했던 깔끔한 디자인의 식기
김영삼 & 김대중 전대통령의 식기
전대통령 시절의 식기를 그대로 사용
김옥숙 여사에 이어 청와대 안주인이 된 손명순 여사는 처음으로 전임자와 같은 디자인의 식기를 사용했다. 김옥숙 여사가 나중에 사용한 화려한 귀족풍의 식기를 그대로 사용한 것. 진한 초록색과 금빛의 테두리, 그리고 십장생이 프린트 된 이 식기는 김영삼 전대통령 시절 뿐 아니라 김대중 전대통령의 취임 시절, 이희호 여사도 그대로 사용해서 10년 동안 장수를 누렸다고 한다.
1 김옥숙 여사가 새롭게 요청해 사용한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까지 사용하게 된 십장생 무늬의 고급스러운 식기. 2 짙은 녹색과 금빛 테두리가 귀족적인 느낌을 주는 그릇.
장소 / LG백화점 부천점(032-320-7706) 글 / 김은진기자 사진/ 최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