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따라 카페도 변한다. 점술이 한창 유행일 때는 사주카페가 뜨더니 요즘은 북카페가 주목받는다. 북카페를 찾아가면 고유의 기능적인 공간 연출 외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 연출법과 종종 마주친다. 우리 집 서재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꾸밈법을 소개한다.
갤러리인가 싶다가도 여기저기 찻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면 카페인가 싶기도 한 이곳은 금속 공예 공작소 소노팩토리.
숍 한쪽 벽면을 책이 가득한 서재로 꾸몄다. 책장을 벽면 안쪽으로 밀어 넣기 위해 책장이 아닌 부분은 석고 보드를 채워 공사를 했다. 부분적으로 책장을 가리는 슬라이딩 패널을 설치해 뒤쪽에 정수기와 개수대를 숨겼다.
삼청동길을 오르다 보면 ‘내 서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 가로로 긴 가게 내부의 한쪽 벽면에 길게 책장을 짜 넣었는데 색상이 매우 독특하다. 이 오묘한 녹색을 만들기 위해 여섯 번에 걸쳐 도장을 했단다. 일반적으로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꾸로 시도한 것이 책장 색의 비결이다.
영화 ‘베티 블루’에 나온 대사를 따서 이름 지은 홍대 앞 북카페 ‘창 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 1층의 화장실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과 비슷한 분위기의 뮤럴 벽지를 발랐기 때문이다. 서재로 이어지는 문에 활용하면 스타일리시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창 밖을 봐 세계지도로 꾸민 좌식 여행 서재
평소 책을 보는 자세는 어떠한가. 주로 바닥에 앉거나 눕지는 않는지. ‘창 밖을 봐…’ 2층은 좌식 서재 공간으로 바닥의 높낮이를 달리해 공간을 분리하고 편안함을 주었다. 또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관련 서적으로만 채웠기 때문에 벽면에 세계지도를 그려 넣어 독특하게 연출했다.
17년 동안 방송작가를 하며 모아온 책을 옮겨와 지난해 홍대 앞에 북카페 ‘작업실’을 연 김진태씨. 카페 문을 열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소용돌이 형태의 책장은 외국 잡지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책장을 보고 기억해두었다가 맞춘 것이다. 책장 안쪽으로 얇은 고무 조명을 넣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사동 중심길에 있는 ‘갤러리북스’는 아트북 전문 카페. 미술, 사진, 디자인 분야의 전시도 자주 열린다. 갤러리가 열리지 않는 날이면 비어 있는 한쪽 공간에 이동식 가구를 놓아 아트북을 펼친다.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책장 가득 꽂아두기보다는 펼치는 것도 방법.
단, 북 커버가 예뻐야 한다.
‘내 서재’의 내부는 주방이 오픈되어 있는 구조. 공간 분할을 위해 주방과 손님 테이블 사이에 아일랜드 식탁 크기의 가구를 맞춰 놓고 책과 음반을 수납했다. 책을 반드시 방에 수납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책을 자주 보는 공간에 수납할 것. 주방에서 책을 주로 본다면 그곳에 책장을 비치하면 된다.
홍대 앞 ‘RJ pot’은 처음엔 북카페가 아니었다. 단골손님들이 책을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북카페처럼 모습이 바뀐 것. 벽면을 따라 설치된 기존의 책장으로는 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서 카페 중간에 책을 놓기 위한 가구를 별도로 맞췄다. 잡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므로 표지가 보이도록 일렬로 눕히고 소설이나 수필집은 책장에 꽂아 놓는다.
책장에 책을 수납할 때 일렬로 세우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높이가 다른 책들이면 깔끔하지도 멋스럽지도 않다. ‘작업실’에는 키 높은 책장 이외에도 카페 벽면 중간을 따라 선반 형태의 책장을 마련했다. 제각각의 책을 빼곡히 눕혀 쌓기만 했는데 벽면에 책이 붙어 있는 듯 보여 독특한 느낌을 연출한다.
파벽돌은 내추럴한 분위기를 주는 인기 인테리어 아이템. ‘RJ pot’은 출입문 때문에 얇게 책장을 넣은 벽면을 따라 파벽돌로 포인트를 준 코너가 눈에 띈다. 벽면 가득 붙이기보다 일부분만 붙여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었다. 벽을 따라 만든 바 형태 테이블에 책을 조르륵 놓고 빈 벽에는 엽서와 메모를 붙여 멋지게 채웠다.
■장소 협찬 / 소노팩토리(02-337-3738)·작업실(02-338-2365)·창 밖을 봐…(02-332-2356)·내 서재(02-730-1087)·RJ pot(02-6083-1425)·갤러리북스(02-737-3283) ■진행 / 정지연 기자 ■사진 / 원상희